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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아도 괜찮아 - 독한 세상에서 착하게 살아남는 법
카야마 리카 지음, 김정식 옮김 / 모벤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착하게 살아도 괜찬아
-카야마 리카 지음 / 김정식 옮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아웃사이더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결코 아웃사이더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반 통념을 기초로 한 가치관을 무참히 깨부순 훌륭한 저서이다.
강자가 자신의 편익을 위해 설정한 도덕기준률에 따르면 이 책의 글들은 약자나 패배자가 내지르는 울분의 토로에 지나지 않겠지만 기득권과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보면 모양과 색깔이 다를 뿐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세상은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정신과 의사인 필자는 강자 중심 사회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약하고 패배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이 그 자체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충고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부정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성향도 실은 인생을 살아갈 때 도움이 될 수 있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삶의 훌륭한 또다른 한 면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스토리 1부터 스토리 10까지 제목만 봐도 필자가 어떤 것을 주장하고 싶은 지 알 수 있다. 1. 우유부단해도 괜찮아 2.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도 괜찮아 3. ‘먼저하세요’라고 양보해도 괜찮아 4. 자기 자신을 살아할 수 없어도 괜찮아 5. 상처받아도 괜찮아 6.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해도 괜찮아. 7. 늘 먼저 사과해도 괜찮아 8. 가족에게 희생당해도 괜찮아 9. 이루고 싶은 꿈이 없어도 괜찮아 10. 정에 휩쓸려도 괜찮아. 모두다 괜찮아로 끝나는 각장의 글들은 일견 찌지리의 자기위안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참으로 시체말로 충고 같지 않은 충고의 말이다.
필자는 이런 성향의 현대인은 작금의 사회적 삶에서 비주류에 속하고 치명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음을 알지 못했겠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는 이런 삶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며 결코 손해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세워 나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책 각장의 말미에 ‘닥터 리카의 어드바이스’라는 제목하에 앞서 말한 ‘괜찮아’에 대한 부연설명과 실천하는 인물을 예시로 들고 있다. 독자가 그의 생각을 충분히 따라가도록 배려한 구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제1장 ‘우유부단해도 괜찮아’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연명치료를 통해 자식된 도리를 다해야 할 지 아니면 주위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더 이상 서로가 나쁜 기억을 갖지 않도록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할 지 갈등하는 고객에게 의사인 필자는 마음 편하신대로 하라고 충고하면서 이럴까 저럴까 갈등하는 것을 죄책감이나 아쉬움, 후회 등등의 생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망설이고 결정을 못하는 사람이 미성숙한 사람이 아니며 오히려 생각의 깊이가 깊고 풍부하다고 필자는 말하면서 단선적 사고의 틀에서 사고하는데 익숙한 현대인의 약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해도(2장), 상처를 받아도(5장),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해도(6장), 가족에게 희생당해도(8장) 괜찮다고 말하는 필자에게서 인간의 정이 느껴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한 가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10장 ‘정에 휩쓸려도 괜찮아’에서 바람피우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에 대해 의뢰인인 부인이 너무 우유부단하게 대처하고 머뭇거리는 데 대한 필자의 충고 부분이었다. 자신이 중요하기에 초점을 너무 남편에게 맞춰 휘둘리지 말고 자신을 다스리고 먼저 정신, 육체적 안정을 찾자고 한다. 그리고 따라온 친구가 도리어 흥분하여 이혼을 해야 하니 진단서를 끊으라면서 흥분한다. 이 장의 결말은 애인의 집에서 생활하다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깨닫고 어느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회사에서 귀가하는 남편을 그르려니 하면서 받아 주었다는 의뢰인 여성이 말하는 대목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며, 적절한 감정표출은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인간 감정을 너무 억누르면서 일을 처리하는 느낌을 받아 다소 불편하였고, 남성중심적 사고를 하는 전형적인 일본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남성으로서 조금 부끄러웠고 실망스럽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