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보면 "서정희"라는 여성이 어떤 여성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솔직하게 마치 루소의 고백록처럼 자신의 치부와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글을 써내려 간다.
공주컨셉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이며, 청소에서도 식탁에서도 외출에서도 백조같은 우아함에 목숨 걸며 사는 여성이다. 청소 부분에 대한 내용을 읽고는 서장훈씨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서정희라는 여성은 결코 못 따라 가리라 생각된다.
읽으면서 독자가 때론 숨이 막혀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녀도 밝혔듯이 강박에 가까운 성향은 종종 불필요한 다툼거리가 되었다. 딸 동주는 집이 편하지 않다고 한다. 빈틈없는 살림으로 완벽한 가정을 꿈꾸며 만들어 놓았던 것이, 즉 잘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전남편은 그녀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냈고,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들의 얘기도 덧붙였다. 27살 때 하루는 자기 방을 청소하지 말라고 했다. 이유는 자기 냄새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을 잠그고 외출을 했는데 서정희씨 성격상 청소에 대한 강박에 달했던 때라 몰래 문을 열고 청소를 했다. 그것이 어느 날 들켜버렸고 아들은 푹발하면서 온 집안의 물건들을 다 흐트러 놓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엄마를 가장 괴롭게 하는 일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고는 "엄마는 기분이 어때? 난 늘 이런 기분이야"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인지 책을 다 읽어봐야 읽으면서 숨이 막힐 것이다.
다만 몇가지만 말한다면 눈을 뜨면 침대 시트부터 정리한다. 호텔 객실의 침구처럼 주름 하나 없이 세팅한다. 언젠가 지인들의 모임게 갔는데 '손이 왜 그렇게 빨개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집에서 열심히 손다림질로 시트 주름을 일일이 펴고 왔기에 손에 불처럼 열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침에 일어난 후 밤사이 침구에 밴 온기와 냄새를 빼기 위해 커튼을 젖히고 창무늘 연 다음 이불을 걷어 벽에 말린다. 기장 긴 양털 먼지떨이로 천장과 벽의 먼지를 털어내고 짧은 것으로 TV와 가구 위의 먼지도 털어낸다. 침대 정리 후 찍찍이로 먼지를 털어내며, 커튼도 화초를 보듬듯 매일 먼지를 털어 낸다. 서랍 정리는 일주일 단위로 모두 정리하도록 요일별로 한 구역씩 정해 놓았으며 아침마다 레스토랑처럼 테이블 세팅을 해두는데 그날 그날 날씨에 따라 잔과 접시를 세팅한다. 이렇게 해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세팅해 놓은 그릇을 치우고 세제 없이 물만 행군 다음 마른행주로 해서 선반에 올리고 새로운 잔과 접시를 꺼내 세팅한다.
부엌 다음 욕실인데 욕실 유리벽의 먼지를 털고 물청소를 한 다음 바닥 청소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 마른 걸레로 물기를 모두 제거한다. 청소하는 동안 클래식 음악에 롱스커트를 입고 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손님이 온다고 그러면 꽃 시장부터 가서 자신이 연출하고 싶은 대로 연출하는데 무려 40년 동안이다.
읽으면서 뭔가 모르게 전 남편이 갑갑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독자인 나는 깔끔한 것이 좋다. 어쩌면 매일 이렇게 청소해 주면 감사한 일이다.
예쁜 얼굴이며(젊은 시절 최진실 닮은 모습이 보인다), 살림 센스도 놀라울 정도이며 남편에게 매우 극성맞을 만큼 잘했을 거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차이도 있기에 고분고분 하는 모습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부부의 일은 부부만이 알기에 여기서 패스를 하련다. 무서울 정도로 완벽주의자이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녀가 말한대로 이건 "서정희 다움"이다. 이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