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강국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가 일단 눈에 들어 온다. 요즘 북디자이너는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이 책을 손에 들도록 하는데 일단 디자인이 큰 한 몫을 하였다고 봐도 될 것이다.


제목 "걷다 - 보면"이라는 이미지 문구도 디자인이 제목을 더 감성있게 다가오도록 하여 걷는 삶이 멋지고 우아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사실 '걷다 보면'이라는 책은 걸으면서 사색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고 행복을 얻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여러 의학적 관점에서 심리적 관점에서 적어 놓은 책인 줄 알았다.

그 이유라면 걷기가 심리적 치유를 넘어 마음에 있는 상처와 스트레스를 회복시키며 창의력까지 키워준다는 건강 정보 때문이다. 가슴이 답답하다면 일단 걷게 되면 마음 안에 있는 무거움이 긴장감이 사라진다. 즉 걷기는 몸의 움직임을 정신의 운동으로 전환시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도록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나 또한 걸으면서 심리적 위안을 받고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껴서 자주 걷는다. 특히 경치가 좋은 숲속이나 올레길, 호수가 있는 길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탁월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구도자들은 사막과 숲속을 걸으며 인생의 참된 의미와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었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길은 이렇게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는 공간이었고, 그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구도자들은 걷는 삶을 멈추지 않았다.


SBS에서스페셜로 걷기의 시크릿이라는 타이틀로 방영을 한 적이 있다.

"행복해지려면 걸어라"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에 탁월하다고 하니 걷기는 매우 추천하는 바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습관이 인생을 확 바꾼다"라는 책이 생각나 적어보면 저자가 맨발 걷기를 통해 삶의 전반적인 것이 좋아지면서 요술램프처럼 그는 작가까지 가게 되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로는 월든 숲을 걸었고 샤를 드 푸코는 사하라 사막을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임마뉴엘 칸트는 매일  오후 3시 30분이면 산책을 나섰는데 동네 사람들은 칸트가 나타나면 시간이 3시 30분이란 걸 알았다고 한다. 그만큼 칸트에게 산책은 중요한 일과였으며 마음과 뇌와 육체를 리셋 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걷기 실험으로 걷기의 시크릿을 증명하다

실제 걷기 실험을 통해 하루 30분씩 한달 동안 걷고 나서 뇌파를 측정한 결과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 학습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발생하는 SMR파 증가
- 인지속도 증가
- 좌뇌와 우뇌의 불균형 개선
- 건망증 증상 개선

그렇다면 왜 걷기에 이런 능력이 있는 걸까? 피츠버그대학에서 연구한 결과  "걷기는 해마라고 불리는 뇌 구조의 크기를 증가시키며 해마는 기억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서 뇌 기능을 향상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즉 걷기가 기억능력을 향상시키고 치매를 예방한다. 무려  걷기가 앉아 있는 것보다 창의력을 60% 이상 증가시킨다.


https://www.facebook.com/parknohae/


서두가 길었는데 본 책에서는 저자가 물론 방금 말한 효과에 대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걷기'에 효능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 안에서 사색의 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인생을 말하고 있다.


한 번뿐인 삶을 걸어오면서 저자는 어떤 시간 속에 경험 속에 깨달음으로 다가온 얘기를 글로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에세이 형식으로 짧막 짦막하게 저자는 글을 써내려 간다. 어느 장을 펼치고 읽어도 책  흐름에 문제가 없다. 에세이 형식이 그렇지만 이 책은 쉬운 문체로 읽는 이를 아주 편안하게 하고 있다. 


플롤로그에서 저자는 '한 번뿐인 삶에서 자신이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생각에 그치지 않고 발을 내딛는 결심으로 이 책을 쓴다고 말한다. 즉 "뭔가를 생각만 하고 끝나는 건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머릿속에서는 영웅이었고 당당했지만 현실에서는 늘 그것과 반대되는 비겁자요 겁쟁이었다. 이번에는 머릿속에서 나와 한 발 걸어보기로 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좋아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무 같은 의미로 이렇게 한 발을 걸어본다." p5


그러면서 저자는 소년시절 수업 시간에 여름방학에 있었던 일을 발표하는 시간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칭찬과 박수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며 그런 순간이 지금의 용기를 내게 했고, 또한 그런 소년의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의 얘기를 하고자 글을 쓴다고 말해준다. p10


처음 글쓰기여서 책 안에는 오타가 눈에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미숙한 글쓰기가 보이지만 읽으면서 오히려 저자의 담백하고 순수한 맛에 매력을 느낀다. 뭔가를 과장하거나 MSG를 썩어서 맛을 내려는 모습이 없이 순수 그 자체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어서 두 번째 글을 소개했는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지만 이 말이 저자에게도 읽는 독자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소심한 학생이 평소 존경하던 스님에게 묻기를 스님은 어떻게 똑똑하고 지혜로우시냐고 물었다. 스님은 나도 너처럼 어릴 때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매일 공부하고 책도 읽고 생각하다 보니 지혜가 생겼다고 말했다. 아이는 이 말에 슬픈 기색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가 점을 봤는데 자신의 운명이 엉망이고 뭘 해도 안 풀린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 말에 아이의 손을 잡아 당기며 손금을 보았다. 손금에는 생명선, 사업선이 있다. 그런데 스님은 아이에게 편 손을 주먹을 쥐어 보라고 한다. 주먹을 쥔 아이에게 스님은 물었다. 


"너의 사업선, 생명선이 어디 있느냐?"


"제 손안에 있습니다."


"그렇단다. 바로 네 운명은 네 손안에 있는 것이란다. 다른 사람의 입에 달린 것이 아니란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네 운명을 포기하질 말거라. 모든 걸 운명에 맡긴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단다." -성철스님


저자는 이 말을 자신의 좌우명처럼 삼고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으로 좋은 생각과 꿈을 키워나가는 다짐을 글로 담아낸다.  저자는 과거를 소환하여서 삶의 얘기를 풀어놓고 그때의 감정과 깨달음을 나열해 나간다. 

"어머니, 친구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은인들, 과거 시골에서 서울 클럽을 다녀온 경험, 영화, TV, 손홍민, 핑클, 여행, 술, 로또, 건강, 반려견 등등"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통해 반추해 가면서 그때 그때 떠오르는 얘기를 편안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전설의 7:1 사건과 클럽 경험은 추억을 소환하면서 재미를 주는 글이다. 친구들과 함께 7명이서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농구코트 옆에 한 애가 앉아 있다가 갑자기 자신들에게 다가오면서 '나 p중 짱인데 하며 10분간 훈계를 하다가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7명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가 다가오자 뒷짐을 지고 그의 말을 경청하며 쫄아 있었다. 그러나 그가 가고나자 다들 한 마디씩 헸다고 한다. "아 씨X, 야 쟤가 너 건드렸지, 맞아 나도 확 주먹 나갈 뻔 했다"며 허세를 가고 난 뒤에 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얘기는 우리들 추억 속에도 있는 얘기이다.


클럽의 얘기는 이러하다. 시골 바닥에 놀던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홍대 클럽에 가게 된다. 마음껏 멋을 내고 도착하여 처음으로 일본 라멘을 먹고, 그러면서 '우리는 서울 체질이다' 말하면서 곱창까지 처음 맛본다. 이어서 클럽에 도착하여 새로운 신세계를 누리며 문화적 충격을 누렸는데 행복한 기쁨은 금세 없어졌다고 한다. 그것은 얼어죽을 까봐 중무장한 내복과 목폴라티가 땀을 일으키는 찝찝함과 함께 큰 장신들에 밀려서 한쪽으로 밀려나가는 중에 저자의 주머니 안에 핸드폰이 사라진 것이다. 그것으로 모든 분위기는 어두워졌고 클럽을 나오면서 뭔가는 무서운 기분이 드는 가운데 클럽에 빠지면 위험하겠다는 생각과 클럽 다니는 여성들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겠다는 구시대적인 꼰대 마인드로 다시금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골 청년들의 수수함이 보였다. 이 글 끝에는 이런 말을 적어 놓았다.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당분간 연락하지 않았다."


남의 인생 속에 내 삶이 보이고 우리 시대의 모습이 보이면서 과거를 나 또한 소환해 보기도 하였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어느 5월 토요일 오후 2시에 무작정 떠난 길 속에서의 경험을 얘기하며 글을 마친다.

그의 마지막 말이다.


"그동안 지나온 모든 걸음은 그 무엇도 무의미하지 않다. 돌아보면 시련도 문제도 결코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니았다. 별거 없었다. 단지, 작고 예쁜 발이 까지고 굳은 살로 커진것 말고는 걸었을 뿐이니 다시 쉬다가 한걸음 걸어보겠다. 또 어떤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무엇을 경험하게 될진 모르나 '나는 걸어봤고 걸었으며 걸을 것이다.' 걷다 - 보면..."


저자의 걸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경험이다. 그런데 그 걸음을 되돌아보고 멈춰보고 사색한 결과 이 책이 저자에게 주어졌듯 나 또한 걸어가는 삶 속에서 나만의 책을 써 내려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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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 -루소의 고백록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는 산책을 하다 보면 수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는데, 그것이 내게는 얼마나 아름답고 유용하고 쓸모 있는 일인지 모릅니다.” -로베르트 발저의 소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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