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치마 마트료시카 오늘의 청소년 문학 27
김미승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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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마트료시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마트료시카는 인형 안에 인형이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인데, 이 마트료시카와 검정치마가 어떤 관계이길래 '검정치마 마트료시카'일까. 궁금해진다. 앞표지 그림이 보름달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마트료시카는 검정치마를 입고 저고리를 걸친 어린 여자아이 모습이다. 머리장식을 한 머리모양이 장옷을 덮어 쓴 모습처럼 보인다. 이게 검정치마 마트료시카인가? 근데 이 그림에 뭐가 담긴걸까? 또 다시 궁금해진다. 뒤표지를 보고서야 '아하, 우리 조상의 아픈 역사가 깃든 소설이구나'하고 생각한다.


"사할린으로 가겟어요. 아무리 멀어도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갈래요."

일제 강점기, 러시아에서 살아온 조선인 소녀 쑤라의 이야기

(뒤표지에 씌인 글)


아픈 역사지만 그 아픈 역사를 알지 못하면 후에 다시 유사한 아픈 역사가 닥쳤을 때 또다시 아파할 수 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에 아픈 역사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간단하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 국적을 가진 주인공 쑤라는 산후 후유증으로 엄마를 잃고 아빠와 둘이서 험한 러시아에서 살아간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 국적을 갖고 있지만 러시아인들은 카레이스키라는 고려인의 피를 가진 쑤라를 최고성적의 우수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쑤라는 격분한다. 이렇게 불운한 환경에 처한 쑤라에게 또다른 비극이 찾아온다. 통역관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밀정으로 발각되어 일본인에 의해 사할린(가라후토)으로 추방되고 만다. 아빠를 찾기 위해 여러 조선인의 도움을 받아 사할린으로 간다. 그곳에 가서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기수대 아저씨 가족의 도움으로 탄광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런 시간 속에서 쑤라는 아빠를 찾으려 한다. 이리저리 애를 쓰다 마침내 아빠가 타코베야(문어방)라는 감옥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일본의 만행으로 아빠가 죽게 된 것에 복수심과 원한이 쌓였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드디오 일본이 패망하고 잡혀간 많은 조선인들이 자유를 찾게된다. 하지만 조선인들을 데리려 선박이 올 수 없는 상황이라 조국으로 가지 못하게 된다. 남아 있었던 사람들은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사할린에 머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쑤라는 예분, 현도와 함께 조선인 학교를 세워 한글을 가르치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이야기를 읽고 조상이 당했을 나라 잃은 설음과 파고드는 아픔에 가슴이 먹먹하였지만 결론을 설음과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교육이라는 빛으로 희망을 전해 준 김미승 작가의 차분한 마무리가 감동적이었다.


청소년들에게 조국이 없을 때의 찐한 아픔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길잡이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여러가지 어려운 논리로 조국, 동포를 이야기하는 책이 많다고 알고 있다. 조국 동포를 이야기 할때는 여러가지 논리가 필요없다.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고 이해하는 맘을 가지면 족하다. 그래서 '검정치마 마튜료시카'는 미트료시카를 생각하면 조국이나 동포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똑같다는 것이 주는 모방성이나 이중성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통해 앞선 조상의 정신이 내게 전하는 연대성이다.


쑤라는 기수대 아저씨의 딸 예분에게도, 어린 나이에 잡혀와 부모와 떨어져서 서럽게 살아가는 현도에게도 연대성을 느낀다. 쑤라가 느끼는 연대는 같은 조상을 가진 같은 민족이라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나이인 적군 대장의 아들인 이시로에게도 연대를 느낀다. 과거의 적을 적으로 매어둔 채 함께 공공의 평화를 이룰 수 없다. 그래서 작가는 침략행위를 하는 그 당시의 일본이 아니라 그 이전의 일본을 좋아하고 전쟁을 일삼는 조국 일본을 싫어하는 대장의 아들 이시로를 쑤라가 인정하는 모습도 잠깐 보여준다. 우리들 자신도 조상들의 행동을 돌아보고 자잘못과 새로운 세계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쉬운 일이나 쉬운 작업은 누구나 쉽게 무리없이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려운 일,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이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어려웠을 때는 일제식민지 때이다. 이런 상황은 어디에서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야만적인 일이다. 전쟁이나 침략을 통한 행위는 야만인임을 보여줄 뿐 어떤 명분도 인정받을 수 있다. 지금 시대는 평화의 시대이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사람도 평화의 테두리 밖에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가 평화 지키기이며 평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이번 '검정치마 마트료시카'를 읽고 평화를 지키지 못하면 당할 수 밖에 없는 설음과 아픔을 되새기면서 오랜 시간 내내 지구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모든 세계인간들이 모두 평화롭고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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