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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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애가 잘 논다는 이야기를 어릴 적 부터 들어왔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논다는 것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 책 '게으름 예찬 The Pleasures of Leisure'는 어떻게 여가를 보내야 하는지, 어떤 휴식을 취해야 좋은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한국 제목으로는 '게으름 예찬'이라고 해서 하루종일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소파에서 감자칩을 먹으며 티비만 보고 리모콘도 줍기 귀찮아 발가락을 이용하는 그런 게으름에 대해 예찬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영어 제목에서 나오는 'Leisure'는 '일하지 않는 휴식시간, 여가'의 뜻으로 게으름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직역이 아니지만 한국 제목의 게으름 예찬은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고 제목이 강렬해 좋다) 이 책에서 여가는 내 마음이 이끌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여유롭고 느긋하게 나만의 속도로 해 나가는 것이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꾸는 것이다. 자연을 벗삼는 여행이나 외국어 배우기, 악기를 배우고 정원을 가꾸는 등 생각보다 전혀 게으르지 않는 활동들이다. 게을러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행동들을 '부지런히'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나태와 게으름을 다른 의미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tv를 보는 것은 나태함이고, 책을 읽으며 모험을 떠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게으름이다. 과연 내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인지, 나태한 것인지 잘 확인해 게으름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 

처음에는 게을러 지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부지런한 목표를 찾게 되었다. 빈둥거리고 내가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던 시간이 아까워지고 조금 더 신경써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세상의 중심을 나로 만들어 발전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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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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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라고 하면 전신을 타고 흐르는 전율과 온 몸을 곤두서게 하는 매력이 있다. 추리소설이라면 글을 쫓아 범인을 찾아다니고 사건을 해결하는 쫀득한 매력이 있다. <양들의 침묵>은 그런 면에서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작을 뽑으라고 하면 꼭 나오는 양들의 침묵이다. 출간 된지 30년,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영화,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하다. 


사실 예전부터 양들의 침묵은 많이 들어왔지만 영화 포스터에서 빨간 눈과 나방의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려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 겁이 많아 공포물은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라면 무섭지만 소설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 도전해보았다. 마침 30주년 기념으로 표지가 바뀐 것도 큰 이유였다. 

 


책을 읽은 지금 말하자면 "이걸 왜 이제까지 안 보고 있었지!!"하는 후회감이 몰려온다. 첫 장에서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온통 회색으로 칠해진 시멘트 벽의 좁고 긴 복도에 저 멀리 붉은 철문 하나만 있어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느낌이다. 겁도 나고 물러나고 싶지만 그보다 더 강한 호기심 때문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소매에 강둑의 진흙이 묻은 채로 양손에 짐을 들고 또 다시 일을 하러 걸어가는 중년 남자. 그 순간만큼은 그를 위해 살인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차갑지만 멋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한니발 렉터와 꼭 닮아있다. 절제되고 이성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광기가 있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에서 잔혹하고 광기로 이루어진 사건들이 터져나온다. 책에 나오는 문장들은 차갑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클라리스,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 그 울음은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거야."


정중하고 친절하고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면서도 가르치고 위에 군림해 있는 한니발 렉터의 말투.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는 이미 매즈 미켈슨의 시리즈로 그 매력을 알고 있었지만 소설로 보는 한니발 렉터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정중하고 배려심 넘치는 신사처럼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항상 우월한 위치에 군림하고자 하는 맹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감방에 갇혀 있는 죄수임이 분명한데 모든 것을 다 지켜보는 듯해 뒤통수가 뜨겁다기 보다 시린 느낌이다. 



책에서 나오는 멋들어지는 렉터의 편지도 한몫한다. 책에서는 크로포드와 렉터가 보내는 편지의 글씨체가 다른데 글씨체가 캐릭터와 잘 어울려 책의 몰입도가 한껏 올라간다. 


아직 양들의 침묵을 읽지 않았다면 반드시!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 긴 시간 왜 이 소설을 읽지 않았는지 괴로운 뒤늦은 독자의 후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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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점프 투 파이썬 - 전면 개정판 Do it! 시리즈
박응용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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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관련된 전공은 아니지만 줄곧 컴퓨터 언어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배우기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라 시작이 힘들었다. 학원을 다니기는 시간적 여유도, 경제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생각한 것이 독학이었다. <점프 투 파이썬을> 선택한 것은 파이썬과 컴퓨터 언어라는 개념부터 시작해 난이도 있는 파이썬의 활용까지 한권으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언어를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이 책을 16일 정도에 끝낼 수 있지만, 나는 인터프리터와 프롬프트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초짜 중의 초짜였기 때문에 30일을 목표로 파이썬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 약 2주정도 계획에 맞추어 공부하는 중이다. 2주동안 파이썬을 공부하며, 컴퓨터 언어의 매력에 빠졌다. 




검은 창이 슬슬 익숙해지고 >>>에 무언가를 입력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현재는 for을 이용한 여러 조건문들을 배우는 중이다. 가끔 앞의 것이 헷갈려 모르는 부분을 다시 공부하기도 하고 줄 맞추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에러가 뜨고 헤메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래도 재밌다. 이미 시중에 좋은 계산기나 프로그램들이 있겠지만 파이썬에게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미 있는 프로그램들이 이미 완성된 레고와 같다면 파이썬은 마치 수많은 레고 조각들과 같다. 수많은 조각들을 설계에 맞춰 조합하고 원하는 레고모형을 만들수 있는 것이 레고의 매력인 것처럼 파이썬도 잘 응용한다면 내가 원하는 값을 제대로 도출해 낼 수 있다. 


이 책은 단어의 개념과 활용, 파이썬의 상세한 예시들과 함께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여 파이썬을 쉽고 재밌고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예제들을 따라하며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재미있고 직접 실습해보며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초보자들이 빠르고 쉽게 파이썬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강추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설치부터 파이썬 개념까지 완전 기초적인 것들도 상세히 알려준다. 

2. 간단하다

3. 예제가 많다.

4. 단어 설명이 상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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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 기쁨의 하얀 길 편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 / 대원앤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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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를 땋고 주근깨가 잔뜩 있는 환한 얼굴로 들판을 뛰노는 소녀를 상상해본다면 저절로 빨강머리 앤이 떠오른다. 순수하고 활기차고 무한한 상상력과 섬세하고 깊은 표현력을 가진 소녀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앤의 매력이란 것은 솔직함과 당당함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린 시절 친구와도 같았던 빨간머리 앤이다. 지금 어른이 된 나에게도 마음 속에 소녀가 있다면 그것은 빨강머리 앤이라고 생각한다. 


빨강머리 앤의 소설이 나온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애니메이션.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상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전시회로까지 이어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앤이다. 어떻게 그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 <빨강머리 앤 : 기쁨의 하얀길> 편을 읽어봐도 좋다. 


40년전 나온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이 대원에서 수입되어 방영되었다. 앤의 캐릭터로 가장 친숙한 모습은 이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앤이다. 이 책에서는 빨강머리 앤의 명대사와 명장면을 꼽아 편집해 모아두었다. 기존의 원작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앤의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그때 그 장면들을 다시 회고해 볼 수 있다. 


책에서 앤의 사랑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사과나무 가로수 길을 기쁨의 하얀길로 이름 붙이고 벚나무에 눈의 여왕이라고 이름을 짓는 앤을 보면 모든 것에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앤의 말을 조용히 다시 생각해보며 이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며 시낭송을 즐기는 앤을 보면 내 안의 숨겨져 있던 상상력과 감수성이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길버트와의 이야기가 빠진 점이다. 길버트와의 사랑 이야기도 앤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에 찾아보니 여러 테마로 대원에서 책이 출판 되는 중이다. 이미 '절망의 구렁텅이'와 '딸기 레이어 케이크''편이 나와있다. (시리즈들의 부제목이 재밌다.) 다음에는 길버트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를 즐겁게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 정주행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끓는다.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도 여러 가지 찾아보게 된다. 흔히 말하는 덕심이 폭발하는 중이다. 앤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끼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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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 - 상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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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누가 기록하냐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다. 많은 기록들이 주로 승리자들의 관점에서 쓰였고 그만큼 패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논하기는 힘들때도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사관이라는 벼슬이 있어 역사 편찬의 초고를 맡았다. 사관은 사사로이 왕의 일화들을 적기도 하였는데 정사나 왕이 사냥을 나간 일, 더 나아가서는 헛발질을 한 것들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관도 있었다. 




이 책 <사관 왕을 기록하는 여인>은 남장을 하고 사관이 되고자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여자라는 사실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은 아니지만, 여사관이 되고자 남장을 하고 사관 수업을 받는 것은 매우 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상권에서는 세조가 왕이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하권에서는 예종이 즉위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관>은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되는 계유년에 일어난 계유정난을 주 소재로 쓴다. 하지만 계유정난이 일어난 당시의 상황이 아닌 그 이후 계유정난에 관한 정난일기와 실록에 계유정난이 어떻게 쓰여질지에 대한 '역사'를 주제로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세조는 왕이 되는 꿈을 이뤘지만 후대에 자신이 어떻게 기록될지 두려워한다. 사관을 경계하고 함께 난을 일으켰던 공신들을 경계한다. 이러한 갈등 구조가 이 소설의 포인트이다.  



소설 챕터가 바뀔 때마다 궁궐의 흑백사진이 들어있어 잠시 숨을 고르고 넘어가기에 좋았다. 


젊은 독자층이나 역사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남장여자나 로맨스를 포함해 스토리를 조금 가볍게 만들고 흥미를 이끌려고 한 것이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긴장감이나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 빼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을 포함한 미묘한 삼각구조는 한때 유행했던 '성균관스캔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세조의 이야기를 사관이라는 독특한 시각에서 보기에 좋은 소설이었다. 또한 역사의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보기에 좋은 소설이었다. 소설 초반에서 곡필과 직필, 사관이라는 직책이 갖는 의미와 역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논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서 생각해보기 좋은 주제였다. 초반에 다양한 주제들을 꺼내놓았기 때문에 계속 상기시킬 수 있어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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