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청춘
이은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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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연륜이 쌓이고 자라는 후손들의 본이 되어 자신을 억제해야 한다는 말보다 나이가 들어도 늘 청춘의 꿈과 즐거움을 간직한 채 인간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싶은 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일반사람들은 여러 가지 사회적 지위와 타인의 시선이라는 캡슐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수학공식마냥 의젓하고 근엄하게 계산적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원시시대가 우리 관점에서 불편하고 불행하였던 시대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자유분방하고 본능에 충실한 그들의 삶이 오히려 우리들보다 더 행복하였을 것이라는 다른 시각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삼십 대 방송작가 이은영씨의 글은 삼십 대 뿐만 아니라 사십 대인 나도 많이 공감한 산문집이다. 어른들이 ‘철 좀 들라’는 지청구를 할 때 그녀는 굳이 철을 들 필요가 있는냐는 생각을 하고 자기 주제도 모르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허황된 꿈도 꿈이라는 것을 아는 자유분방하고 너무도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30대이다.
 

새파란 미혼 청춘인데 ‘아줌마’나 ‘어머니’라는 호칭을 듣고 마음속 들끊는 분노를 억누르는 모습과 결혼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있거나 감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제는 눈을 감고 있을 나이라고 하는 모습 등에서 결혼이 우리들에게 가하는 제약의 깊이는 대단히 깊다는 생각을 하였다. 필자는 애써 태연하고 ‘그러면 어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 인습이 가하는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하는 한편으로는 연약하고 한편으로는 자유분방한 썩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면을 다 보여주고 있다. 가식을 싫어하는 모습에서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고 한 줄기 신선한 생활지혜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혹자에 따라서 책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과 사진 등은 여유로운 커피 한 잔과 같이 넉넉하게 30대의 일상 혹은 나이가 들어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보조도구로서 역할을 하여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277페이지에 나와 있는 글 중, -‘당연히~일 거야’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해탈의 경지까진 아니더라도 좀 더 편안한 삼십 대를 보낼 수 있다.-는 말에서 꼭 삼십 대만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주변에도 한 쪽으로 경도된 사고를 갖고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많다. ‘응 그래, 맞다. 네 말이 맞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자기 주장을 끊임없이 해대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나부터가 그렇지 않은 지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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