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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 아들이 살해당한 후, 남은 가족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추적한 충격 에세이
오쿠노 슈지 지음, 서영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오쿠노 슈지 지음 서영은 옮김
‘가슴이 먹먹하다’는 말 이외 달리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가능하고 있을법한 이야기로 달갑게 받아들이고 즐겼을 것이다. 그런데, 논픽션이라니! 실제 일어난 사건을 추적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현재의 삶을 들여다 보는 신중히 다루어야 하는 내용의 글이다.
사람 사는 곳에 사건·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백 번, 천 번 양보해도 어찌 이토록 잔인하고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세상이 일순간 싫어지기까지 한다. 사건 그 자체도 잔인하지만,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사건의 동기가 너무 빈약하고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은 사건 이후 돌 하나가 잔물결을 일으켜 주변을 일순 흩트려 놓은 양 내내 불행과 인고의 암묵 속에서 살아가는 반면, 가해자 A는 다른 사람이 되어 변호사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짓눌러 있던 가슴의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하기가 버거워 큰 한숨을 내쉬었다.
사망한 히로시의 여동생 미유키가 주로 글의 중심에 서서 오빠의 사망 후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근 2년간을 빈사상태로 지낸 어머니와 남은 가족을 위해 중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외유내강의 아버지, 그리고 반발심과 반항을 친구인 양 가족으로부터 완전 탈출은 못하면서 경계선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미유키, 이렇게 남은 3가족은 슬펐고 슬펐다.
이 중 가장 가슴 아픈 삶을 살았던 사람은 히로시의 아버지이다. 미유키가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왜 그리 슬프고, 가슴이 말려들었는지 지금도 그 느낌이 몸으로 전해진다. 미유키는 ‘그때의 아버지는 온몸이 찢길 듯한 고통을 견디며 우리를 지켜내려고’ (p.130) 했으며, ‘온갖 번뇌를 마음속에 가두어두고 홀로 안간힘을 썼음에 틀림없다.’(p. 131)고 하였다. ‘아버지가 세례를 받은 또 한 가지 이유는 오빠를 죽인 A를 향한 살의 때문이 아니었을까(p. 132)'라는 부분에서는 속으로 곪아 들어가는 고통을 견뎌내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속마음을 볼 수 있었던 또 다른 장면은 애완견 쵸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였다. “원래 힘이 센데도 사람한테는 참는 거로구나. 넌 훌륭한 놈이야….”(p. 144) 라는 히로시 아버지의 말은 차라리 자신을 향한 독백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뭉클뭉클하였던 마음에 급기야 눈물이 눈가에 맺히었다. 이렇게 가슴을 썩이면서 참아야 했던 그는 췌장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건데,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당사자인 너무도 비열하고 철면피인 (인간이 맞나?) A나 고통을 구석구석 느끼면서 많은 진술을 한 여동생 미유키보다도 히로시의 아버지에게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은 내가 아버지이기에 느끼는 공통분모 때문일 것이다. 부디 정의가 살아있고, 하느님이 계시다는 믿음을 갖고 싶다. 그리고 돌이켜 알게 모르게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이 없는 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