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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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학이 드라마나 영화로 여럿 나오기 전에는 매우 낯선 분야였다. 비슷한 것이 있다면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이었을까. 결국 시신에서 사건의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법의학이라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법의학의 처음을 찾기는 힘들지만 법의학서는 찾을 수 있다. 중국 송나라 송자의 <세원집록>이다. 소설 <시체 읽는 남자>는 송자를 주인공으로 써낸 책이다. 

 <시체 읽는 남자>는 한 사람의 일생 하나를 뚝 떼어놓은 듯한 소설이었다. 사건은 여럿이지만 그것들이 하나로 얽혀들어가는 것이 확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한다'로 시작해야할것같은 느낌이었다. 사건의 시작으로 시작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을 보며 역시 추리소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굴리고 굴려도 부족했던 것인지 끊임없이 주인공을 채찍질하는 현실에 5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책이 한순간에 휘리릭 넘어갔다. 
 이 소설의 재밌는 점은 작가에게도 있다. 소설은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작가는 중국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동양인도 아니다. 중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스페인의 작가다. 이질감을 느끼며 책을 펼쳤지만 책을 읽으며 그런 느낌들은 싹 사라졌다. 서양 문화에 대한 느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송자가 지내던 마을과 송나라 중심지 린안의 풍경이 잘 느껴졌다. 신분제도가 엄하고, 연장자를 존중하는 모습, 연좌제 등을 보며 작가가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은 무난히 읽기에 좋았던 소설이다. 가장 좋았던 점을 꼽자면 주인공이 보는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에서는 주인공이 단서들을 통해 추리를 하고 범인을 찾아낸다. 가끔 추리소설에서 보면 시체를 보았고, 단서는 별로 서술되어있지 않다가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떡하니 발표해 허무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보는 것들, 시체의 얼굴, 몸, 상처, 주변 환경 등이 잘 서술되어 있어 좋았다. 
 당연하게도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오지만, 아직도 주인공은 시체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완벽하게 맺지 않은 끝이 우리가 아는 실존 인물인 송자의 삶을 따라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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