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 - 세상을 움직이는 힘, 부와 권력의 역사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문에서 저자는 '인류 역사는 700년에 달한다'고 말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정의대로 저자는 인류사를 정의하면서 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사를 바라보고 있다. 그건 바로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핵심어이다.

그 의미는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온 '세계화'와는 완전히 다른 것임을 저자는 염두에 두길 바란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총 세 번의 ‘글로벌리제이션’을 경험하였다. 제1차 글로벌리제이션은 160만 년 전~25만 년 전 기간 호모에렉투스가 유라시아대륙으로 퍼져나간 사건이며, 제2차 글로벌리제이션은 7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대륙을 나와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간 일이다. 이어서 제3차 글로벌리제이션은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로, 유럽인들은 배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원정을 다니며 막강한 힘과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두각을 나타내었다.

이 가운데 저자는 특별히 ‘제 2차’와 ‘제 3차’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두 차례에 ‘세계사의 중심축’이 형성되고 작동해온 주요한 맥락과 크고 작은 집단과 민족, 국가의 거대한 부와 권력이 만들어지고 이동해온 과정을 통찰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가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 2차 글로벌리제이션에서 인류는 세계 각지로 이주해 정착 생활을 사작했고 그 과정에 처음으로 농경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6대 문명’을 탄생시켰다. 6대 문명이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 그리고 양자강 문명과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말한다.

6대 문명 중에서 최초로 경제 성장에 성공한 문명은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들었던 ‘황하 문명’이다. 황하 문명은 양자강 유역에서 일어난 문명을 포괄한 ‘중국 문명’으로 변모했고, 세계에서 가장 생활 수준이 높은 문명을 이루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 문명의 패권은 놀랍게도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5세기 무렵까지 수천 년간 이어졌다고 하니 거대한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는 역사성을 보게 된다.

유럽, 아시아를 지배하다.

역사의 흐름은 바뀌는 법. 경제적 패권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포르투갈.에스파냐 등으로 대표되는 유럽이 뱃길을 통해 전 세계에 진출하며 부를 축적하는 동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안주하고 있었다. 즉 유럽은 구텐베르크 활자혁명.종교개혁.산업혁명 등을 거치며 세계 패권을 거머쥐게 된다. 그리고 그 패권은 제 1.2차 세계대전 이후 채무국이었던 미국은 전쟁이 끝나고 채권국으로 변신한다. 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뉴욕은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 무역 결제의 중심으로 무대에 당당히 올라서게 된다. 그때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4년 무렵이 일이었다.

그러나 미국이라고 영원할 수 없다. 쇠퇴의 길을 걷는 가운데 특히 1973년 제 4차 중동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되면서 미국은 당시 석유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인 '메이저'라 불리는 석유회사였는데 중동 전쟁으로 그 결정권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로써 자본주의 진영에서 바라본 전후 경제는 완전한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어서 사회주의 나라가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는 시기가 찾아오지만 다시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어서 다시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로 돌입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15~16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500년 넘게 이어져 온 서방 세계의 패권은 21세기 내내 변함없이 지속되는 모습을 아직은 보여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유럽에 비해 아시아의 경제력이 세다가 근세에 역전되고 현재는 아시아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을 볼 때 아시아의 '부흥'이 아니라 '재부흥'이라는 표현이 저자의 말처럼 옳아 보인다. 다만 아시아의 재부흥은 미국이나 유럽이 만든 구조를 이용했고 독자적인 구조를 형성하지 못했음을 볼 필요가 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아시아는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은 과거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그리고 국가단위로 보면 2017년 기준으로 GDP가 현재 세계 2위를 달린다.(p262)


이렇게 된데에는 중국 정부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에 있다. 바로'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다. '일대일로'란 중국 주도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지칭한다. 35년 간(2014~2049)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국가의 경제․무역 합작 확대의 길을 연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실크로드 경제 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포함한 '일대일로' 구상을 정식으로 검토하며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물류 시스템 재구축 정책을 실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만일 이 정책이 성공하면 유라시아 세계의 물류가 육로와 해로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통합되게 되는 장엄한 역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이 추진하는 정책과 목표가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재 중국의 최대 문제는 공해 문제이다. 토양 오염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간과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일대일로 정책의 문제점은 바로 환경 오염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직면한 문제 중에 또 하나는 내륙부와 연안부의 임금 격차의 심각성이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해겨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더불어 패권 국가란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며 '자동'으로 이익을 획득 할 수 있는 나라를 말하는데 '일대일로'는 아무리 뜯어봐도 이익을 창출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한 정책으로 보이지 않아 중국이 전 세계 주도권을 쥐지 못한다는 결론을 저자는 도출해 내고 있다.

저자는 세계를 한 눈에 보려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류 5,000년사의 흐름과 판도가 장기판처럼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며, 무엇보다 저자의 눈을 통해 세계 경제 패권의 역사의 그 중심축이 어떻게 이동해왔고, 향후 어떻게 이동해 갈 것인지에 대해 풍부하고도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정교하고 치밀한 역사 해석과 함께 날카로운 통찰력을 분명히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 처음부터 이 책은 경제사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세계의 변모를 최대한 압축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갖게하는데 꼭 필요한 필독서로 추천하는 바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제의 흐름이 어떻게 변모할지도 주목해 봐야 하는데 저자는 세계가 현재 하나의 운명 공동체가 된 이 시점에서 이제는 함께 잘살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지금 시대는 정보만 아니라 전염병도 내 문제가 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에 더해 산업화를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의 부작용이 환경오염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 모두의 관심사요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주지시켜 준다.

과연 앞으로 어느 나라가, 혹은 어느 문명권이 무엇을 무기로 세계 퍠권을 장악하고 세계사의 중심축이 될지를 이 책과 함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코로나를 면밀하게 지켜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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