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니 좋다
서정희 지음 / 몽스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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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정희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밑에 있는 사진 두 장은 "서정희"라는 여성을 말해주는 대표적 사진 일것이다.






 

만 18세의 나이에 결혼을 하여 32년간 서세원이라는 한국의 대표적 개그맨과 이혼을 하게 된다.

그 이혼은 모든 세상이 알도록 시끄럽게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녀 나이 58세에 그는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상처와 그 간에 있었던 일들을 글을 통해 에세이처럼 써내려 갔고,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독자들에게 들려졌다.

"이제 홀가분하다"

"혼자가 되고 비로서 진짜 나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40년 가까이 살았던 크고 화려한 집이 아닌, 혼자 사는 19평 집에서

비로서 진짜의 삶을 시작했다."

책을 읽어보면 "서정희"라는 여성이 어떤 여성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솔직하게 마치 루소의 고백록처럼 자신의 치부와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글을 써내려 간다.

공주컨셉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이며, 청소에서도 식탁에서도 외출에서도 백조같은 우아함에 목숨 걸며 사는 여성이다. 청소 부분에 대한 내용을 읽고는 서장훈씨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서정희라는 여성은 결코 못 따라 가리라 생각된다.

읽으면서 독자가 때론 숨이 막혀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녀도 밝혔듯이 강박에 가까운 성향은 종종 불필요한 다툼거리가 되었다. 딸 동주는 집이 편하지 않다고 한다. 빈틈없는 살림으로 완벽한 가정을 꿈꾸며 만들어 놓았던 것이, 즉 잘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전남편은 그녀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냈고,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들의 얘기도 덧붙였다. 27살 때 하루는 자기 방을 청소하지 말라고 했다. 이유는 자기 냄새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을 잠그고 외출을 했는데 서정희씨 성격상 청소에 대한 강박에 달했던 때라 몰래 문을 열고 청소를 했다. 그것이 어느 날 들켜버렸고 아들은 푹발하면서 온 집안의 물건들을 다 흐트러 놓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엄마를 가장 괴롭게 하는 일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고는 "엄마는 기분이 어때? 난 늘 이런 기분이야"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인지 책을 다 읽어봐야 읽으면서 숨이 막힐 것이다.

다만 몇가지만 말한다면 눈을 뜨면 침대 시트부터 정리한다. 호텔 객실의 침구처럼 주름 하나 없이 세팅한다. 언젠가 지인들의 모임게 갔는데 '손이 왜 그렇게 빨개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집에서 열심히 손다림질로 시트 주름을 일일이 펴고 왔기에 손에 불처럼 열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침에 일어난 후 밤사이 침구에 밴 온기와 냄새를 빼기 위해 커튼을 젖히고 창무늘 연 다음 이불을 걷어 벽에 말린다. 기장 긴 양털 먼지떨이로 천장과 벽의 먼지를 털어내고 짧은 것으로 TV와 가구 위의 먼지도 털어낸다. 침대 정리 후 찍찍이로 먼지를 털어내며, 커튼도 화초를 보듬듯 매일 먼지를 털어 낸다. 서랍 정리는 일주일 단위로 모두 정리하도록 요일별로 한 구역씩 정해 놓았으며 아침마다 레스토랑처럼 테이블 세팅을 해두는데 그날 그날 날씨에 따라 잔과 접시를 세팅한다. 이렇게 해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세팅해 놓은 그릇을 치우고 세제 없이 물만 행군 다음 마른행주로 해서 선반에 올리고 새로운 잔과 접시를 꺼내 세팅한다.

부엌 다음 욕실인데 욕실 유리벽의 먼지를 털고 물청소를 한 다음 바닥 청소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 마른 걸레로 물기를 모두 제거한다. 청소하는 동안 클래식 음악에 롱스커트를 입고 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손님이 온다고 그러면 꽃 시장부터 가서 자신이 연출하고 싶은 대로 연출하는데 무려 40년 동안이다.

읽으면서 뭔가 모르게 전 남편이 갑갑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독자인 나는 깔끔한 것이 좋다. 어쩌면 매일 이렇게 청소해 주면 감사한 일이다.

예쁜 얼굴이며(젊은 시절 최진실 닮은 모습이 보인다), 살림 센스도 놀라울 정도이며 남편에게 매우 극성맞을 만큼 잘했을 거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차이도 있기에 고분고분 하는 모습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부부의 일은 부부만이 알기에 여기서 패스를 하련다. 무서울 정도로 완벽주의자이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녀가 말한대로 이건 "서정희 다움"이다. 이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며 행복하다.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나를 괴롭힌 건 저 두 가지 사건이었다.

나는 특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안식을 주고자 했는데 정작 그는 집이 불편하다며 나갔고, 영국 영화 속 상류 사회 도련님처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아들은 지옥 같았다고 한다. 내가 자유로워지려면 청소 강박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막 살자, 막 살아야겠다.

p43

그렇다. 막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막 살아도 일반 주부들처럼 더 깨끗하게 하고 예쁘게 꾸며 놓겠지만 서정의 다움을 버리는 것도 결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시시한 할머니가 되지 않으려고...

나는 적어도 20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반복하면서 내 몸에 기억시키는 훈련을 해왔다. 할머니들처럼 O자 다리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정형외과에서 쓰는 다리 교정용 벨트로 다리를 묶고 책을 읽는다. 하루에 5분 동안 꼭 묶어둔다. 10년 넘게 지속함. p79

서정희라는 여성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적어놓았다. 그의 글 솜씨는 좋다. 다방면의 지식도 있으며 효과적인 글쓰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글쓰기의 진정한 장점은 나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치부도 아끼지 않고 적어 놓았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적어 놓았다.

"내가 편식하는 걸 못 견뎌하는 사람도 많지만,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고쳐 쓰는 걸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밥 먹는게 꼴보기 싫은 사람은 밥때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당당해진 모습이 좋아 보인다. p102

왜냐하면 그녀가 겪은 사건은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98페이지를 보면 만천하에 엘리베이터 사건이 공개되면서 친정 식구들이 매우 극진히 챙겼다고 한다. 혹시라도 나쁜 선택을 할까봐 가족들은 순번을 정해 보초를 서듯이 그녀 곁을 지켰다는 것이다. 잘 이겨내어서 감사하다 하겠다. 생명은 귀한 것이다. 어떤 생명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다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 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 얘기한다. 만천하에 그녀는 신앙의 사람이며 새벽기도를 철저히 하는 여성으로 비췬다. 신앙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그건 "외로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결혼 후 철저히 혼자가 됐다. 친정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 갔고, 일찍 결혼한 탓에 친구 관계로 다 끊어져 버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어두움 뿐이었는데 그 앞에 신앙의 대상인 주님이 있었다. 신앙을 가진 후 그녀는 기쁘나, 슬프나, 고민이 있거나 회개할 일이 있어도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을 찾는다.

책 끝부분엔 그녀의 솔직한 마음이 또 표현된다. 책을 내면서 말랐던 눈물이 다시 나오고 부아가 치밀기도 했다는 것이다. "부아"가 치민다? 그렇다 살면서 부아가 치밀어 오고 피가 다시 꺼꾸로 쏟아질 때도 있을 것이다. 지워버리고 싶은 장면도 있지만 책은 그 모든 것을 담아낸다. 연속극 같은 인생을 서서히 로맨틱 코미디로 바꿔가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책은 끝을 맺는다.

그렇다. 그녀는 "혼자 사는 게 좋다"고 말한다.

솔직한 내용에 남편과 가족이 힘들었을 얘기를 담담하게 솔직하게 담아내어 주어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행복하고 늘 마음에 기쁨이 넘치고 자기 스스로 당당하면서 세상을 새롭게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구속되지 않는 완벽주의자, 널널하며 자유분방함이 있는 완벽주의자가 되면 좋겠다. 서정희라는 사람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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