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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 2020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도서관 어린이인권도서 목록 추천, 2019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2019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도서관 어린이인권도서 목록 추천 ㅣ 바람그림책 62
다니카와 슌타로.국제앰네스티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김황 옮김 / 천개의바람 / 2017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실한 시란 씨!
그는 동료가 아파서 쉬는 날이면 대신해서 밤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는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편지에는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풀려나도록 편지 쓰는 일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쓰여 있었다.
시란 씨는 생각한다. '불쌍하긴 하지만, 만나 본 적도 없는 먼 나라 사람의 이야기야. 나랑은 상관없어.’ 그는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고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날 밤 시란 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에 의해 붙잡혀 감옥에 갇힌다.
사람들은 비 맞는 것을 싫어해 우산을 쓰고 다니는데 시란 씨만 비 맞는 것을 좋아해 우산을 쓰지 않는다. 모두와 다른 생각을 하는 놈은 적이다!
이것이 시란씨 체포의 이유였다.
시란 씨의 친구들은 처음에는 시란 씨를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란 씨를 잊고 산다.
그가 감옥에 갇힌 지 2년이 흐른 즈음, 어느 먼 나라 바닷가의 청년과, 또 다른 아주머니는 시란씨를 위해 편지를 쓴다.
이 책은 나에게 묵직한 아픔을 느끼게 했고,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도 시란씨의 경우처럼,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에 대해 폭력을 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 역시 처음의 시란씨처럼, 죄없는 이들에 대한 부당한 폭력을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일본어 '시란' 이라는 이름에는 모른다. 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타인을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부당한 폭력에 무관심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넓게 포용할 수 있고, 부당한 폭력에 대해 함께 관심을 갖고 저항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 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깨어있는 의식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작가 다키카와 슌타로는 국제엠네스티의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인권과 연대의 중요성을 묵직한 깨달음으로 전하는 훌륭한 책이다.
거기에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멋진 작가, 이세 히데코가 함께 했다.
학생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 나누기에 매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