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손을 보다
구보 미스미 지음, 김현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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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얼굴이 살짝 화끈거린다. 그리고 손에 있는 이 책을 들고 한참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을 어디에 숨기지...?


<가만히 손을 보다>는 어른들의 연애소설이다. 정말 어른들이다. 다 큰 성인이고, 내가 연애와 성에 관련해 낯설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해피엔딩과 발랄한 전개만을 찾지 않고 조금 독특하거나 살짝 삐뚤어진(?)이야기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이 소설은 뜨겁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또, 어딘가 베베 꼬여버린 현실적인 연애담이다. 


어른의 사랑이라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연애와 결혼, 불륜과 관련한 미묘한 관계가 인상깊다. 어른이면 온전한 사랑을 할 거라는 막연한 환상이 존재하는 데 그것을 깨주기도 했다. 어른의 사랑은 조금 아이스럽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한 미완성의 사랑이었다. 상상의 연애와 현실의 연애가 어떻게 다른지 격하게 깨닫게 되는 소설이었다.


나에게는 조금 맞지 않았던 것이라면 소설이 정말 노골적이라는 것에 있다. 내적 감정을 묘사하거나 인물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정말 재밌었지만 성적인 내용이 나올때마다 흐름이 끊겨버렸다. 다른 많은 소설들에서도 성적으로 묘사가 나올때마다 흐름이 깨져서 난감한 상황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초반에 읽는데 노력이 필요했다. 물론 담담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왕이면 성적인 부분은 없거나 거의 희미하게 돌려 말하거나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순수하게 노골적이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연애 대상이 유부남이라는 것도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 중 하나였다. 둘의 연애를 지켜보면서 '유부남'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으니까. 아직 연애 경험이 없기 때문일까. 어른의 연애라는 것이 너무나 낯설고 어색했다. 한편으로는 일본에서 성인 여성에게 많은 인기를 받은 책인 만큼 일본인들의 연애란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일본은 연애나 성에 관련해서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기도 했다.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20대 후반의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오래된 연애나 잦은 연애 경험과 함께 현실적인 연애 소설이 읽고 싶거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연애에 공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책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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