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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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욕망과 탐욕을 관음하는 섹슈얼판타지에 관한 예술가의 시선


“인간에겐 인간의 내부에 도사린 신을 향한

상승하는 욕망과 이성을 향한 하강하는

쾌감의 상반된 양면이 있다.”

《악의 꽃》의 악마적 에로티스트 시인 보들레르

책이 무언가 독자에게 끌림을 주고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인간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내적 욕망일 것이다.

시인 '보들레르'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에겐 인간의 내부에 도사린 신을 향한 상승하는 욕망과 이성을 향한 하강하는 쾌감의 상반된 양면이 있다.”

이 문구가 내 눈에 각인이 되었다. 인간에게 있는 욕망을 잘 투영한 문장이라고 본다.

인간은 욕망하는 무엇이 있다. 아담의 아내 이브는 그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찾는 존재이면서 아담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책에서는 이브가 가진 욕망에 대해서 다루지 않았지만 정신세계사(출판사)에서 나온 '제 3의 이브'라는 책에서 보면 이브는 아담보다 더 내적 진리를 욕망하며 찾는 진리의 용맹자로서 나온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아담 안에서 욕망의 대상이 나오는 장면을 묘사한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이브는 실로 아름다웠고 에로티시즘을 분출하게 하였다. 처음 마주 대한 이성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 아담은 자연스럽게 끓어오르는 감정에 휩싸였다. 아담은 이브가 들고 있는 선악의 열매가 금지된 열매인 줄 알면서도 이브가 건넨 열매를 받아 먹는다. 과연 이것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파멸의 순간임을 아담은 진정 몰랐던 것일까?

이후로 이브는 죄를 잉태한 사악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고 중세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를 낫게 했다.

심지어 20세기 중세 미술에서는 '여자=성욕을 충돌질하는 요부'라는 편견 가득한 그림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예술 작품에 그려진 이브의 모습은 눈부신 나체와 함꼐 요염함을 강조하는 복숭앗빛 살결과 출렁이는 황금빛 머리카락, 발르게한 뺨, 풍만한 육체가 관객들에게 숨이 멎을 만큼 고혹적인 존재로 이브를 느끼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애정의 시선으로 보면 이브는 낙원에 홀로 선 남자에게 영혼과 섹스의 황홀감을 안겨주며 욕망을 알게 해준 인물이다. 성의 신비는 낙원에서 쫓겨나도 좋을 만큼 남자에게 있어 마력적인 끌림을 주며 새로운 낙원의 세계인 것이다.

이브가 가진 모습이 어쩌면 이 책에서 주로 말하고자 하는 근본 뿌리가 된다.

즉 이브는 욕망의 대상인 동시에 파괴의 위험성을 갖는 여성으로서 팜프 파탈의 성격을 갖고 있다.

프랑스어로 팜므 파탈은 '치명적인 여자'가 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악녀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화려한 외모와 선정적인 몸매의 한 여자가 한 남자를 감미롭게 유혹한 후 파멸로 이끄는 것이다. 때로는 공멸을 자초하면서 말이다.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에는 46가지 그림의 주제와 함께 다양한 욕망을 부추기는 요염한 팜므 파탈의 여인들이 나온다. 한마디로 ‘사랑에 이르는 46가지 러브로망’이 작가의 글솜씨와 역사성 지식과 예술적 그림으로 서술되고 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대한 관음이며, 예술가는 대상을 엿보는 관음증자이다. 그런데 화가가 그리는 대상은 그림을 소비하는 관객의 욕망을 형성하면서 내적 욕망을 대신 투영해 준다. 그래서 예술가를 일컬어 관음과 사랑을 욕망하는 판타지의 창조라고 부르는 것이다.

욕망의 소재이며 관객이 선호하는 영원한 주제는 '사랑'인데 이 사랑은 신성한 아카페적인 사랑도 아니고, 관념적인 플라토닉의 사랑도 아닌 자기중심적이고 소유적인 이성간의 사랑인 '에로스'이다. 재미있는 것은 예술가가 지고지순하고 순정적인 사랑으로서는 관객을 유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림을 엿보는 관객이 호감을 느끼는 것은 흥미롭고 드라마틱한 에로스적 사랑인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가 그리는 사랑은 파괴적이고 일탈이며 금지된 사랑이다.

이브는 욕망의 대상인 동시에 파괴의 위험성을 갖는 여성, 즉 팜프 파탈의 성격을 갖는다. p28

이브의 그림을 첫 장면으로 해서 수많은 에로티시즘적인 그림들은 보는 관객들를 유혹하면서 대개 가장 완벽한, 환상의 세계에 대한 메타포를 형성한다. 이 나쁜 환상의 메타포는 우리가 사는 허무한 세상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희미한 힘인 동시에 막강한 희망으로 나타난다.

사랑과 욕망의 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간격의 틈새에는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사실 혹은 진실이 숨겨져 있다.

로마의 역사를 바꾼 '헌신의 여인 루쿠레티아'에 대한 글과 그림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 속에 벌어진 에로티시즘이 가져다 준 선물로서 비극인 동시에 희극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즉 팜므 파탈(나쁜 여자)의 이미지가 아니면서도 결국 너무 아름답고 지고 지순해서 타르퀴니우스의 셋째 아들인 '섹스투스'에게 팜므 파탈로서의 여자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옴므 파탈(나쁜 남자)의 남자가 결국 욕망에 못 이겨, 그 욕망과 탐욕이 과욕으로 나타나 개인적인 멸망을 가져온 동시에 로마 시대의 새로운 포문을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로마의 역사를 바꾼 사건

​루크레티아(Lucretia, ?~BC509) 이야기

어느 날 저녁 왕자인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의 막사(아르데아를 공격하러 나간 전쟁터)에서 참전한 귀족들이 모여서 저녁 식사후 담화를 나누다가 서로 자신들의 부인의 미덕을 자랑하는 자리에, 로마의 귀족이었던 콜리타누스가 자신의 아내 루크레티아가 얼마나 정숙한지를 자랑하며 진짜인지 내기를 한다. 급기야 그들은 로마로 돌아가 아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오자고 제안한다. 예상대로 섹스투스를 비롯한 다른 장교의 부인들은 모두 젊은 여인과 파티를 즐기며 흥청망청 보내고 있는데 오직 루크레티아만은 밤이 깊었는데도 시녀들과 함께 남편의 어깨걸이를 만들기 위해 양모를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예고 없이 찾아온 남편과 동료들을 극진히 대접한다.

문제는 루크레티아가 미덕만 갖춘게 아니라 미모까지 눈부셨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한 눈에 반한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는 일행들과 함께 일단 진영으로 돌아왔지만 밤에 몰래 빠져나와 루크레티아를 찾아가 위협하며 만일 자기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그녀를 죽인 뒤 하인을 이용해 거짓추문을 퍼트리겠다고(노예를 죽여 알몸으로 침실에 눕혀 놓고, 루크레티아가 간통을 저지르다 대가를 치른 것으로 위장하겠다고 협박), 가문에 불명예를 안기겠다는 협박으로 겁탈하고 아침일찍 떠난다. 물론 루크레티아는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명예를 목숨처럼 여겼기에 섹스투스에게 마지 못해 자기 몸을 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져 올 후폭풍은 어마어마 했다. 그녀는 아버지와 전쟁터에 남아 있는 남편을 급히 편지를 통해 부르며, 자신에게 벌어진 비극을 설명 후 강간범을 처벌해 줄 것을 약속 받은 후 자결을 하게 된다. 이때 남편과 함께 온 친구가 그녀의 가슴에서 칼을 뽑아들고 이렇게 외쳤다.(혁명가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왕의 조카였음)

이 여인의 피로서 맹세하노라. 왕과 그의 자식들을 죽이고,

다시는 그 누구도 로마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하겠너라. p91

이렇게 섹스투스는 살해되었고 로마는 왕을 폐하고 왕가를 추방했으며(기원전 590년) 로마 공화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민주공화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의 원형이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이라는 책은 여인이라는 이름의 원죄 끌림, 치명적 탐욕의 유혹 광기, 팜므 파탈의 치명적 욕망 유혹, 억압된 영혼의 아름다움 동경, 가질 수 없는 관음, 예술의 마지막 지점 애증, 불같은 사랑의 지배 탐닉,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투 복수, 경계에 선 치명적 유혹 근친, 멈출 수 없는 권력의 확신 치정, 권력자를 향한 치열한 암투 도발 등 11장 46가지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게 화려하게 또는 매혹적인 그림으로 독자들을 초청하고 있다.

두 가지의 욕망인 '신을 향한 상승하는 욕망과 이성을 향한 하강하는 쾌감'의 양면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심리적으로 잘 그려져 책은 무척 흥미를 주고 재미를 주는 책이다.

파격 러브로망으로 그리는 욕망과 탐욕의 에로틱판타지

남자는 마음이 없어도 팔을 내어줄 수 있지만 여자는 마음이 없으면 그 팔을 베지 못한다. 남자는 마음속에 묻어둔 그냐가 곁에 없을 때 그 그리움이 자기를 조금씩 갉아먹고 끝내는 흔적도 없이 무너뜨림을 안다. p59

칼립소 : 절대 사랑의 경지를 보여준다. p61

칼립소는 사랑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열정을 다해 사랑했고, 실연으로 상처와 절망을 겪었지만

포기할 줄 아는 미덕까지 지녔다.

자발적이며 독립적인 여자들은 절대로 서성거리며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자신이 찾은 사랑을 포기할 줄 모르는 나쁜 여자는 자신이 가고 싶은

열락의 세계로 자신을 던진다. p61


사디즘의 원조

아래는 성의 가학자 사드 후작의 사진이다. 176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부활절 사건'을 통해 프랑스 사회는 술렁이게 된다. '매춘부 로즈 켈러 학대 사건, 처녀 유괴, 최음제 사건 등 그 외 추악한 행위들이 마치 N번방 박사처럼 나타나고 있다. 맨 아래 그림은 감옥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는 집필을 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책이 <소돔의 120>일이다. 수없이 다양한 성적 도착 행위를 그림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암튼 나쁜놈이니 읽고 머리에서 지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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