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법학자 김두식이 바라본 교회 속 세상 풍경
김두식 지음 / 홍성사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훌륭한 책이다.
근래 읽은 책에서 나의 생각을 글로 대신 표현해준 책으로는 단연 최고였다. 저자 김두식 님이 지식의 깊이 뿐 아니라 글쓰기에 뛰어난 재주가 있음은 글이 술술 읽혀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종교서적 냄새는 첫 장을 읽으면서 말끔히 사라지고 이 나라에서 교회의 종교적 사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써내려간 훌륭한 책이었다. 현재 무교인이자 다종교 인정주의자인 나는 저자 김두식님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본받아야 할 이 시대의 참 스승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교회와 목사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한 생각을 자기 반성적인 자세로 써내려간 명작 중의 명작인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는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타종교 귀의자나 무종교인 모두에게 귀감이 될 만한 책이자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웬만한 책도 공감대가 쌓이는 부분이 전체의 10분의 1이나 될까 말까한 요즘 기독교와 기독교인에게 고함치는 논리 정연한 자기 반성적 사색과 예수님의 올바르고 참된 사랑에 대한 간절한 바람에 큰 공감을 하였다. 책의 모든 장들이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을 정도로 절로 공감과 존경을 보낼만한 책이었다.

머리말에서 그가 말했듯이 자신의 명저 “헌법의 풍경”이 괴물로 변하기 쉬운 국가와 그 국가를 통제해야 하는 법의 사명을 설명한 책이라면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는 대통령을 배출한 후 외형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나날이 영향력을 잃고 있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고, 교회와 세상의 올바른 관계를 모색해 본 책이다. 그는 책의 요지는 ‘2장 비전과 욕심 - 방향을 거꾸로 잡은 교회’와 ‘8장 샬롬의 공동체 - 교회의 교회됨을 위하여‘ 에 담겨 있다고 하면서 책을 다 읽을 수 없는 사람은 이 두 장을 읽으면 전체 내용의 핵심을 알게 될 거라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읽어본 바로는 4장(콘스탄티누스- 세상을 교회 속으로 끌고 들어온 사람), 5장(16세기- 세상이 교회를 지배한 시절), 6장(중세의 이단- 먼저 실험을 시작한 사람들)이 교회가 힘을 얻게 되고 세속의 권력과 야합을 하게 된 역사과정을 조금은 지루하게 나열한 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장 하나도 두 번 이상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꼈다.

이명박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바친다)’는 말도 안 되는 기도를 올린 이후로 기고만장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명박’을 마치 이 나라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점지하여 보낸 선지자인 양 떠벌리는 작태는 아무리 상식적인 생각과 이해로 그들을 역지사지 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 조용히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뭇사람의 마음에 안식을 제공해야 하는 교회가 도리어 교회 속의 세상을 만들어 스스로‘권력기구’의 중심에 앉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이렇게 신앙인 중에서도 신실한 지은이가 말하는 교회의 사명을 함께 생각하다보면 지금까지 기독교인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 깨끗이 없어짐을 경험하였다.

지은이는 결코 어느 쪽에 경도되어 자신의 주장만이 올바른 길이라도 주장하지 않는다. ‘진짜 보수는 권력의 절대화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진짜 보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는 대목과 ‘진짜 진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을 이어받아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103-104pp.) 말하는 그에게서 진정 인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7장 질문 바꾸기 - 고통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는 교회‘에서 동성애 문제를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 묻기 전에 먼저 왜 나에게는 동성애자 친구가 없는가‘로 질문을 바꾸어 말하라고 하는 지은이에게서 이해와 사랑은 결코 율법주의자와 같이 정해진 틀에서 무작정 사람을 우겨넣으려는 작태가 아니라 사랑과 이해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는 배움을 얻었다.

’8장 샬롬의 공동체:교회의 교회됨을 위하여’에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평화‘하면 주로 예수를 믿고 마음속에 얻게 되는 평안으로 이해하지만 실제로 히브리어 ’샬롬‘이나 헬라어 ’에이레네‘가 말하고자 하는 평화는 그런 마음속의 주관적 내적 영역으로 제한되지 않으며’(277p.) '단순히 마음속에서 얻는 평안으로 축소함으로 교회는 대부분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278p.)'를 얻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쟁과 빈곤에 맞서 싸우게 될 뿐, 정치적 결사체로서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279p.)‘이라는 대목은 진정한 기독교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예수님을 진정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였다.

김두식 님이 말하는 예수님의 진정한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일독만으로 다 깨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성경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현재의 ‘교회 속의 세상’이 말하는 세상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세상 속의 교회’로 남기 위한 기독교의 부단한 노력과 자기성찰의 계기가 되어 진정한 세상의 밀알이 되는 교회를 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부터가 열린 마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