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 - 융 심리학이 말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만나는 시간 자기탐구 인문학 1
로버트 존슨.제리 룰 지음, 신선해 옮김 / 가나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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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접했던 '내면 아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내면아이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뇌 속에 저장된 어린 시기의 기억이 무의식 속에 남아 있어 성인이된 상황에서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에 집착하고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하며 상처 속에 머물며 산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떠나가 버렸다고 생각한 존재,

어른이 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존재

"내면 아이"

이 책은 융심리학의 입문서이자, 융 심리학을 우리 자신의 잠재력과 창조력을 좀 더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가이드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저자 '로버트 존슨'은 우리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력, 즉 페르소나 뒤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를 길들이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가장 소중한 과제임을 일깨워 준다. 우리 안에는 야생마처럼 거침없이 날뛰는 분노와 증오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그림자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그림자를 방치하고 그림자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면, 이상하게도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이 책은 트라우마나 콤플렉스 따위는 내 인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척'하는 것은 페르소나의 뛰어난 연기력일 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내 상처와 콤플렉스가 모여 있는 마음의 자리' 즉 그림자에 집중하도록 하여 우리의 삶에 묻어둔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게 한다. 다시 말해 끝없이 피하는 것보다는 용감하게 대면하도록 하면서 '그림자를 소중히 보살피는 삶'이 슬기로운 마음챙김의 비법임을 알려주고 있다. 내면에 억눌린 채 울고 있는 그림자가 있는가? 이 책을 통해 용감하게 대면하라.

그렇다. 이 책은 "삶을 뒤바꿀 수 있는 놀라운 통찰력이 담긴 책"이다!

그림자(억눌려 있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상처)와 친해진다는 것은 매 순간 바보처럼 곱씹는 다는 뜻이 아니다. 그림자는 주로 가까운 사람들과 나눈 시간들 속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 바로 가족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된다. 이때 부모가 내게 준 상처를 숨기지 말고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이기심과 폭력을 인식하며, 그들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 상처주지 않고 사랑하는 법을 모색하며 배워나갈 수 있다. 그림자는 절대 방치해서는 아니 된다. 그 이유는 그곳이 내면에서 끝없이 상처가 덧나는 고통의 장소가 되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자를 마치 보물처럼 여기고 보살피면 그 그림자가 존재하는 자리가 구원의 자리, 창조의 자리로 바뀌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있는 그림자를 제대로 직면하면서 그림자를 춤추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나를 괴롭히는 그 어떤 고통도 나를 파괴하지 못할 것이며, 내 안에 일어나는 모든 번뇌와 아픔도 내 미래의 삶을 위한 요긴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한 문장

부모로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부모 자신의 '살지 못한 삶'을 자각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안겨주고 싶다면, '살지 못한 삶'의 문제를 부모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무의식의 짐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해로운 일인데도, 모두가 이런 식으로 죄를 짓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기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여 의식함으로써 자가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p63

의식은 자기가 주인인 줄 알지만, 행동의 대부분은 의식 아래에서 이미 결정한 바를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결정은 보통 우리가 의식하기 직전에 무의식이 작용하여 이루어진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과정을 융은 거의 100년 전에 확인하여 콤플렉스라 명했다. 콤플렉스는 우리의 현실을 훤히 드러내고 기분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를 불안하게, 우울하게, 후회하게, 심지어 아프게도 한다. 무엇보다 최악은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우리의 타고난 능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떠한 변화에도 항상 같은 식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p101-102

'적극적 상상'이란 자기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말으 거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자신의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서, 경험을 형성하는 무의식적인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중략) 적극적 상상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적극적 상상과 꿈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를 보살피는 것보다 더 신과 가까이 소통하는 방법은 없다....적극적 상상은 신령한 힘을 신중히 헤아리는 새로운 형식의 기도다. 신령함이란 영적인 정신 상태나 신비감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성한 체험을 의미한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각자의 신을 알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적극적 상상과 비슷한 명상을 사용했다. 시인 콜먼 바크스가 알려주는 수피 전통에는 신비에 이르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건 기도가 있고, 그다음 단계인 명상이 있다. 그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은 바로 대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의 인도를 구하고자 할 때, 신을 형상화한 물체 앞에서 기도를 올리면 신이 듣는다고 믿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신상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뜨거나 감거나 어떤 식으로든 응답할 때까지 지그시 응시했다. 신상 앞에 인간의 양식을 공물로 놓아두기도 했다. 그와 함께 향을 피우기도 했다....이러한 고대의 풍습은 적극적 상상의 훌륭한 본보기다. 고대인들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할 줄 알았지만, 스스로 지적 수준이 더 높다고 믿는 현대인은 내면과 소통하는 대신 콤플렉스와 신경증에 시달린다. 고대의 신상과 신탁, 성물과 성소는 길잡이를 간구하는 이의 무의식적 에너지에 기준점 역할을 했다. 적극적 상상은 '미지의 존재'를 탐색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미지의 존재란 바깥 세계의 신령한 무엇일 수도 있고, 자기 내면의 심리적 경험일 수도 있다....적극적 상상을 통해 의식적으로 내면과 대화를 하면서 우리 안에 깨져 흩어졌거나 서로 충돌하는 내면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합칠 수 있다.

p171-174

책을 통해 깨달은 내용

우리 안에는 심각한 콤플렉스가 존재하여 어느 때든지 부정적으로 자신을 못난 사람, 잘못된 사람으로 보게 한다. 특히 어릴 때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내면에 남아 항상 어떤 문제에 지혜로운 성인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소심해지거나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어떤 경우는 '인정 중독'에 매여 무언가를 잘함으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한다. 그러니 매번 삶이 지치고 힘들며, 누군가 인정해 주지 않을 때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100년 전에 융이 말한 "콤플렉스" 안에 다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논점을 통해 이런 모든 콤플렉스를 이길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준다. 그건 바로 "적극적 상상"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기도이다. 고대인들은 신을 향해 기도하며 적극적 상상을 하며 그 신과 대화를 하며 삶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겨나갔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이런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그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해 혼자 '앓는 형태'로 나타나 자신의 삶을 괴롭히고 있다. 적극적 상상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셀프식 사고이며, '살지 못한 삶'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활기찬 방법이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때 한 펜싱 선수가 떠오른다. 펜싱 에페 종목에 참가한 박상영 선수는 21살의 한국 체대생으로 펜싱 대표팀의 막내였다. 15점을 먼저 내거나 타임 종료 시 득점이 높은

선수가 우승하는 펜싱 경기 방식에서 그는 10:14로 지고 있었다. 한 점만 더 내어주면 패하게 되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마지막 3라운드를 앞두고 그는 홀로 앉아 관중이 외쳐 준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자기 암시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후 경기가 진행 되었을 때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바로 믿기 힘든 역전이 이루어져 그에게 금메달이 돌아가게 되었다.

적극적 상상이란, 적극적 자기 대화로서 자신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자신에게 위로를 주며, 어두운 감정을 스스로 다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안에는 사실 가능성, 희망, 능력, 상냥함, 사랑, 너그러움, 고결함이 내재되어 있다. 이것을 적극적 상상을 통해서든 기도를 통해서든 끄집어 내면 내 안의 모든 그림자는 떠나가고 사라지게 된다. 무능하다는 생각을 버리라! 나는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버려라! 또 다시 내가 하면 사람들이 비웃을 텐데 하는 생각도 버리라! 과거의 모든 상처가 언제 내것이었느냐는듯 그것을 버리게 되면 내 삶이 '살지 못한 삶'에서 내가 어떤 것도 능력있게 감당해 내는 '살아내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선택에서 제외된 ‘살지 못한 삶’이 그림자가 된다)


오쇼 라즈니쉬가 "삶의 길 흰구름의 길"에서 이런 말로 책을 마무리하는 것을 20년 전에 나는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 글에 매료가 되어 내 삶의 "어두운 그림자"를 쉽게 걷어내는데 통찰력을 얻었다. 오쇼의 말은 바로 이 책이 말해주고자 하는 바를 명료하게 하며 삶에 '적극적 상상'을 주기에 마지막 메세지로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마치고자 한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는 데는 관심이 없다.

모두가 자기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는 데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그대가 상처를 받는 것은)

언제라도 (그대가) 상처 입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머리에 적게 들어 있을수록 상처는 더 많이 치유될 것이다.

머리가 사라진 삶을 살아라.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상처를 자라게 하지 말라.

그대 영혼에 상처를 내지 말라.

과거를 뒤돌아보라. 그러면 그대는 몇 가지를 기억할 것이다.

그대는 조그마한 아이였고, 교사가 그대를 바보 천치라고 불렀다. 그대는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고, 원한을 느낀다. 그대의 아버지가 어떤 것을 말했다. 아버지는 그것을 잊어버렸다. 그대가 그 일을 말해도 그는 그것을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대의 어머니가 어떤 식으로 그대를 취급했다. 그것은 상처가 되어 지금까지 그곳에 있다. 그 상처는 여전히 노출되어 있고, 늘 새롭다. 누군가가 그것을 건드리면 그대는 폭발할 것이다. 그 상처를 자라게 하지 말라. 그대 영혼에 상처를 내지 말라. 뿌리로 내려가라. 전체와 함께 있으라.

다른 어떤 사람도, 그대 외에는 다른 어떤 이도 그대를 파괴할 수 없다.

그대 외에는 다른 어떤 사람도 그대를 구할 수 없다.

[삶의 길 흰구름의 길] p415-416

그렇다. 융은 모든 상처(그림자, 억눌려 있는 나)를 벗어나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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