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 도구 -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김자영.이진주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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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건을 따라 떠나는 여정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삶의 물건

물건에 대한 애착은 누구에게나 있겠다.

어릴적 실제 야구공을 손에 쥐게 되었다.

1980년대 당시 야구공은 진귀한 물건이라 하겠다.

소중한 곳에 놔두었는데 어느 날 불알 친구가 그것을 달라고 하였다. 그때 생각으로 그 친구는 대구로 이사 가게 되었기에 멀리 떠나게 되는 친구에게 우정으로서 정말 귀했던 ‘물건’을 주게 되었다.

8년 전에 나에게 있어 소중하게 간직하며 귀하게 여기는 것이 손 안에 들어왔다. 그것은 맥가이버칼 이름으로 유명한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이다.


기능성과 함께 고가의 고급스러운 칼을 가진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손에 보석을 쥔거와 같은 느낌이다.

이외에도 나에게는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이 진열장에, 책꽂이에, 서랍 안에 넣어져 있다. 그렇다고 집착하듯 많은 물건을 쌓아둔건 아니다. 그렇지만 수집사가 모으듯 내가 소중히 여기는 ‘분더캄머Wunderkammer’가 있다.

Wunderkammer“경이로운 방” 혹은 “호기심의 방”을 의미한다.

여기 이 책에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물건에 담긴 이야기’가 있다. 물건을 살피다 보면 그 물건에 더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월간 생활 도구』는 두 저자(김자영, 이진주)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직접 사용한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온라인에서 '카탈로그' 상점을 운영하는 저자는 생활용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물건에 담긴 기록을 찾아 나섰다. 책 제목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열두 달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전하는 방식으로 엮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에 어울리는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물건을 저자는 소개한다.

삶과 맞닿아 있는 사물

물건은 만든 이와 사용하는 이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만큼 더욱 신중히 고르고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를 골라도 잘 골라야 하는 마음이 나에게는 유독히 있다. 책 하나를 고를 때도 첫번째 올려진 책은 사지 않고,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곳, 책 제본이 완벽히 된 책을 고른다. 전자제품이든 내 옷을 고르든 최소한 쇼핑 시간은 1시간을 넘는다. 때론 며칠을 고민하며 따져보며 사는 것이 '물건 덕후'들의 버릇이라고 하겠다.

그렇다.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로 하루가 특별했던 경험이 있다. 작년에는 코오롱 스포츠에서 나오는 원터치 팝업 그늘막을 드디어 구매했다. 그것을 들고 영종도 바닷가에 치고 그 안에 누워있는 기분도 너무 좋다. 이 물건은 다른 팝업 그늘막하고는 다른 나름 프리미엄 그늘막이라 애착이 간다. 생김새도 달라 현재 참으로 맘에 들어하는 물건이다.

이렇게 저자는 좋은 생활의 도구들을 소개하며 '경이로운 방'으로 초대한다.

먼저 눈에 들어 온 도구는 '아이스크림 스쿱'이다. ‘제롤’이라는 제품이 그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오리지날이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특징은 이러하다. 아이스트림을 떠먹는 방식이 처음에는 힘들어 쉽게 손이 피로해졌다.

그러나 1933년 '셔머 켈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알루미늄으로 주조한 스쿱 손잡이 속에 '프로필렌글리콜'과 물을 혼합한 액체를 넣어, 스쿱을 잡은 손의 열이 혼합액을 데우고 그 열이 본체에 전도되어 아이스크림에 열이 순간적으로 닿아 한 손으로 너무 쉽게 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물건의 특징은 기계적인 조작이 아닌 물성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혁신적인 도구인 것이다. 실제 우리가 식당에서 아이스크림 스쿱을 사용해 보면 잘 떠지지 않고 떨어지지 않아 사용자 쓰기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오리지널이 어떤 것인지 제품만 봐도 고급스러운 무게감을 떠올리게 된다.


그 다음으로 내게 다가온 물건은 '드리퍼'이다. 핸드 드립 커피의 시작에는 멜리타 벤츠라는 독일 여인이 있다.

이 여인은 당시 커피를 차처럼 우려내듯 분쇄한 가루에 물을 직접 부어 먹었는데 쓴맛이 강하고 입에 끼고, 컵에 달라 붙어 매번 번거로웠다. 이에 연구를 통해 그녀는 몇번의 시도 끝에 자신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커리 용품 회사인 "멜리타"를 설립하였다. 그 중에 칼리타의 코퍼 웨이브 드리퍼는 칼리타와 일본 쓰바메 지역의 협업으로 만들어져 아주 세련되게 만들어 졌다.

이어서 나오는 생활 도구는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에서 제작된 '오르골'이다. 모양새도 기이한게 묘한 매력과 둥근 나무에 태엽이 인상적이다. 구입하고자 찾아보니 가격대가 40만원대이다...ㅠㅠ 예쁘지만 패스하고자 한다.

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니 '십년 다이어리'가 구매욕구를 증가 시킨다. 2012년 일본의 편집 디자이너인 '도츠카 야스오'가 고안안 다이어리인데 십년치의 그날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또 매력적으로 다가온 물건이 있으니 "파버카스텔 연필"이다. 뉘른베르크의 한 마을에 살던 목수 '카스퍼 파버'가 1761년에 연필을 만들어 지금 현재 9대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 명성과 품질은 매우 뛰어나 소장하고파 찾아보니 이것 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제품 디자인과 성능, 품질은 결코 뒤지지 않으니 기어이 소장을 하고 말 것이다.

그 다음으로 또 다가온 물건은 "면도 비누"이다. 면도기도 함께 나와서 면도기를 소개하나 했다. 둘 다 왜이렇게 클레식하고 예쁜가? 그냥 소유하고만 있어도 내 수염이 행복한 미소를 지을것만 같다.

이 비누의 이름은 "클라Klar" 라고 한다. 이 비누의 특징은 알칼리성으로 풍성하고 밀도가 높은 거품늘 내어 털을 지방을 분해한다. 덕분에 물을 흠뻑 흡수한 털과 피부가 불어 붇럽고 말끔하게 털을 잘라 낼 수 있다고 한다.

보습 효과 또한 뛰어나 면도 후에도 피부가 촉촉하다. 사진에 나와 있듯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겨 있는데 이발소에 가서 면도 받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정도다.

특히 이 비누의 특징을 보면 친환경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세워진 후 다섯 세대에 걸쳐 이어 내려오고 있으며 긴 시간동안 오직 천연 원료만을 고집하고, 여전히 전통 제조법과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클라Klar"의 뜻은 독일어로 "명쾌하다. 맑다. 밝다"를 의미하는데 아~ 이 비누와 솔을 이용해 면도하도록 이 멋진 생활 도구는 보는 이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p191

이렇듯 이 책을 보면 물건 하나 하나를 다 사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매우 진귀한 물품들을 계절별로 잘 실어 두어서 다른 책 같으면 줄을 긋고 보는데 이 책만은 줄 긋기를 하면 이 책에 대한 큰 실례를 범할 것 같아 맘에 드는 생활 도구처럼 이 책을 대하고 있다.

이어서 다가오는 "루프 톱 텐트"는 캠핑 시대에 캠핑 물건에 대한 욕구를 더 증가시켜 꼭 이것만은 사야지하는 감정을 유발하게 하고 있다.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이 차 위에 올려져 있고 디자인은 수천세기를 흘러도 이 디자인을 넘어서는 일이 없을 정도로 100% 만족에 수천배를 곱하고 싶다.

이 외에도 "책솔, 피아노 램프, 책갈피-북 다츠, 매력적인 고무줄, 정리 가방, 아드벤츠 칼렌더"라는 도구를 보는 재미,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들으며 물건에 대한 지식을 쌓는 시간은 매우 행복으로 가는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물건을 두 저자는 아주 사려깊게 독자를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 여기 소개되는 생활 도구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만든이와 그 용도의 가치를 충분히 아는 사용자로 말미암아 좋은 얘기가 쌓이고 쌓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물건 하나에도 사용자 간에 책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닌 마음과 경험, 기억에 쓰여진 책이 되리라 본다.

이런 책을 만들어 준 두 저자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좋은 물건을 가치있게 들려주어 고맙다고 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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