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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릴러라고 하면 전신을 타고 흐르는 전율과 온 몸을 곤두서게 하는 매력이 있다. 추리소설이라면 글을 쫓아 범인을 찾아다니고 사건을 해결하는 쫀득한 매력이 있다. <양들의 침묵>은 그런 면에서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작을 뽑으라고 하면 꼭 나오는 양들의 침묵이다. 출간 된지 30년,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영화,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하다.
사실 예전부터 양들의 침묵은 많이 들어왔지만 영화 포스터에서 빨간 눈과 나방의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려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 겁이 많아 공포물은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라면 무섭지만 소설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 도전해보았다. 마침 30주년 기념으로 표지가 바뀐 것도 큰 이유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18/pimg_7880101012300909.jpg)
책을 읽은 지금 말하자면 "이걸 왜 이제까지 안 보고 있었지!!"하는 후회감이 몰려온다. 첫 장에서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온통 회색으로 칠해진 시멘트 벽의 좁고 긴 복도에 저 멀리 붉은 철문 하나만 있어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느낌이다. 겁도 나고 물러나고 싶지만 그보다 더 강한 호기심 때문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소매에 강둑의 진흙이 묻은 채로 양손에 짐을 들고 또 다시 일을 하러 걸어가는 중년 남자. 그 순간만큼은 그를 위해 살인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차갑지만 멋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한니발 렉터와 꼭 닮아있다. 절제되고 이성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광기가 있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에서 잔혹하고 광기로 이루어진 사건들이 터져나온다. 책에 나오는 문장들은 차갑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클라리스,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 그 울음은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거야."
정중하고 친절하고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면서도 가르치고 위에 군림해 있는 한니발 렉터의 말투.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는 이미 매즈 미켈슨의 시리즈로 그 매력을 알고 있었지만 소설로 보는 한니발 렉터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정중하고 배려심 넘치는 신사처럼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항상 우월한 위치에 군림하고자 하는 맹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감방에 갇혀 있는 죄수임이 분명한데 모든 것을 다 지켜보는 듯해 뒤통수가 뜨겁다기 보다 시린 느낌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18/pimg_7880101012300923.jpg)
책에서 나오는 멋들어지는 렉터의 편지도 한몫한다. 책에서는 크로포드와 렉터가 보내는 편지의 글씨체가 다른데 글씨체가 캐릭터와 잘 어울려 책의 몰입도가 한껏 올라간다.
아직 양들의 침묵을 읽지 않았다면 반드시!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 긴 시간 왜 이 소설을 읽지 않았는지 괴로운 뒤늦은 독자의 후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