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이다. 예언에 따라 왕이 되고자 했던 맥베스가, 현대에 들어서 경찰청장이 되어 권력을 바란다. 어찌보면 한나라의 왕보다 경찰청장은 소박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두 맥베스의 욕망과 추락은 비슷하다.

 

탐욕은 항상 큰 문제가 되어왔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중에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들이 있다. 맥베스에서 보여주는 탐욕은 이에 대표적인 예들 중 하나이다. 경찰청장이 되고자 하는 욕심에 저지른 실수를 시작으로,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 맥베스의 행동은 결국 추락으로 이어진다. 정말 끝이 없는 욕망이고 무한히 반복한 같은 실수다. 왕이 되고자 했던 고전의 맥베스가 현대판으로 돌아와 경찰청장이 되고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정도이다. 고전과 요 네스뵈의 맥베스는 어쩌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끝이 없는 인간의 탐욕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작품 전채가 작가가 재해석한 캐릭터와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캐릭터가 구성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여신에서 마약계 대부가 된 헤카테다. 예언이 갖는 욕망과 쾌락 등의 타락한 빛이 그 후에 오는 고통과 절망의 어둠을 마약으로써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한번 시작하게 되면 멈출 수 없는 늪과 같은 질척함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소재였다. 맥베스와 레이디 또한 극한의 상황과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썼던 칵테일 마약은 그들의 정신적인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빛나는 권력 뒤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Mr.Hand로서의 헤카테의 매력도 있다. 예언에 휩쓸려 흘러가는 맥베스의 운명은 마치 헤카테의 손에서 놀아난다. 레이디를 이용해 맥베스를 유혹하고 타락에 빠트리는 헤카테의 손길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자의 손길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레이디도 이 책에서 강렬하게 남은 인물 중 하나다. 맥베스의 운명을 단숨에 뒤흔들어버린 그녀는 스스로를 위해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끝내 파괴되는 인물이다. 어찌보면 맥베스에게 바람을 불어넣어 덩컨을 죽이게 만들어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어버린 그녀는 과거의 나약함과 고통을 숨기고 강하게 스스로를 무장한다. 그녀의 냉혹함과 강함은 그녀가 많은 것들을 버리고 생존했던 양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처참하다. 끝내 스스로의 나약함에 무너지게 되었던 것 역시.

 

이 책을 읽고 셰익스피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긴 것과 동시에, 현대 작가인 요 네스뵈 작가에게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맥베스를 통해 본 그의 작품은 범죄소설로써 그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사건을 치밀하게 서술해간다. 특히 그의 서술은 단정하고 세련되어 두근거리면서 읽기에 매력적이고 섹시하다. 이 책을 읽으면 왜 그가 셰익스피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볍지 않은 글의 정갈함이 고전소설과 잘 어울린다. 


중학생 시절 셰익스피어에 대한 환상으로 희극과 비극 모음집을 읽기로 도전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문체나 시대적 배경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짧게 몇 편을 읽다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 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맥베스를 읽었을 때, 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시 원작을 읽게 된다면, 정말 재밌게 읽을 자신이 생겼다. 재해석된 맥베스는 현대적인 시대에 살아가는 독자에게 고전문학과의 장벽들, 예를 들면 문화나 문체, 말투 등의 여러 가지 낯섦을 극복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어 독자와 원작 사이의 다리가 되어준다. 원작을 읽어봤던 사람들이라면 달라진 맥베스를 읽으며 신선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원작을 읽지 못한 사람들은 이 책을 계기로 맥베스에 대해 알게되고, 또 너무 재밌어서 원작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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