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과 함께 고가의 고급스러운 칼을 가진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손에 보석을 쥔거와 같은 느낌이다.
이외에도 나에게는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이 진열장에, 책꽂이에, 서랍 안에 넣어져 있다. 그렇다고 집착하듯 많은 물건을 쌓아둔건 아니다. 그렇지만 수집사가 모으듯 내가 소중히 여기는 ‘분더캄머Wunderkammer’가 있다.
Wunderkammer란 “경이로운 방” 혹은 “호기심의 방”을 의미한다.
여기 이 책에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물건에 담긴 이야기’가 있다. 물건을 살피다 보면 그 물건에 더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월간 생활 도구』는 두 저자(김자영, 이진주)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직접 사용한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온라인에서 '카탈로그' 상점을 운영하는 저자는 생활용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물건에 담긴 기록을 찾아 나섰다. 책 제목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열두 달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전하는 방식으로 엮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에 어울리는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물건을 저자는 소개한다.
삶과 맞닿아 있는 사물
물건은 만든 이와 사용하는 이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만큼 더욱 신중히 고르고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를 골라도 잘 골라야 하는 마음이 나에게는 유독히 있다. 책 하나를 고를 때도 첫번째 올려진 책은 사지 않고,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곳, 책 제본이 완벽히 된 책을 고른다. 전자제품이든 내 옷을 고르든 최소한 쇼핑 시간은 1시간을 넘는다. 때론 며칠을 고민하며 따져보며 사는 것이 '물건 덕후'들의 버릇이라고 하겠다.
그렇다.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로 하루가 특별했던 경험이 있다. 작년에는 코오롱 스포츠에서 나오는 원터치 팝업 그늘막을 드디어 구매했다. 그것을 들고 영종도 바닷가에 치고 그 안에 누워있는 기분도 너무 좋다. 이 물건은 다른 팝업 그늘막하고는 다른 나름 프리미엄 그늘막이라 애착이 간다. 생김새도 달라 현재 참으로 맘에 들어하는 물건이다.
이렇게 저자는 좋은 생활의 도구들을 소개하며 '경이로운 방'으로 초대한다.
먼저 눈에 들어 온 도구는 '아이스크림 스쿱'이다. ‘제롤’이라는 제품이 그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오리지날이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특징은 이러하다. 아이스트림을 떠먹는 방식이 처음에는 힘들어 쉽게 손이 피로해졌다.
그러나 1933년 '셔머 켈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알루미늄으로 주조한 스쿱 손잡이 속에 '프로필렌글리콜'과 물을 혼합한 액체를 넣어, 스쿱을 잡은 손의 열이 혼합액을 데우고 그 열이 본체에 전도되어 아이스크림에 열이 순간적으로 닿아 한 손으로 너무 쉽게 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물건의 특징은 기계적인 조작이 아닌 물성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혁신적인 도구인 것이다. 실제 우리가 식당에서 아이스크림 스쿱을 사용해 보면 잘 떠지지 않고 떨어지지 않아 사용자 쓰기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오리지널이 어떤 것인지 제품만 봐도 고급스러운 무게감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