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 - 맥락적 근거로 파고든 한글 탄생 비밀 이야기
최시선 지음 / 경진출판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글 탄생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때이다. 한글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이면 항상 같이 나오는 어휘는 훈민정음과 집현전, 집현전 학자들이다. 머리속에는 세종대왕이 1순위, 집현전학자가 2순위로 한글탄생의 공로 순위가 매겨진다. 이런 순위는 중등, 고등교육에 이를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책을 읽게 되면서 이런 기회를 갖게 되었다.


'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발동했다. 비밀코드는 무엇이며 신미대사는 누구인가. 


저자는 훈민정음과 월인석보의 글자 수나 장수가 108번뇌의 108자와 108장이라는 사실과 불교의 우주관인 33천과 28천을 본떠 훈민정음 해례본의 종이 장수나 훈민정음 창제 문자 수가 28자(모음11/자음17)라는 코드가 훈민정음과 관련하여 심겨져 있는 비밀코드라고 한다. 이런 비밀코드는 15가지나 된다고 하면서 차근히 설명한다. 저자의 노력이 대단하며 뛰어난 직관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는내내 역사의 순간이 눈앞에 펼쳐져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북극이나 남극으로 가서 동식물을 촬영하듯 15세기 세종대왕이 조선을 다스리던 시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교국가인 조선은 명나라를 받들면서 한문를 국가의 글로 삼아야 하거늘 감히 불순하게 한글을 만들려는 시도는 명나라에게 반역하는 행위이다. 이를 숨기기 위해 세종대왕은 신미대사를 활용하여 한글을 창제하셨다고 한다. 세종의 아들인 수양대군과 양평대군이 적극적으로 신미를 도와라 하여, 후에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었을 때도 신미와의 관계가 계속 유지된다. 많은 불교서가 언문으로 기록되어질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비밀코드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다. 이런 주장은 처음 들었다. 


저자는 '나랏말싸미'를 보고 한글창제의 궁금증이 발동하였다 한다. 나랏말싸미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이번에 영화를 보았다. 영화로서 극적 요소는 많이 없었다. 조기에 상영이 중단된 것은 역사왜곡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조기에 영화가 내려진 것은 영화적인 극적 스토리가 부족해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역사왜곡으로 인한 논란이 양적인 면의 조기상영 중단의 큰 원인이긴 하지만 더불어 영화적인 흥미와 극적 효과가 부족해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신미대사, 그리고 그를 돕는 수양대군과 양평대군이 지금까지 듣고 알고 있는 훈민정음 창제설에 가담한 인물과 거리가, 아닌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다.


신하들의 눈밖에 있는 복천암에 거주하는 신미대사라는 스님을 시켜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조사를 한 저자는 여러가지 근거를 들면서 세종대왕과 더불어 신미대사가 훈민정음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여러가지 말이나 주장이 없다는 사실이 당시 명나라를 섬기는 유교국가에서 글자를 만든다는 행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불순한 행위임을 입증하는 사실이라고 한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과 함께 어디까지 맞고 어디까지 틀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역사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문제라 지금처럼 어중간하게 넘기면 지금 10대가 40, 50대가 되는 30, 40년 후에 나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최시선 선생님의 이번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최시선 저자는 교육감으로, 교장으로서 직책에 있으시면서 훈민정음과 관련된 사실을 탐구하기 위해 서울까지 상경하여 강의를 듣고 신미대사라는 분을 알기 위해 불교도 공부했다. 이런 열성과 집념에 고개가 숙여진다. 또한 무한히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나름 훌륭한 나라에 속하고 많은 나라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경제, 방역에 있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근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면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언어인 우리말 한글이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한 내용이 없다니 무척 부끄럽다. 이런 문제를 파헤치는 최시선 저자는 국문학이나 한글연구회 학자들보다 더 훌륭하고 뛰어나신 분이다. 물론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다 맞고 다른 전문가의 주장은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여러 주장 중 간과해서는 안되는 주장이 신미대사가 한글창제에 동참하였다는 사실이다. 


맞다 틀리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맞고 왜 틀리는 지 논의를 하면서 확실하게 역사사실을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다른 역사적 문제도 최시선 작가의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 당장 나부터 이런 시도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최시선 저자가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글이 중복해서 언급하는 부분이 많았다. 처음에는 앞에서 말했는데 또 나오네 하면서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점이 오히려 더 좋았다. 언급이 다시 중복되면서 앞서의 사실을 다시 새김질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신선한 기운을 받았던 좋은 책읽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