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관계라는 것은 평생 이어지기만을 반복한다고 생각한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부모와 인연을 맺는다. 커가면서 친구, 선후배, 동료, 연인 등 관계라는 것은 늘어나고 쌓여간다. 하지만 그 관계의 끊어짐은 없다. 친구와 절교하고, 연인과 이별해도 관계는 남아있다. 절교한 친구와 함께 다녔던 학교와 식당, 카페, 헤어진 인연과 한 대화, 접촉, 두근거림이 남아있다. 그것은 끊어지지 않고 나와 그들을 연결시킨다. 흔적이라는 것은 내가 살아온 것을 증명한다. 관계의 증거이다. 그 증명이 내게 긍정적이었을지, 부정적이었을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것이 덮어씌여지고 가리워질 수는 있지만 절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책, <흔적>은 여러 단편으로 되어있는 듯 보였지만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알듯 모르듯 연결되어 있었다. 상처받고 갈등하는 그들에게는 감정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과거의 흔적들은 현재를 만들어간다. 불륜으로 가족 밖에서의 자신을 찾고, 상처를 입으며 사랑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사랑을 한다. 책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전개되지만 주인공들의 내면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분열한다. 도망치고 발버둥치고 부딪치기를 반복하는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흔적을 더듬으며 그 끝을 가늠해본다. 
 이 책이 연애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말에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연애에서 사랑으로, 사랑에서 관계로 이야기가 확장되어 보여진다. 설령 내일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사랑을 한다. 관계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사랑의 흔적을 더듬고 사랑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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