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리 판타지아-자기 전 침대에서 읽지 마세요

이계리 판타지아 ㅣ 수상한 서재 2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이 책을 자기 전 침대에서 읽었다. 책을 읽다 잠들고 일어나니 내가 책을 읽은 것인지 꿈을 꿨던 것인지 헷갈렸다. 그만큼 꿈을 꾼 듯 이야기는 몽롱하고 기괴하다. 꿈을 꾼 듯한 이야기인 이유는 계속 쌓여가는 의문점들은 끌어안고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꿈속에서는 많은 이상한 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되고 무시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 미묘한 이계리의 이야기는 판타지아가 붙은 제목에서 상상되는 판타지와 함께 미스터리도 추가하고 싶다. 출판사 소개에서는 유쾌 통쾌 상쾌 경쾌하다고 했는데 끝까지 읽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약간의 유쾌는 있다. 살기 좋은 이계리라고 하는 것을 보면 반어법을 쓴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새로 정착한 미호를 보니 살기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에 이계리라는 이름을 단순히 시골 지역명이라고만 생각하고 지나갔지만, 지금에서야 ‘이계’리 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정말 독특하다. 캐릭터들이 다 매력적인 점이 이 소설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외부에서 온 미호마저 예사롭지 않다) 씩씩한 미호나 무시무시하게 덩치가 큰 검둥이, 무관심한 척 챙겨주는 조풍이나 김서방, 옆집 귀녀 할머니까지...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인물들이 비밀에 싸여있어 떡밥들은 차례로 쌓여가는데 주인공 미호는 떡밥을 풀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마 미호의 뇌가 과부하 된 탓인 것이나 이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대로 제 뜻대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탓이기 때문이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이 작품을 내 나름대로 받아들여 계속 읽어갔다. 이 등장인물은 사실 ~의 이야기가 숨겨있고 ~라는 정체를 숨기고 있어요...! 하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책은 아니다. 워낙 생각 없이 책을 물 흐르듯 읽는 타입이라 떡밥들을 줍지 않고 넘어갔지만 잘 찾아보면 여기저기 떡밥들이 뿌려져 있어서 추리를 잘하는 독자들이라면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역시 미스터리 소설...)

책은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끝부분이 다음 이야기들을 암시하고 있어서 2권이 있는 것인지 시리즈물인지 궁금해 인터넷 서치로 찾아보았다. 아직 단행본이 나온 부분까지 연재된 상태이다. 결국 완결은 기다려야하고...나는 완결이 궁금하고...! 연재 중 소설이라는 위험한 책을 건드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