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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윤회와 환생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재밌다. 우리가 아직 확실하게 알아내지 못한 영역 중의 하나이고 시공간을 거슬러 영혼과 육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영적 분야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쓰이지만 각자 다양한 해석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는 이유가 이것일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기억>을 통해 전생에 대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르네는 역사 교사이다. 우연히 동료와 함께 퍼포먼스에 구경을 하러 갔다가 자신의 전생을 떠올리게 된다. 전생에 군인이었던 그는 살벌하고 긴박한 그곳에서 눈을 잃는 경험을 겪고는 강제적으로 전생의 기억에서 빠져나온다. 군인이었을 때의 긴장된 감각을 그대로 가지고 현실로 돌아온 그는 칼을 들고 협박하는 노숙자의 공격을 반격하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다. 그는 전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므네모스는 르네의 기록이다. 예전 작품인 타나토노트부터 이런 형식을 잘 사용했는데 글 형식부터 작가의 냄새가 난다)
전생이나 환생에 대한 소재는 꽤 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독창적인 시각으로 해석한다. 항상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 현실적이면서도 상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여러 역사와 가설, 이론들이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지식이 짧은 나로서는 많은 것을 잡아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표지와 제목, 책의 초반을 읽자마자 떠오른 것은 전생에 관한 기억에서는 프로이트의 빙산과 무의식에 관한 이론이 떠오르게 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전의식, 의식으로 의식을 분류했고 이 중 무의식은 매우 깊은 곳에 가라앉은 영역으로 빙산의 가라앉은 거대한 부분으로 비유했다. 욕망과 행동, 사고의 결정에 있어 의식의 부분에 무의식이 작용하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기억>에서 르네는 전생에 휘말려 감정을 느끼고 사고한다. 전생의 그의 삶으로 현재 르네의 일부분이 만들어지는 점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떠오르게 했다.
소설 속 또다른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아틀란티스이다. 작품에서 나오는 아틀란티스만으로도 그가 아틀란티스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고 조사했을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틀란티스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유토피아'다. 현생과 전생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지는 소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매우 흥미롭다.
나로서는 제목과 소재만으로 책을 읽어갔기 때문에 아틀란티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르네의 전생에 대한 기억이 사실 전생이 아니라 르네가 역사를 공부하며 얻은 지식이 의식으로 무의식에 가라앉아 르네가 상상했던 것들을 보여주는 르네의 망상이거나, 르네가 기억을 조작당했을 거라는 추측으로 읽었지만 1권 중반까지 읽다 보니 나의 헛된 추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폭넓은 관찰력과 탄탄한 배경, 무한한 상상력을 섞은 베르나르의 소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