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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옛날 고전을 원류로 글을 전개하는 글들은 아류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글투와 글내용을 모방하면서 원문의 글을 전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만난 『그때 장자를 만났다』도 장자의 글을 두고 작가인 강상구가 자신만의 틀과 내용으로 풀어헤친 글이다. 이리저리 치우치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장자의 무사상은 여러 번 읊고 읊어도 다함이 없다. 예전부터 노자와 장자를 같이 묶어 생각했으며 둘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나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나의 생각을 바로 잡고 개인의 무를 주장한 장자가 사회의 질서를 일순위로 한 노자를 구분하게 되었다. 즐겁게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나’, ‘너’, ‘우리’ 이렇게 3부로 나눠 장자를 만나고 있다. 나를 돌아보고 너를 살피며 우리를 생각하는 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딴지를 걸자면 책의 서술방식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장자의 사상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장자의 사상을 우리 현실에 접목시키면서 좀더 가까이 장자를 만나서 배우자는 의도는 알겠지만 나, 너, 우리 식으로 서로 나눠 이야기를 하는 이런 사고방식은 장자의 사상과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다. 우리들의 편의를 위해 이런 서술방식을 택했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이번에 읽은 장자의 향취에 취해 그냥 한 번 딴지를 걸었다.
제1부 개인의 변화의 첫 글인 ‘헛똑똑이 인생’에서 저자는 장자는 왕의 꿈 속에 나타나면 자신의 목숨을 건질 것이라고 생각한 거북이가 왕의 도움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왕은 이 거북의 등을 벗겨 점을 치는 데 사용하였다는 이야기를 두고 헛똑똑이 인생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총명함이 오히려 위태롭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난 여기서 나를 모르는 ‘나’가 바로 나라는 사실에 좀더 물러서서 사물을 보는 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서양철학사의 출발인 탈레스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는 한 이야기가 너무 와 닿았다.
남도 나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p.86)해야 한다는 장자의 가르침은 자신이 선 자리를 바꿔 시각을 달리하여 세상을(p.87) 보고 천하를 그대로 두고 내 시선을 바꾸고, 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p.95)는 나를 바꾸는 자세를 요구한 대목은 나만 알고 나만 바라보면서 세상을 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제2부 관계의 변화에서도 역시 남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일을 똑바로 하는 게 우선이다는 메시지를 읽었다. 앞 장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각의 변화와 이번 장에서 타인을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라는 자세는 말이 달라서 그렇지 똑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와 너가 구분이 되고 나에게서 바라보는 시각을 너를 통해 바라보는 시각과 다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굳이 자신/관계/사회의 범주를 나눠서 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 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어라. 토끼를 잡으면 덫을 잊어라. 뜻을 알았으면 말을 잊으라. (외물 p.223)
말이 수단이기에 겉치레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어서 고장난 시계를 얘기한다. 하루에 두 번은 맞는 고장난 시계는 자신의 시간에 모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자기 위주로 사고하는 사람은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을 앞장에 세우나 실제로는 그의 앞에는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겸손을 배우고 남을 인정하는 자세를 익힌다.
3부 사회의 변화에서도 1부/2부와 거의 같은 톤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나/너를 넘어 사람이 등장하는 사회틀에서 사람은 처음부터 모두 다르고 사람 수 만큼의 가치가 있어 인정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남을 인지하고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유보다 오히려 더 큰 자유를 준다.
1부/2부/3부의 내용이 나-너-우리 로 나가는 확대 전개이지만 장자의 깊은 뜻을 나-너-우리에 맞춰 설명한 부분은 두고 음미해야겠다. 책을 늘 곁에 두고 한 편씩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