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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고 난 뒤, 셜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받은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동양적인 정서와 자연 순리에 순응하는 정적 이미지는 이순원님의 ‘나무’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었다. 나무를 단순히 길가나, 숲속에서 무한의 시간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그저 그런 생명체 - 소극적 생명체 -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나무를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생명이라 하면, ‘다리나 발을 이용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나무, 식물, 풀 등은 2차적 생명체라고 무심코 생각을 하여왔다. 나의 생각의 협소함과 막막한 도심적 구조에 이순원님의 ‘나무’는 흙과 물을 뿌리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고 나의 무지한 뇌와 몸을 다둑였다. 기분 좋고, 즐겁게 소설을 읽었다. 조용조용한 할아버지나무와 처음 주인인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부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도 따뜻하여, ‘이런 세상이라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화로에 묻는 밤과 땅에 묻는 밤’의 차이를 말해 주는 이야기(34p.)와 보릿고개가 되어 먹을 것이 없는 사람과, 아파 누운 사람을 위해 할아버지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모아 부엌에 묻어두었던 ‘그 사람의 아내’의 이야기(54~55pp.)는 인고의 기쁨과 배려의 즐거움을 가르쳐주었다. 다 자란 나무가 부러움에도 당장의 과실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과실수를 심지 않는 인내가 없는 어른들의 어리석음(71~73pp.)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슬그머니,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서, ‘나도 그렇지 않는지’ 자문하였다. 할아버지나무의 지혜는 작은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잘 드러났다. “우리 나무의 인생에서 전부를 지키려다 전부를 잃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단다. 제일 큰 열매는 지키고 두 번째 열매는 버리거라.”(148p.)고 충고를 하는 할아버지나무는 인생의 진리를 너무도 쉽게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들 인간은 욕심이 욕심이 아니라, 목표를 향한 집념이고, 도전이라고 웅변하면서, 인간의 도를 넘어선, 행동을 합리화한다. 나 자신도, 나눔과 배려의 행동보다는 욕심과 소유에 집착한 행동에 익숙하다. 작은 나무가 ‘무엇을 잃어 가면서 배우는 것이 있음을 알게’(161p.)되듯이, 소유의 집착을 극복하고, 의연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무를 나무라 말하고, 나무를 친구라 부르던 사람’(180p.)인 ‘그 사람’처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갖자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