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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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무협지 만화나 영화를 보며 마치 주인공처럼 '고수'가 되기를 꿈꾼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2000년대 태어난 아이들은 그러한 꿈을 꾸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이소룡과 성룡 세대의 사람들은 또는 야인시대를 보고 자란 어른들은 밀림에서 1인자로서의 야망을 품었으리라 생각된다.

일단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실존 인물에 관한 내용이면서 주인공인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사람이 29살에 이미 60여 차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며 단 한 차례도 패배가 없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며, 병법이기에 전설적인 검객인 그는 어떻게 일본에서 추앙을 받고, 더불어 한국까지 관심이 가는 대상이 되었는가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정말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는지, 아니면 일본이 영웅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다른이도 궁금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일단 읽어보며 판단하고자 하였다.

먼저 그의 출생에 대해 알고 가면 좋을 것이다. 그는 초기 에도시대의 전설적인 검객으로서 1584년에 태어났다.(일반적인 견해, 어떤 경우는 1582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사시가 직접 자신의 출생연도를 밝힌 적이 없다고 하니, 썩 중요하지 않는거 같고 더군다나 그의 비문을 보더라도 태어난 해나 향년에 대해 기록이 없다고 한다. 태어난 해를 1584년이라고 파악하는 것은 <오륜서> 첫 머리에 "예순이라는 나이"라는 표현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사시가 붓을 들기 시작한 1643년에 60세였다고 치고, 이로부터 역산해서 계산하면 이러한 결과를 나온다. 물론 추정이다.

무사시가 태어나던 해에 다케다 가쓰요리가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연합군에게 패배한 후 할복하고, 석 달 뒤에는 오다 노부나가가 자살하면서 군웅할거의 전란은 점차 끝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었다. 치열했던 군웅할거 시대에 끝자락을 잡고 태어난 그였기에 그는 한평생 일관되게 싸움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로써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터득할 수 있는 자가 되었다.

그는 13살 어린 나이에 아리마 기헤이와 대결해 생애 첫 승리를 거두게 되는데 이러한 얘기는 <무슈 겐신공 전래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싸움에 임하기 전까지 앳된 소년으로 묘사되던 무사시는 막상 대결 장면이 되자 상대인 '아리마'를 번쩍 들어 올려 내동댕이쳤다는 것이다. 물론 앞뒤가 맞지 않아 명백한 창작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하지만 무사시는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명망 있는 신토류 무예가를 상대로 목숨을 건 승부에 임했고 결국 이겨냈던 것이다. 따라서 일찍이 검술에 비범한 자질을 보였고, 본인도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후 무사시는 무사의 길로 접어들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검법을 연마했으며 19살 때에는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전했고, 21살에 교토로 상경했다가 다시 천하를 돌아다니며 29살이 될 때까지 다른 유파의 쟁쟁한 고수들과 60여 차례 결투했던 것이다. 이때가 1612년인데 간류 섬에서 사사키 고지로와 대결해 승리를 거둔 후 이를 끝으로 더는 결투를 벌이지 않았던 것이다.

실로 대단한 인물이며, 그의 존재는 검을 쓰는 자들에게 영웅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그 후의 모습이다. 그는 병법의 도에 대해 더욱 심오한 도리(道理)를 얻고자 연마를 거듭해가다 50세 무렵 자연스럽게 병법의 도를 만났다고 말한다. 즉 "병법의 이치를 터득했다"는 것이다.

과연 한 번의 패배도 없이 평생토록 추구했던 "병법의 도"란 무엇일까? 그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보는 시간은 그야말로 광산에서 보석을 찾듯 재미가 있다. 그의 관해서 살펴보면서 책 소개에서도 나오듯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된 그의 사상을 『오륜서』를 중심으로 나열한 이 책은 다른 그의 전기와는 다르게 설득력 있게 다가 온다.

그렇다. 그는 칼과 무사의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역사상 최고의 사무라이로 인정받고 있으며, 자신이 터득한 검법을 고도의 정신성으로 승화시킨 『오륜서』를 남겨 검도(劍道)의 원조가 되었다. 미국인 기업가인 잭 웰치는 “『오륜서』는 위대한 세계적 군사이론 서적이다. 이 책에 소개된 전술 원칙은 훌륭한 귀감이 된다”고 말을 하였고, 또한 오륜서는 하버드대 MBA와 미 육군사관학교의 교재이자 세계 4대 병법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니 이 책은 단연 최고의 병법서이면서, 인간의 삶과 승부의 세계에 대한 본질을 통찰하는 중요한 책으로 우리 시대에 남아 있다.

병법 35개조 2조(고수란 무엇인가?)

제 2조 '병법의 도'는 "무릇 대규모 전투든 일대일 싸움이든 병법의 도란 모두 같은 뜻이어야 한다." (...) 병법의 터득 요령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마음을 안배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몸을 단련하여야 한다. (...) 즉각적으로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도록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이며 어딘가에 머물러 움직임이 멈추면 "죽은" 것이다.

또한 병법 상-중-하의 위(位)를 아는 것은 검술 기량에 세 단계가 있다. 다양한 공격 자세를 통해 강하고 빠르게 보이는 검술은 하위에 불과하다. 자잘한 기교에 능하고 박자가 잘 맞으며 겉으로 보기에도 훌륭해 보이는 검술이라도 아직은 중위(中位)라고 할 수 있다. 상위(上位)의 검술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며, 날카롭지도 빠르지도 않다. 결코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볼품없지도 않다. 그저 매우 올곧으며 고요할 뿐이다. p148-149

여기서 무사시가 말하는 것은 고수만이 볼 줄 아는 검술의 기량일 것이다.

탁구를 치다보면 상대방이 고수인지 아닌지는 단숨에 알게 된다. 고수는 무사시가 말하듯 다양한 공격 자세나 강하고 빠른 모습이 없다. 또한 자잘한 기교가 능하고 박자가 잘 맞아 보이지만 치다보면 그가 중위의 모습을 가진 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진정한 탁구 고수는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으면서 또한 날카롭지도 빠르지조 않게 매우 올곧은 자세로 탁구를 치는 모습을 보인다.

운동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이 움직이는 폼만 보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검술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고지에 이르면 그것이 눈에 보인다.

이어서 "배게 누르기" 기술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기술은 적이 미처 그 기술을 보이기 전에 미리 기술을 꿰뚷어보고 이를 압도하여 적의 공격을 미연에 차단하는 기술이다.

적이 치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그 기술이 머리를 눌러 기술을 펼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베게 누르기"라고 일컬어진다. 또한 적의 칼을 자신의 칼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그 무엇으로든 밟아 누르는 심정으로 적이 자유롭게 기술을 걸어올 수 없도록 하는 "검을 짓밟기"라는 가르침도 있다. p149

가장 중요한 병법의 도에 대해 무사시는 병법 25개조에서 이렇게 말한다.

"마음가짐"에서 "의의 마음은 가볍게 심의 마음은 무겁게"라고 표현한 이유는 적의 공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의식을 가볍게 움직이더라도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는 절대로 동요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상대방을 칠 때는 "평소에는 의의 마음을 발하고 의의 마음을 남기라. 칠 때도 한쪽 마음은 발하지만 동시에 적의 반격에 대비해 다른 쪽 마음은 스스로의 몸에 남겨주어야 한다. p150

마지막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점으로 "유구무구(有構無構)"를 말하고 있다. 검을 든 자세는 항상 적과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하며, 처음부터 공격하려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병법 35개조의 마지막 부분은 "만리일공(万理一空)"이라는 말로 마무리 되는데 이는 "만일일공에 대해서는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고 스스로 연구해 병법의 도를 터득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즉 이 정도의 경지는 심오한 경지임을 말해준다. p152

무사시가 보여주는 검도는 단순한 칼 솜씨가 아니라 마음의 도(道) 또한 이룬 수준 높은 검술임을 보게 된다. 무사시가 말한대로 "도를 폭넓게 알면 모든 것들이 서로 만나는 경우가 있다"라고 언급하며 "유학자나 불교도, 다도가나 예법자나 노가쿠를 하는 사람들"의 도를 예로 들고 있는 그의 '검술의 도'는 중국이나 조선에서도 없는 특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무사시는 육체적 무기인 칼의 세계를 정신적 문화인 도(道)의 경지로 고양시킨 자이다. 무사시의 위대성과 장점은 통념화된 관념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칼과 전투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사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오륜서』는 동서양 고전의 반열에 올랐을 뿐 아니라, 21세기 서양 지식인들과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애독되고 있다고 하니 단순한 검객을 넘어,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의 삶, 승부의 세계에 대한 본질을 통찰하고 있는 도(道)를 가진 검객이다.

칼 한 자루 들고, 마음의 도(道)를 단련하면서 "삶 속에 일어나는 무수한 적"을 유유(幽幽,悠悠)하게 없애야 겠다. 그렇다. 예부터 "무사, 무심"의 경지에 올라야 자연스럽게 진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 말을 끝으로 무사시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병법의 도"를 한 수 배우고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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