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성공의 원칙을 말하다 - ‘史記’가 전하는 성공을 위한 지혜와 통찰의 메시지
모리야 히로시 지음, 김아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사기 - 성공의 원칙을 말하다

고전으로 현대에 자주 언급이 되는 경우로, 서양에서는 성서와 그리스로마 신화와 동양에서는 논어, 맹자, 사기를 들 수 있다. 이 중 사기는 다른 고전과는 달리 많은 인물들이 제각각의 처세술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어 후세에게 작게는 삶의 지침을 많게는 나라경영의 길잡이가 된다.

지금까지 한나라 역사가인 사마천(145?~90?)의 사기를 텍스트로 한 많은 연구서가 있는 걸로 알고 있으나 지금까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은 탓에 이번에 처음으로 사기 관련서를 읽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에서 한대에 이르는 여러 충신과 간신이 제각각의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때로는 충격을 때로는 의아심을 던져주었다. 2천년 이상 전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깊이 있는 생각을 하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기록하는 자의 편견으로 인해 때때로 엉뚱한 전개되는 이야기에 작은 실망을 동시에 느꼈다.

지도를 다운받아 춘추전국 시대 각 나라의 위치를 파악하였고 각국의 군주와 재상의 면면을 저자의 설명과 더불어 읽어갔다. 본서의 저자는 넘버1보다는 넘버2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그들이 성공한 비결이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많은 나라와 많은 인물이 물밀 듯 계속 등장하는 통에 처음 얼마간은 산만하였지만 계속 읽다보니 성공과 실패라는 큰 틀에 모든 인물이 하나로 모이면서 정리가 되었다.

처음 등장한 제나라의 환공과 관중은 너무 궁합이 잘 맞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공이 관중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한 것과 관중이 후한을 염려치 않고 충심으로 충언을 한 부분은 과히 오늘날 정치에도 맞춤식으로 적용이 되는 것들이라 섬뜩하기까지 하였다. 한 예로 ‘과거에 나라를 망친 군주들은 어떤 과오를 범한 것이요?’라고 환공이 관중에게 묻자, ‘하나는 토지나 재물이 눈이 멀어 제후들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하지 않은 것, 둘째는 세금 징수에만 열을 올리고 민심을 살피지 않은 것, 마지막으로는 정치 입지를 굳히는데만 집중한 나머지 시국이 흉흉해진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p.28)이라고 한 부분은 정치인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었다. 관중이 충과 의만 아는 신하였다면 군주의 체면을 지켜주기보다 어떻게든 군주의 잘못된 생각을 고치려고만 했을 것이나 그는 군주의 역린(용의 수염)을 건드리지 않고 인내하면서 군주의 체면을 살리고 동시에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현실적이고 계산이 빠른 정치인이라는 대목은 눈치도 없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윗사람의 체면을 깍아내리는 융통성 없는 인물에 대한 경계로 삼을만한 대목이었다. 융통성의 부분에서는 공자가 후에 말했듯 불법의 예를 넘어서 융통성을 발휘하였다고 높이 평한 제나라 재상인 안영의 경우도 법도에는 어긋났지만 예는 갖춘 이야기 또한 새겨볼만한 이야기였다. (p.200)

조최, 구범, 선진과 같은 충신의 도움으로 진나라 문공은 주 왕실 양왕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존용’의 의지를 내비쳐 패업의 초석을 세울 수 있었고, 3년간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쓸만한 인재를 찾았던 초나라 장왕에게는 목숨을 잃어도 군주의 마음을 다잡게만 되면 두렵지 않다는 소종과 같은 충신이 있었다. 이렇듯 늘 군주 옆에는 충신이 있어 그들이 훌륭한 과업을 이루도록 도왔다. 이렇게 곁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신하를 쟁신이라고 하고 쟁신이 진정한 쟁신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군주가 있다는 사실 인상적이었다.

지도자의 덕목 중 하나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하게 인재를 등용하는 용병술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조선 영정조의 뛰어난 정치술은 춘추전국시대 군주들과 비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황당하였던 부분은 진나라와 초나라가 전쟁 중에 진나라 병사의 전차가 구덩이에 빠진 것을 초나라 병사가 방법을 일러줘서 무사히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살짝 인간미가 풍긴다(p.110)고 한 대목이다. 과연 죽음과 삶이 촌각을 다투는 전쟁통에 이런 배려의 마음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왠지 소설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장 ‘춘추전국시대 2인자의 성공전략‘에서는 제1장에서 거론된 인물이 다시 등장하면서 2인자들의 처세술과 지략을 엿볼 수 있었다. 예를 중시한 주공 단, 책략과 정도의 관중, 청렴과 청빈의 범려, 가혹한 법가 사상가 상앙, 무위의 도를 실천한 범저 등의 2인자들은 군주를 세워 올바른 정치를 펼쳤던 같은 목표를 추구하나 다른 방식의 통치술을 발휘하였다. 특히 공자와 돈독한 관계였던 안영이나 자산의 경우는 ’논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제3장 ‘춘추전국시대 자우들의 성공전략’에서 손무는 합려가 여인들도 훈련시킬 수 있는냐는 말에 ‘문제없사옵니다’라고 대답하고 난 후 180명의 궁녀를 끝내 일사불란하게 훈련시키는 장면은 다소 끔찍하면서도 장군이 달리 장군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2대로 궁녀를 나눈 후 왕의 총희를 대장으로 세운 손무는 2번을 명령하였는데도 제대로 따라하지 않고 웃으면서 장난만 치는 궁녀들 앞에서 합려가 총애하는 대장 2명의 목을 베었고 이를 본 궁녀들이 기침소리도 내지 않고 지시를 따르는 장면은 참으로 아찔한 느낌이었다. 이토록 엄격한 손무의 대척점에 병사의 고름을 빨아주기까지 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산 위나라 문후를 섬겼던 장군 오기가 있다. 이 또한 아찔한 것은 그의 보살핌에 힘입은 군사들이 목숨을 바치기까지 한 대목이다.

제4장 ‘초한쟁패 시대의 성공전략‘은 평소 전쟁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다지 크게 인상 깊었던 장면은 찾기가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사성어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삼국지에 종종 등장했던 고사성어와 그 유래가 되는 이야기는 이 책의 양념으로 퍽 재미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서 서평을 끝마치겠다.

-관중과 포숙아가 보여준 우정을 말한 ‘관포지교(管鮑之交)’ -p.24
-충신을 가리려고 3년동안 노는 데만 정신을 팔았다는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에서 나온 성어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 -p.90
-부차와 구천의 복수에 대한 집착을 비유한 ‘와신상담(臥薪嘗膽)’ -122
-목표를 이루려면 끝까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의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 -123p.
-부단히 노력해야 유능한 인재를 얻을 수 있다는 ‘토포악발(吐哺握發)(머리를 감고 있으면 머리를 움켜쥔 채, 밥을 막고 있으면 먹던 것을 뱉으면서까지 재빨리 뛰어나감 -p.133
-제나라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부차에게 월나라를 계속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자서는 항상 소신을 굽히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하였으며 초나라 평왕의 시신을 파내 채찍질하며 아버지와 형의 원한을 풀었듯 월나라에 대해서도 ‘이미 죽은 자의 언행을 비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용된 ‘굴묘편시(掘墓鞭屍)’ -p.143
-진나라 재상 자리에 앉으려고 채택이 범저를 설득하면서 말한 ‘항륭유회(亢龍有悔)’ -p.155
-옥과 돌이 한데 섞여 있다는 뜻의 ‘옥석혼효(玉石混淆)' -p.160
-닭이 되어 울고 도둑이 되어 훔친다는 뜻의 ‘계명구도(鷄鳴狗盜)’ -p.161
-술자리에서 적의 창끝을 막는다는 말로 외교 수완을 발휘하여 적의 공격을 피한다는 ‘준조절충(준(樽粗折衝) -p188.
-울며 마속의 목을 벴다는 뜻의 ‘읍참마속(泣斬馬謖)’ -p.180
-돌아가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 -p.258
-항우가 병사에게 황하를 건너게 한 후 배를 가라앉혔고 솥과 냄비도 부쉈으며 군량도 3일치만 챙겼다는 ‘파부침선(破釜沈船)’ -p.259
-명분 없는 군대를 말하는 ‘무명지사(無名之師)’ -p.271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다는 ‘과하지욕(胯삿興?)’ -p.2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