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아 吾友我 :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 오우아 吾友我
박수밀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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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의 불행은 방 안에 조용히 혼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파스칼 [Pascal, Blaise]

남을 보느니 나 자신을 보고, 남에게서 듣느니 나 자신에게 듣겠다.

위백규[魏伯珪]

책의 제목이자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호이기도 한 ‘오우아吾友我’는 ‘나는 나를 벗 삼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어쩌면 내 마음에 맞는 책이 나에게 도착하여 나를 조용히 그리고 명확하게 내 신념을 굳히게 한다.

책은 첫 장 부터 내 마음을 뺏기는 문구가 많았다. 그래서 평소 내가 쓰는 펜을 통해 줄을 치면서 읽었다.

좋은 문장은 내 마음을 충분히 위로하고 삶을 안내해 준다.

여기에는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품위와 내 자존감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이들이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주변 눈치를 보며 ‘가짜 나’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찾고, 남에게 보이는 나를 통해 행복을 찾는다. 돈에, 관계에, 욕심에 이리저리 치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놓치기 일쑤다. 이 책은 이처럼 삶의 길목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잠시 멈춤’을 통해 마음을 살피고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행복이 비결, 자족에 대한 글이 내 마음에 글을 써내려갔다.

조선 후기의 시인인 '이이엄(而已广), 장혼(張混)'은 적게 욕망하고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중인(中人) 출신이었다. 당시는 아무리 뛰어나도 벼슬에 오르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아주 어렸을 때 개에게 오른쪽 다리를 물려 평생 다리를 절어야 했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가난 때문에 벼슬을 했으나 봉급이 너무 작아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날마다 가난으로 괴로워하며 마음 속에 항상 고통을 숨겼다. 가난을 통곡하고 싶었으나 감히 통곡도 못한지가 이미 오래였다."

그의 고백에서 보듯 그는 가난에 허덕이면서 살기 위해 부잣집 가정 교사 노릇을 하고 허드렛일도 하였다.

가난에 벗어나기 힘들자 이웃에 살던 김종수 정승에게 편지로 도움을 요청했는데 하급의 아전 자리를 얻은 후 능력을 인정받아 32살에 교서관의 '사준'으로 취직했다. 사준은 책의 교정을 맡은 직책이다.

그로부터 평생 전문 편집자의 길을 걸었는데 솜씨가 뛰어나 궁궐과 민간에서도 교정을 부탁하였다.

특히 책 한권을 만들면 품계를 올려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는 번번이 이런 말을 하며 사양했다.

"봉급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받겠지만 승진은 제가 욕심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정조는 기특하게 여겨 봉급을 더 올려주었다고 한다.

p24

책은 이렇게 처음 부분부터 너무 괜찮은 인물을 소개하며 몰입도를 더한다. 그리고 "장혼, 『평생의 소망』 이라는 글을 올려 놓았는데 내 인생의 문장으로 삼고 싶은 글이다. 긴 내용이지만 소개하고 싶다.

홀로 있을 때는 낡은 거문고를 어루만지고 오래된 책을 펼쳐 보며 한가롭게 드러누우면 그뿐이다. 잡생각이 나면 밖으로 나가 산길을 걸으면 그뿐이고 손님이 오면 술을 내와 시를 읊으면 그뿐이다. 흥이 오르면 휘파람을 불며 노래를 부르면 그뿐이다. 배가 고프면 내 밥을 먹으면 그뿐이고 목이 마르면 내 우물의 물을 마시면 그뿐이다. 춥거나 더우면 내 옷을 입으면 그뿐이고 해가 저물면 내 집에서 쉬면 그뿐이다. 비 내리는 아침, 눈 오는 한낮, 저물녘의 노을, 새벽의 달빛은 그윽한 집의 신비로운 운치이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 주기 어렵다. 말해 준들 사람들은 또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날마다 스스로 즐기다가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내 평생의 소망이다. 이와 같이 살다가 마치면 그뿐이리라.

p24-25

이이엄(而已广)이란 뜻은 "그뿐이면 족합 집"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너무 괜찮은 이름이다.

이 말은 당나라 시인인 한유에게서 가져왔다. "허물어진 집, 세 칸이면 그뿐"이라는 구절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익의 조카이기도 한 "혜왕 이용휴"를 소개한다. 남인계의 학자인데 본래 명문가 집안이었으나 큰 아버지로 인해 역적의 집안으로 내 몰린 후 과감히 벼슬길을 포기하고 평생 재야의 학자로 살아간다. 그는 성공과 권력의 길은 걷는 대신, 문학을 존재 증명의 방편으로 삼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열어갔다. 그에게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들었는데 당시 연암 박지원과 쌍벽을 이루는 문단의 큰 학자이다. 그가 한 말이 또 다가 온다.


수많은 성인은 지나가는 그림자, 나는 나로 돌아가길 원할 뿐. p32

저자는 내가 들어본 이름을 소개한다. 수년 전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다산 정약용 생가를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생가 맞은 편에는 실학 박물관이 있는데 거기서 "홍대용"이라는 사람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홍대용의 말을 빌려와 이렇게 말한다. 즉 남을 변화하도록 만드는 힘은 나를 억지로 강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 자신이 바뀌는 데 있다는 내용의 글인데 적어 본다.

나 자신부터 선해야 마땅히 좋은 사람은 좋아하게 되고 악한 자는 싫어하게 되어 선한 자는 자연히 가깝게 되고 악한 자는 절로 멀어진다. 어찌 다른 까닭이 있겠는가? 말하자면 돌이켜 내 자신에게서 구할 따름이다. p64

남을 변화하도록 만드는 힘은 내 자신이다. 저자는 "마중지붕"이라는 사자성어를 얘기한다. 삼밭의 쑥대라는 뜻이다. 헝클어진 머리를 쑥대머리라고 하듯이 쑥대는 제멋대로 자란다. 그런데 말이다. 쑥대를 삼밭에 심으면 곧게 자라는 삼을 닮아서 곧게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예전 아는 분이 고추를 종류별로 다르게 심었다고 한다. 청양고추와 오이고추를 심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오이고추가 청양고추처럼 되어지고 매워지더라는 것이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처럼 누구와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이덕무라는 사람을 또 소개한다. 그는 자신을 일컬어 '간서치(看書痴)'라 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책 바보라는 뜻이다. 단 하루라도 손에서 책을 놓아본 적이 없다. 슬픈 일이 닥칠 때 살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다행히 눈이 있어 책을 들고 마음을 위로하다 보면 조금 뒤엔 절망스러운 마음이 안정될 정도로 책은 그에게 안정제이며 영양제이다. 그는 정조 시대를 살았던 인물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도 공부가 좋아 공부만 하며 살다가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등용되었는데 그러나 굶주림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조선의 책벌레 5인..정도전 세종대왕 이율곡 유만주 이덕무

하루는 이덕무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집안에 제일 값비싼 것을 팔았는데 항상 손에서 놓지 않았던 <맹자>를 팔아 쌀을 샀다. 글을 하는 선비가 책을 내다 판다는 것은 가지고 있던 전부를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덕무는 책을 팔아 밥을 해먹고는 유득공을 찾아가 크게 자랑한다. 유득공 또한 이덕무와 마찬가지로 ‘그대가 옳다’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좌씨전>을 팔아 이덕무와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 사람이란 이렇게 학문 보다는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p45

주나라 초기의 강태공이 생각이 난다. 그는 80세까지 변변치 않았고 책 읽기에만 집중하며 집안을 돌보지 않았다. 어느 날 부인 마씨가 책만 읽고 있는 강태공에게 비가 오면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를 거두어 놓으라고 당부를 하고 들로 일을 하러 나갔는데 얼마 후 비가 많이 와서 부인이 일하다 말고 집에 와보니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가 모두 빗물에 떠내려가고 없더라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그리하여 조강지처는 그를 떠나게 된다. 나중 강태공이 제후가 되었으며 돌아온 아내를 문전박대하였다고 하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이덕무의 글 하나를 남겨 본다.

그제야 비로서 마음에 맞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한평생을 두고 말하더라도 마음에 꼭 맞는 날을 얻기는 매우 힘들다. 좋은 수레를 타고 진수성찬을 먹는 사람도 때때로 근심 걱정은 있기 마련이다. 일년 아니 한 달에 마음에 딱 맞는 날이 얼마나 될까?

p44 / 이 배경은 이덕무가 아이와 함께 나뭇잎을 몇 개 따서 붓으로 내키는 대로 글씨를 쓰며 해가 질 때까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 마루로 돌아와 아이와 함께한 하루를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을 띠울 때에 생각난 경험을 쓴 글이다. 행복한 하루지만 문득 서글픈 마음이 몰려왔는데 그건 '오늘처럼 마음에 꼭 드는 날이 얼마나 될까?'라는 것이다. 지독한 가난, 가족의 병치레 등등 그에겐 힘든 일이많았다.

이 책의 구성을 간단하게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책은 ‘잃어버린 나를 찾는 길’, ‘삶의 태도를 바꾸는 길’, ‘욕망을 다스리는 길’, ‘당당히 혼자서 가는 길’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고전에서 선별한 50가지 명문(名文)의 진수를 통해 인간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를 보는 눈,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까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사회가 원하는 욕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옛 지식인들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공부의 극치(克治), 마음공부에 대해서 단락별로 읽기 쉽게 편집해 놓았다. 공자와 노자, 조선 시대 학자들의 삶과 문장들을 가져와 "주체적인 삶과 사고"를 하도록 도와준다.

조선 시대 학자인 박제가, 박지원, 이덕무, 이용후는 삶이 불안할수록 ‘나’에 주목했다. 습관, 삶의 태도, 늙어감, 욕심, 관계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사유하면서 ‘나답게 사는 법’을 평생 고민하며 그 길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현대적 고전이며 "내 삶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790년 두 번째로 북경에 갔을 때 사귄 청나라 학자 나빙(羅聘, 1733-1799)이 박제가에게 그려준 묵매화와 초상화. 초상화 옆에 쓴 시에서 나빙은 박제가를 일컬어 ‘매화가 사람 몸을 입고 태어났다’고 말한다(愛君丰韻將何比 知是梅花化作身). 藤塚鄰. 2008. 《秋使 金正喜 硏究 - 淸朝文化 東傳의 硏究》 윤철규·이충구·김규선 역. 과천문화원. 73쪽에서 76쪽.

박지원의 합리적인 이성,

이덕무의 온화한 성품,

박제가의 뜨거운 이상을 이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끝으로 '삶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며 나의 주인은 오직 나뿐임을 시사하는 문장'을 말해본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다음에 남이 업신여기고, 집은 반드시 스스로 허문 다음에 남이 허물며, 국가는 반드시 스스로 친 다음에 남이 친다.

-맹자, 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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