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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처음이라
마르타 알테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평점 :
글-그림이 있는 책은 역사만화 도서를 본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 보게 된 ‘이 동네는 처음이라’는 털복숭이 강아지가 낯선 동네에서 집을 찾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털복숭이 강아지는 작가가 스페인 집에서 기르는 ‘플록’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모델로 하고 있다.
글과 그림을 읽을 때 첫째로 눈에 들어온 부분은 강아지의 종이 무엇인지, 여기 책에서 무슨 이름을 가졌는지, 헤매는 중간에 만나게 되는 꼬마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리고 집을 찾고 있는 이 동네는 어떤 동네인지가 나와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구별을 위해 만든 게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이지만 작가는 이런 사람의 잣대로 동네와 털복숭이 강아지 그리고 꼬마를 판단한 게 아니라 자유로운 존재로 그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잔잔한 감동을 받은 부분은 처음 접한 도시를 낯설고 이상하고 무섭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과는 달리 털복숭이 주인공은 동네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털복숭이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눈으로 보는 풍경, 귀에 들리는 정겨운 소리와 코로 들어오는 맛있는 냄새로 환영한다. 이런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라는 생각에 맘이 무척 따뜻하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사람이라고 했을 때는 비록 개지만 본받아야 할 부분이 많아 스스로 반성도 하였다.
마지막 부분에 꼬마의 엄마가 꼬마를 찾아서 집으로 데려갈 때 털복숭이가 우울한 모습을 잠시 보였으나 곧 꼬마와 꼬마의 엄마가 와서 털복숭이를 안을 때 털복숭이는 이미 자신의 집을 찾았다고 한다. 이게 공동체의 사랑이고 공동체의 따스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로 자신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의 털복숭이와 주변 사람들 그리고 꼬마와 꼬마의 엄마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이나 동물과 식물은 모두 공생하면서 서로의 가족이 되는 게 가장 올바른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