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감안해서 전체 4부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먼저 책은 영국 뱃사람 걸리버가 타고 있던 배가 난파를 당한 뒤 기이한 나라에 가는 이야기로 구성돼있다. 4부의 구성은 네 가지 다른 각도에서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기 위함이다. 1-2-3부를 지나가는 동안 풍자의 강도는 점점 세어지며 인간을 닮은 괴수 ‘야후’가 등장하는 4부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서 동화에서 생략된, 소설의 대미는 3부와 4부에서 시작된다.
1부와 2부에서는 영국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면, 3부와 4부에서는 인간에 대한 혐오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즉 '소인'과 '거인'을 비롯해 '여자'와 '영국의 지도층의 인사들 가령 법관, 의사, 정치가 등을 모두 사기꾼으로 매도하며' 돌려 까면서 저자는 자신의 동족인 인간에 대한 환멸과 경멸을 상당히 "야 이거 너무 나간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상당히 충격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똥과 오줌의 이야기가 1-4부에 걸쳐 나오는데 제 4부에서는 '야후'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나온다.
이것은 결국 독자에게 "너는 냄새나는 똥을 싸는 육체적 존재이다"를 전달해주려는 메시지다. 즉 스위프트가 배설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며 거론 하는 이유는 배설 행위 자체보다는 냄새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도덕적, 윤리적 악행의 추악한 냄새로 연결이 된다.
이러한 풍자 얘기를 통해 독자인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무엇인가?
"인간 사회가 지금처럼 겉으로는 이성적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4부 7장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타락한 인간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저 훌륭한 네발 동물의 많은 미덕으로 나는 눈을 뜨게 되었고, 이해력도 넓히게 되었다....(중략) 그는 매일 내 결점을 지적하며 수긍하도록 했는데, 전에는 단 한 번도 자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런 결점은 우리 인간들 사이에선 결점 축에도 들지 않는 것이라 나는 정말 놀랐다. 또한 나는 주인을 본보기로 삼고 배운 바가 있어 모든 거짓이나 속임수를 철젛 싫어하게 되었다. 내겐 진실이 무척 우호적으로 보였고, 그래서 진실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기로 했다."
책에는 또한 말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를 써서 동료들을 피하는 걸리버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인데, 이 장면에서 독자들은 비로소 풍자의 대상이 걸리버가 아닌 우리 자신임을 깨닫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 작품 해설을 보면 걸리버의 뜻이 적혀있다.
걸리버는 '걸'(Gull: 바보 혹은 잘 속는 사람)과 '버'(ver: 진실 혹은 진리)의 합성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둘을 합치면 걸리버는 "진실을 말하는 바보, 즉 거짓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진실인 것을 말하는 풍자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는 영국 국교회의 사제 서품도 받은 자로서 작품 안에는 성경적 세계관이 보이며 그 시대상이 보인다. 진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풍자적으로 말했으나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한편으로 굉장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은 어렵다. 풍자 소설이라 생각하여 가볍게 읽으려 하지 말고, 먼저 책 뒤편에 나오는 해제 부분과 작품 해설을 읽고 책을 읽어 나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한 두번 더 읽어봐야 내용을 더 자세히 알것 같다.
“이 책은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으며, 다른 모든 책들을 파괴하고 오로지 여섯 권만 골라야 한다면 그 중의 하나로 이 책을 고를 것이다.” -조지 오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