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리라이팅 클래식 5
이혜경 지음 / 그린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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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자·맹자라고 하면 중국고전의 선봉장이자 유교문화의 상징적 인물로 알고 있다. 그들이 빠진 유교문화를 생각하기 어렵고 중국고전을 논하기 어렵다.

나는 보수의 어설픔보다는 진보의 개혁을, 안일한 멈춤보다는 고달픈 전진을 선호하기에 공자-맹자를 후진성과 느림의 성인으로 생각했다. 동양철학하면 항상 노자와 장자를 먼저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공자-맹자는 단편적인 일화와 인용 글귀 외는 접하지 못했다.

이번에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이혜경 저, 그린비 출)을 읽기 전 ‘맹자’에 대한 기존의 나의 선입견은 변함없었다. 현대식 겉표지와 판형을 가지고 현대식으로 해석을 한다고 그들에게서 풍기는 보수와 전통의 냄새가 어디 가겠는가. 보수성향의 주장이나 논리는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번 읽기를 통해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을 보고 싶었고, 진보주의자와 통하는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싶었다.

맹자의 유교이념은 성선설을 중심으로 본성을 키워나가며 묵과와는 달리 나를 우주의 중심에 두는 사상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가장 큰 사랑으로 여기고, 이를 중심으로 측은지심(인)을 통해 혈연을 넘어 모든 사랑에 관통되는 차등화된 감정을 쉬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일면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새싹이 자라듯, 사랑도 자라기에 사랑의 마음을 많이 쓸수록 깊고 넓어지니, 축은지심의 감정을 계속 가져야 한다고 강론하는 맹자는 ‘자신의 마음이 바르면 세상의 모든 존재가 그에 대해 같은 마음으로 응답할 것(133p.)'이라 한다. 실천덕목으로 ‘호연지기’의 방법을 강론하는 맹자는 ‘일로 삼되,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며, 마음에서 잊어서도 안 되지만 억지로 자라게 도와서도 안 된다. (117p.)'고 하였다. 맹자는 나와 타인의 관계뿐만 아니라 군주가 백성을 대하는 태도까지 다자간의 관계를 역설한다. 만민 평등이나, 세계 조화라는 두둥실한 개념을 두고 보면 세계 화합을 외치는 묵자가 훨씬 낫고, 개인주의를 출발점으로 하는 맹자의 사상은 소아적인 한계의 사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맹자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도록,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일을 판단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 (258p.)이라고 하였다. 100%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세상은 다양하고 생각은 자유롭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사상은 건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대들보임에 틀림없다.

한 가지 이 책의 단점은 맹자 철학을 강조하기 위해 동어반복(tautology)을 심하게 사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에 관한 설명은 최소 5번을 넘었고 재선왕의 ‘소가 아닌 양의 도살’ 일화와 ‘살인죄를 지은 아비를 안고 도망쳐 바닷가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즐거워하면서 천하를 잊을 것이라는 순임금의 아비 공경 이야기’ 역시 여러 번 등장하였다. 주기적 반복을 통해 맹자의 가르침을 독자의 머리에 심어주고자 하는 작자의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대식 작법에 비춰볼 때, 다소 지리한 느낌을 받았다.

많은 것을 느꼈고 많은 것을 배웠다. 한 성현의 사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착한’ 사람이 되었고, 나-너-우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세상사에 매여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거나, 너무 주변에 얽혀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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