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시인의 시 <낮은 곳으로>의 시 구절 중 하나이다.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로 시 좀 읽어봤다 하는 사람들부터 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알법한 구절이다.

시집 이름도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이다. 이정하 시인의 시와 함께 짧은 글귀도 있다. 작가의 말에 나오지만 시와 함께 시인의 변을 묶어 함께 엮었다고 한다. 시인의 생각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시가 더 와닿는다. 시가 앞에 있고 글이 뒤에 있어 시를 읽고 느낀 점을 시인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라는 구절은 내가 정말 좋아했다. 파도에 휩쓸려버릴 듯한 그 벅찬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놀다가 큰 바도가 날 훅 휩쓸고 가는 그 느낌이 떠올라 정말 좋아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나는 이 구절이 이 시의 전부인 줄 알았다. 너무 유명한데 시 전체를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 시집을 읽으며 <낮은 곳으로>라는 시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좋아하는 구절이 생겼다.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고백을 받으면 정말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 하나에 마음이 설렌다. 이정하 시인의 시들은 그런 것들이 많아서 좋았다. 두근 거렸던 마음을 추억해 볼 수 도 있고, 연애세포를 깨우는 두근거림을 주는 시도 있다. 사진도 함께 있어 시를 더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보통 짧은 시가 마음에 많이 남는다. 그래서 그런가, <나무와 잎새> 시가 좋았다.
떨어지는 잎새에게
손 한 번 흔들어 주지 않았다.
나무는 아는 게다.
새로운 삶과 악수하자면
미련 없이 떨궈내야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p.229)
시집을 읽다보면 이제는 모든 것이 스마트폰의 채팅으로 되어있지만, 한번쯤 내 마음을 울린 시와 널 떠올리게 만드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로 써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꽃샘추위와 함께 코로나로 삭막한 요즘, 봄의 설렘을 가져다 준 시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