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나이가 좋다 - 꿈이 있어 아름다운 88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이기옥 지음 / 푸르메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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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나이가 좋다
이기옥 글
 
‘꿈이 있어 아름다운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소제목을 단 이 책의 지은이는 우리 나이로 88세이고 1924년생이다. 기억하는 한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의 지은이 중 가장 노령이다. 요즘 수명이 다소 길다 싶은 사람이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나이 88세이다. 예전에 비해 수명이 많이 길어졌고 의학이 발달하여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이르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나이 88세이지만 주변을 보면 대부분 이 연세의 어르신들은 심심하기 짝이 없고 처량하기 그지없다.
 
무료한 것은 개인의 문제이겠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큰 문제이다. 기계도 이 세월을 거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80년 이상 끌고 다닌 신체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는 나에게 이기옥씨의 글은 ‘과연 그녀가 노할머니가 맞나‘ 할 정도로 글이 파릇하고 신선했다.

그림그리기, 뜨개질하기, 꽃심기, 글쓰기, 방송하기 등등 그녀의 활동은 나이가 지긋이 드신 어른들이 하는 일치고 범위나 깊이가 참으로 넓고 깊었다. 글을 읽는 내내 ‘괜찮다, 괜찮다, 나이 먹어도 즐겁고 좋단다’라는 말을 바로 옆에서 지은이가 나에게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제1장 아름다운 노인’들에 실린 ‘황홀한 사람들’에서 지은이는 ‘아리요시 사와코’라는 일본 여류작가가 쓴 ‘황홀한 사랑’이라는 소설을 인용하면서 잠시 치매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소 바르고 단정했던 시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것을 본 주인공 며느리는 이상하고 안타까운 눈으로만 바라보다 나중에는 “어쩌면 모든 굴레를 벗어버리고 꿈속에서 사는 황홀경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 보면 치매에 걸린 어버이를 제대로 된 요양시설에 보내 자녀가 안심하고 생활을 할 수 있는 복지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이 안타깝고 다른 한편으로는 치매에 걸리신 분은 우리가 생각한 만큼 그다지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모님이 현재 치매에 걸렸기에 유심히 보았던 글이다. 자신도 주체 못하는 뇌질환으로 사리판단력을 잃은 어른들이기에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시는 날까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심금을 울린 또다른 글은 ‘제5장 행복의 조건‘ 중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제목의 글이다. 예전에 영화로 보았기에 지은이가 혼자서 영화관에서 본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할 때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고려장을 중심으로 일본 옛 부락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를 보여 주지만 이 영화의 중심소재는 ’아들이 어머니를 고려장시키면서 겪는 갈등‘이다. 나이든 부모를 산에 버리는 미개하고 잔인한 풍습의 이면에는 한 사람의 몫이라도 줄여 다수의 이익을 취하려는 종족번식과 실용성의 원리가 놓여있다. 백번 양보해도 이런 풍습은 개화하지 못한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오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도 늙으신 노부모를 지게에 메고 산 깊은 곳에 버린 고려장 풍습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세상 어떤 종족도 이런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노인에 대해 큰 존경심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들도 세상에 태어나 한 평생을 살아가는 인간임을 알고 똑같은 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봐야 하겠다..

지은이는 젊은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깬 분이시지만 내 주변에는 참으로 존경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노인분들도 많다. 자신의 욕심이 앞서 후손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는 이기적인 노인들이 말이다. 무능할 수도 있고 무식할 수도 있지만 제발 후손과 대립하는 어른은 이 땅에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나이가 들며 노인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염치도 있고 존경을 받는 노인으로 살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지은이의 글을 한 부분 인용하면서 글 감상을 마친다.

‘노인이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사람들 하는 일이 미덥지가 않아서 한마디하고 싶을 때가 있어도 많이 망설이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말을 할 때는 음성의 톤을 낮추고 이야기하는 버릇도 길러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항상 타이른다. 노인의 음성은 그리 부드럽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상대에게 거칠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상책이란 생각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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