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 1 - 천도가 무너진 땅
정찬주 지음 / 뿔(웅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1장 ‘하늘이시어’를 펼쳐 읽을 때, ‘우하, 대단한 책이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유배 온 김식의 상황을 무척 긴장감 있게 다루고 있었고, 아슬아슬한 장면 장면들 때문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앞으로 어디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제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그저 재밌고 즐겁게 글을 따라갔다. 

 

김식의 자살로 1장이 막을 내리고 2장으로 들어설 때, 한 차례의 격랑이 있고난 후의 다소 유속은 있으나, 파란은 일지 않은 글을 만나게 되었다.  정암 조광조를 그리는 여인과 혜공, 그리고 정암의 초상화를 그린 양팽손의 이야기가 두근대던 나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인이 초설이라는 이름을 정암의 스승인 김굉필에게서 얻은 내력과 정암을 그리워하는 과거사를 읽으면서, 인연의 힘을 느꼈고 ‘이 책의 주인공이 정암 조광조 선생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3, 4, 5장으로 이어지는 연산주의 살육 보복(무오사화)은 과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나의 의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서 처절한 유림들의 안타까운 몸부림의 흔적만 남긴 채, 칼과 피를 너무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아하, ‘천도가 무너진 땅’(3장)에서 ‘소인배의 나라’(4장)는 융성하였고, ‘폭군에 맞선 군자들’(5장)은 너무도 약했다.  인의가 불의에 무참히 짓밟혔다.  불의는 무력이 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하여 인의든, 정의든 가리지 않고 곧다 싶으면 다 베어 넘어뜨려, ‘자기들만의 세상’이라도 있는 양 거들먹거렸다.  내가 마치 연산주의 광분의 대상인 양, 새가슴이 되기도 하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1권 말미에 조광조의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한 채, 책은 끝났다.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쓰라린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한 나라의 군주가 올곧게 서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너무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정암 조광조의 활약을 2, 3권에서 보아야겠다.  정의와 도의, 인의가 마땅히 대접받고, 그로 인해 백성이 편안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책 속에서 만난 여러 선비들의 바로 선 마음을 배우긴 했으나, ‘5명의 의로운 신하가 있으면 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말은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든다.  2권과 3권을 통해 천도가 무엇이며, 과연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

-사기(史記)란 그 법에 따라 목이 달아날지언정 붓을 휘지 못하는 것이요.  (p.199)

-해가 밝게 내리비치는 가운데 조용히 운명에 순응하는 것도 평소에 한 공부로 다져진 힘의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p.234)

-다만 시절이 이러하니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살자는 것이지요.  좋은 시대의 운수를 기다려보자는 것이지요.   (p.234)

-오늘의 내 운명을 알고 싶으면 어제의 나를 돌아보면 보일 것이요, 내일의 내 운명을 알고 싶으면 오늘의 나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을 불가에서는 인과(因果)라고 합니다.   (p.3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