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벤허 (190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그리스도 이야기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 월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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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벤허라는 대작을 접한다는 설레임은 사실 굉장히 컸다.

누구나 그렇듯이 영화를 통해 처음 "벤허"를 접했다.

우레와 같은 함성, 흙먼지를 뚫고 질주하는 경주마들, 튀어 오르는 전차 바퀴와 나뒹구는 기수, 콜로세움을 꽉 채운 열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을 만나는 극적인 장면과 주인공의 얼굴 표정 등등……영화의 장면들이 수십년 전에 봤지만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바로 그 영화(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원작, 루 월리스의 소설 《벤허》로서 질 좋은 양장본으로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무언가는 모르게 감회가 새롭다고 할까 경외감마저 들었다고 한다면 너무 크게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책을 받아보면 마치 경전처럼 위엄스런 모습이 보인다.

벤허의 부제를 보면 ‘그리스도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유대왕자 벤허가 가문을 몰락시킨 옛친구 로마장군 메살라에게 펼치는 복수극을, 예수의 탄생과 죽음(기독교 탄생)과 교차시켜 개인의 복수를 전 인류의 구원까지 확장시키는 웅장하고 화려한 대서사시이다.

이 책의 장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건 세계 최대 무역도시 예루살렘과 오아시스 도시 안디옥, 로마제국 해군함대와 지중해 무역상들, 사막 카라반과 노예와 검투사, 조로아스터교도와 사마리아인과 동방박사 등 화려하고 독특한 배경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아카데미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책의 원작을 통해 만든 영화 『벤허』는 역대 아카데미상 최다수상작이라고 한다.

먼저 이 책의 키워드를 보자!

이 책의 키워드

‘인간에게 신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과연 신은 어떤 존재인가?’

‘아니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2천년 전 벤허도, 오늘날 우리도 여전히 찾아헤매는 의문에 대한 과감한 탐구가 이 책 안에 들어 있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일화

소설과 1959년판 영화의 기독교 성향 및 영향력 때문에 거짓 루머에 인용되기도 한다. 주된 내용은 월리스가 무신론자였다가 '회개'해서 독실한 개신교 신자가 되어서 벤허를 집필했다는 것.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월리스는 처음부터 평범한 개신교 신자였다. 다만 유명한 불가지론자인 로버트 잉거솔(Robert Ingersoll)과 대화를 나눈 뒤, 자신이 종교와 신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음을 인정하고 '이번 기회에 신앙심을 다잡고 신학 지식을 제대로 배워서 글을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벤허를 집필하게 되었다며 소설의 서문에서 이 부분을 밝히고 있다.

-나무위키


기본 줄거리

이 책 앞장을 보면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어 읽고 가면 매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벤허'에 대해 간략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 책의 기본 줄거리가 여기에 다 설명되어있다.

그래도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있기에 부연 설명과 함께 전체 줄거리를 소개하면 이러하다.

주인공은 예루살렘의 귀족인 허(Hur) 가의 이드마르의 아들 유다 벤허('허' 가문의 아들이라는 뜻)인데, 어린 시절 친구이자 로마인인 메살라가 예루살렘 주둔 로마군의 일원으로 돌아와 재회하게 된다. 메살라는 벤허에게 로마가 유대인을 통치하는걸 도와달라고 하지만, 로마에 억압당하는 유대인들의 처지를 고민하던 벤허는 메살라의 제의를 거절하고, 이 일로 두 사람은 의절하게 된다. 얼마후 로마의 새 총독이 부임하여 벤허의 집 옆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옥상에서 구경하다가 무심코 건드린 기와가 하필이면 총독의 머리에 맞는 바람에 '총독 암살 미수 현행범'으로 몰리게 된다. 결백을 호소했지만, 옛 친구 메살라가 오히려 "유다(벤허)가 범인이다. 체포하라!" 모함하여 결국 벤허는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노예가 되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로마군에게 끌려가 행방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벤허는 갤리선이 해적에게 습격받았을때 그전부터 자신을 눈여겨 본 로마 귀족이자 함대사령관인 퀸투스 아리우스 제독을 구조하게 되고, 이로 인해 훗날 집정관까지 오른 아리우스 제독의 양자가 된다. 그리고 몇년후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양부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과 지위를 이용해 가족을 되찾고 원수를 갚기 위한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즉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메살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벤허는 메살라가 출전하는 대규모 전차경주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메살라 역시 죽은 줄 알았던 벤허가 살아 돌아오자 그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며 흥미진진한 싸움이 이어진다.


이 책의 한 문장

‘신은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p315

'우리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서 구원된다는 점을 잊으셨소.

사람을 신하로 보는 것은 왕의 야망이고,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려는 것은 하느님의 갈망이라오.' p389

발타사르는 경건하게 눈을 들었다.

"왕국이 있소. 지상의 왕국이면서, 지상보다 더 넓은 왕국이지.

지구보다, 바다와 육지보다 더 넓은 왕국이오. 바다와 육지를 순굼처럼 돌돌 말아서

망치질로 편 것보다도 넓어. 이 왕국의 존재는 우리의 심장칸큼이나 생생해.

그런데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왕국을 지나 여행하면서도 아무것도 못 보는 거야.

육신이 아니라 영혼을 위한 왕국이기 때문이지! 거기에는 상상도 못해 본 영광이 있소.

특별하고 독보적인,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 p391

벤허라는 책은 단지 영화로만 볼 때 '벤허(이스라엘)와 메살라(로마)의 대결로만 보인다.

그러나 작가 루 윌리스는 벤허를 역사 소설에 한정짓지 않고 한 청년의 복수극을 종교적 화해(기독교의 이해)로까지 끌고가서 우리에게 '예수'란 존재를 소개하며 그 예수가 꿈꾸는 왕국을 보여준다.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 나라와 다르게 한국교회가 욕을 먹고 있는 상황에 이 책은 어쩌면 비기독교인들에게는 낯설음을 넘어 외면하는 도서가 될 수 있겠지만 신앙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믿음의 깊이를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물론 종교를 떠나서 이 책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삶의 깊이, 종교의 세계를 보여주며 독자들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이 있는 책이다. 현대인의 삶에도 여전히 원한이 있고 복수와 증오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 벤허를 통해 인간이 결국 얻을 승리가 무엇이며, 인간은 복수가 아닌 '용서와 사랑'으로서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함을 겸허히 배우게 된다.

“복수가 신의 것이라니! 그 세월 내내 나는 복수를 꿈꿔 왔는데…….”

“이제 그가 왔으니, 그는 정복자 왕인가 영혼의 구원자인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니.”

저자 및 역자

루 월리스 (Lew Wallace) 1827년 미 동부의 인디애나 주 소도시 브룩빌에서 태어나 1905년 같은 주 크로퍼즈빌에서 79세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법률가이자 장군이며 정치인이자 작가다.

그는 저자 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열정적이고도 낭만적인 성격으로,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문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판에 박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다. 8세 때 어머니를 잃은 데다 변호사로 활동하는 아버지와 뜻이 맞지 않아 16세 때부터 독립하면서 지역 신문사나 군청에서 일하는 가운데 틈틈히 시와 소설을 습작하면서 꿈을 키워나갔다. 그 꿈이 이어지면서 50세 때인 1876년부터 예수그리스도의 생애와 가르침을 소설로 구상하여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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