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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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담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만만하지 않다.

20세기를 살았던 에리히 프롬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 그의 사후 4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과 너무나도 딱 들어맞아 혹시 이 책을 엮은 그의 조교 라이너 풍크가 현실을 감안하여 일부 내용을 가감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장자나 맹자와 같은 철학책도 아닌데 각 chapter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글귀들이 많아 여러 번 읽게 된다. Chapter의 제목도 예사롭지 않다.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한 것일 뿐 아니라 제목만 연결해서 읽어도 하나의 훌륭한 어록이 된다.

저자는 19세기의 인간이 노예가 될 위험이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로봇이나 자동인형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열심히 산업을 발달시켜 시간을 절약해 놓고는 막상 그 절약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다가 기껏해야 시간을 죽이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꼬집는다. , 오늘날 기술적 소통의 가능성은 지나치리만큼 과도하게 증가한 반면 인간과 인간의 실제적 소통은 날로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해지고 가까워졌지만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상상을 초월한 사건, 사고들이 넘쳐나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 저자의 예리한 통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하면서도 두려웠던 것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행동과 생각들이 사실은 진짜가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와 타인이 만들어낸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옳다고 믿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 욕망과 소망들이 어쩌면 내것이 아닌 사회나 타인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주입된 결과일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이 자신의 생각이라 굳게 믿고 살아가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봐도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 나의 기대가 아니라 타인이 나에게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저자는 현대인들이 고립이 두렵고 우리삶과 자유과 안락이 위험에 처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은 인간이 타인과 똑같지 않으면 그 무리에서 도태되고 벗어나게 될까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타인에게 착취 당하지않는 그 만큼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상태로까지 진행되었다.

자신의 인격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성공하고 성공해야 안전하다고 믿는 현대인들이 해야되는 일 줄의 하나는 자발적 활동이다. 모든 자발적 활동에서 개인은 세계를 자기안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아는 온전해지고 더 강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다고 말이다.

작지만 느끼는 것이 많은 책이다. 최소 두번 이상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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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장석주 지음, 이영규 사진 / 문학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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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으로 시작해서 지구는 큰일났다로 끝나는 이 산문집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기를 쓰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욕망이 실상은 우리삶을 그렇게 풍요롭게 해주거나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우리가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파트와 TV를 반드시최신형, 고급형으로 사지 않아도, 채소와 달걀을 꼭 유기농으로 먹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최고급형 차와 스마트폰을 갖추기 위해 하늘도 쳐다볼 새 없이 죽도록 일만 하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인가, 무조건 큰 집을 사서 유지하기 위해 가족들과의 저녁시간도 포기한 채 밤 늦도록 일만 하는 일상이 정말 성공한 삶인 것인지 물어본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들이고 이것들을 관리하느라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기 보다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형식적이고 소모적인 만남을 줄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것을 추천한다.

집이든 물건이든 작게 소유하고 적게 쓰는 것, 삶을 좀 더 간단하고 단순하게 만들었을 때의 행복감을 저자 본인의 경험을 통해 들려준다. 저자도 한때는 많이 벌고, 크게 쓰는 것이 목표였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와 15년 넘게 살면서 터득한 삶이 단순하게 사는 것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글을 읽고 쓰는 데 보내는 독서광이자 시인이라서 그런지 글이 아름답고 귀에 쏙쏙 박히게 잘 읽힌다. 시인이 읽은 다른 작가들의 글과 좋은 글귀도 가득히 들어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둠이 내리거든 쉬어라라는 제목만 들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읽는 내내 나도 덩달아 단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저자와 같이 시골에 내려와서 단순하게 살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지금 너무 복잡하고 쓸데없는 곳에 힘과 시간을 들이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단순하게 살아보는 것을 어떨까 생각이라도 먼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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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
권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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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의학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이해하고 현 사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쉽고 빠르게 읽히면서도 내용이 충실하고 구성이 잘 되어 있다.

분노 조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등 사람들의 감정에 장애라는 말이 붙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여러가지 감정 조절이 안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현 사회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시작해 저자가 그동안 치료했던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모든 개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이 책의 핵심이자 목적이다.

저자는 사람의 뇌를 역할별로 세가지(생존의 뇌인 뇌간, 기억의 뇌인 변연계,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로 구분하고 감정 조절이 안된다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람들이 사용하는 3가지 방어기제(싸우기, 도망가기, 얼어붙기)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 다음으로 생후 12개월 된 유아가 부모로부터 받게되는 감정조절 경험을 3가지 애착 유형(안정적인 애착, 불안정안 애착, 혼돈형 애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런 경험들이 성인이 될 때 어떻게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 내부적인 요건 외에 외부적인 주변환경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살펴본다.

해외의 많은 사례를 차치하고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100년의 역사만 보더라도 35년간의 일제 강점기, 6.25전쟁, 이승만과 군부의 오랜 독재정치는 무조건 잘 살고 보자는 경제성장과 남보다 뛰어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과다한 경쟁 사회를 조장했으며 이런 사회적 풍토에서는 상처 받는다는 것은 나약함의 징표로 여겨져 기피 대상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왜 그런 상처를 받았는지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나는 그렇지 않다는 데 대한 안도감과 나와 그들을 분리하고자 하는 풍토로 발전했다.

또한, 아직도 만연한 남성중심의 한국 사회에서는 집안에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확연하게 구분짓고 이것이 심리에도 반영되 부부간의 감정 조절 실패의 기본적인 원인이 된다.

이렇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속으로만 곪고 있는 상처를 밖으로 거내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저자는 어찌보면 안전한 것이 매우 드물어 보이는 사회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는지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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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암자기행 - 고요한 자유의 순간으로 들어가다
김종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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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라는 말은 그 자체만으로도 뭔가 은둔적인 삶과 슬픔, 고요함과 함께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사찰, , 무슨무슨 ‘~라고 하면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면서도 암자라고 하면 왠지 근접하기 어려운 무게감이 느껴지곤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 지리산을 모를리 없건만 지리산에 이렇게나 많은 암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줄은 몰랐다. 이 책에서만 22곳의 암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가 10년이 넘게 지리산을 다니면서 직접 방문한 암자만 50곳이라고 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저자는 지리산의 빼어난 암자를 6가지 특색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천하제일로 참선하기 좋은 벽송사, 상무주암, 칠불암, 전망이 제일인 금대암, 원통암, 사성암, 문수암 그리고 별천지 영원사, 구충암 뿐 아니라 지금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개령암지까지 어느하나 제일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 없는 암자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빠져들어 읽었던 암자는 은둔의 땅이라 부를만큼 지리산의 깊고 깊은 곳에 자리한 묘향대, 문수대, 우번대, 상선암이다. 찾아가는 길만 해도 천길 낭떠러지가 예사로 나오는 길 어느 한 곳에 자리한 암자들은 사진만 봐도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지붕과 문들이 온통 붉은 색인 묘향대의 전경은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흑백 사진으로 소개된 상선암도 땔나무꾼으로만 여겨지던 초라한 수월스님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암자를 방문하면서 만난 수행스님들과의 일화를 함께 소개하고 마지막에 각 암자의 지리적, 고고학적 사실과 함께 암자의 유례나 역사적인 사건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점이다.

암자를 소개하는 글 중간중간에도 암자에서 수행했던 옛 고승들의 말이나 일화들을 소개하여 읽는 재미를 더하였다.

찌는 듯한 더위에 시원하게 뻗어있는 능선과 푸른 산, 맑은 암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곳을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무더위를 잊을 수 있는 멋진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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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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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시기 바로 그 시점에 내가 살고있는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느끼는 일은 언제나 설레임을 동반한다.

우리에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우상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그들의 삶을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그들 삶의 어떤 지점에서 어떤 마음으로 집에들게 된 책들이 그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듣는 것은 역시나 흥미로웠다.

210여 페이지의 작은 분량의 소책이지만, 다가오는 무게와 크기는 2천여 페이지쯤 된다고 하면 다소 과장일까? 게다가 책 표지도 무척이나 우아하고 아름답다.

저자가 직접 만난 열명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 뿐 아니라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의 영화감독, 안무가, 사회학자, 요리 연구가도 있었다. 이야기마다 각자 자신이 선택한 책을 들고 찍은 흑백의 표지 사진과 사생활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이야기 중간의 사진들은 당장에 나도 그들처럼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 떨쳐 일어나고 싶게 했다.

그들이 꼽은 책들은 이미 내가 읽은 책, 언젠가 읽으려고 사둔 후 책장에서 때를 기다리는 책, 어릴 때 읽었으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 책, 나에겐 흥미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던 책, 처음 들어보는 책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김영하 작가가 앉아 있는 뉴욕의 카페도, 정유정 작가와 김중혁 작가가 표지가 너덜너덜 해질때까지 읽은 책도, 움베르트 에코의 서재에 있는 멋진 유리장식 책장도 한참을 들여다 볼 만큼 멋지고 부러웠다.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짧아 무척 아쉬웠다.

치밀하게 작가의 길을 준비한 작가이든,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쓰다보니 작가가 되어 있더라는 작가이든, 책의 형태는 아니지만 책 만큼의 정서적 효과를 주는 예술가이든 일생이 순조로울 수 만은 없었으니 그 때 그 삶의 어느 순간 마음의 파문을 일으킨 책을 만났다는 것은 행운처럼 느껴진다.

문학전집은 고사하고 옆집 친척들이 재미없어 두고 간 생활과학 만화나 오래전 부모님이 사다주신 책 몇권이 전부였던 시골에서 하도 심심한 나머지 읽은 책 또 읽고 다음날 또 읽던 기억이 선명한, 그래서 이날까지 책을 놓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아직 탐독이라는 욕심나고 아름다운 단어를 붙일만한 책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이미 만났는데 내가 못 알아 보았을 수 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오늘, 어릴 때 읽어서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뭔지 모를 환상 같은 이미지가 덧 씌워져 있는 달과 6펜스를 다시 꺼내 읽기로 했다. 책은 책장에 있는 한 언젠가는 읽히게 된다. 마치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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