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히샴 마타르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사는 시대는 내부에서 간간히 들끓을 뿐 잔잔한 바다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전의 시대는 격동의 시대로, 팔팔 끓다 못해 사방팔방으로 튄다.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남북 분단으로 이어지는 혼란의 시대가 있었다. 그것들도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닌 증조부모 세대의 이야기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시대라는 말은 적절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이야기는 옛날도, 미래의 이야기도 아닌 현대의 이야기니까. 조금 먼 동네인 리비아에서 일어난 이야기지만,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2018년도, 7년 전인 2011년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다. 


귀환은 3대의 걸친 격동의 시기를 서술한다. 리비아의 이탈리아 식민 통치, 카다피의 독재정권이 이어지는 3대의 이야기는 3대의 이야기를 다룬 알렉스 헤일리의 장편소설 '뿌리'나 장융의 소설 '대륙의 딸'을 연상시킨다. 리비아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 보도를 통한 짤막하고 단순한 기술이 아닌 작가의 상세한 서술과 감정의 변화를 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 혈연의 유대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이다. 


이것이 논픽션이라는 것을 알면, 그렇지 않아도 뻑뻑하게 읽히던 글이 퍽퍽하게 읽힌다. 책은 상세하고 밀집되어있는 만큼 가혹하고 감정이 억눌리다가도 폭발하는 시점이 존재한다.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전쟁의 모습은 구체적이어서 그 비극이 가슴에 와닿는다. 


한 노인의 이야기가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카다피  사람들이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태웠을 때 그는 아들이 자기 방에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다행처럼 들렸다. 오늘이 3일째야 지금 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아이 시신에서 냄새가 난다는 뒤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책을 읽다 잠시 멈춰서 이 이야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예전에 헤밍웨이가 썼던 짤막한 소설이 생각났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리비아라는 나라를 끝까지 몰랐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 덕분에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 역사를 배운 것에 감사히 생각한다. 책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사고의 폭을 넓힌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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