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의 어느 시기 바로 그 시점에 내가 살고있는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느끼는 일은 언제나 설레임을 동반한다.

우리에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우상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그들의 삶을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그들 삶의 어떤 지점에서 어떤 마음으로 집에들게 된 책들이 그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듣는 것은 역시나 흥미로웠다.

210여 페이지의 작은 분량의 소책이지만, 다가오는 무게와 크기는 2천여 페이지쯤 된다고 하면 다소 과장일까? 게다가 책 표지도 무척이나 우아하고 아름답다.

저자가 직접 만난 열명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 뿐 아니라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의 영화감독, 안무가, 사회학자, 요리 연구가도 있었다. 이야기마다 각자 자신이 선택한 책을 들고 찍은 흑백의 표지 사진과 사생활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이야기 중간의 사진들은 당장에 나도 그들처럼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 떨쳐 일어나고 싶게 했다.

그들이 꼽은 책들은 이미 내가 읽은 책, 언젠가 읽으려고 사둔 후 책장에서 때를 기다리는 책, 어릴 때 읽었으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 책, 나에겐 흥미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던 책, 처음 들어보는 책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김영하 작가가 앉아 있는 뉴욕의 카페도, 정유정 작가와 김중혁 작가가 표지가 너덜너덜 해질때까지 읽은 책도, 움베르트 에코의 서재에 있는 멋진 유리장식 책장도 한참을 들여다 볼 만큼 멋지고 부러웠다.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짧아 무척 아쉬웠다.

치밀하게 작가의 길을 준비한 작가이든,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쓰다보니 작가가 되어 있더라는 작가이든, 책의 형태는 아니지만 책 만큼의 정서적 효과를 주는 예술가이든 일생이 순조로울 수 만은 없었으니 그 때 그 삶의 어느 순간 마음의 파문을 일으킨 책을 만났다는 것은 행운처럼 느껴진다.

문학전집은 고사하고 옆집 친척들이 재미없어 두고 간 생활과학 만화나 오래전 부모님이 사다주신 책 몇권이 전부였던 시골에서 하도 심심한 나머지 읽은 책 또 읽고 다음날 또 읽던 기억이 선명한, 그래서 이날까지 책을 놓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아직 탐독이라는 욕심나고 아름다운 단어를 붙일만한 책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이미 만났는데 내가 못 알아 보았을 수 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오늘, 어릴 때 읽어서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뭔지 모를 환상 같은 이미지가 덧 씌워져 있는 달과 6펜스를 다시 꺼내 읽기로 했다. 책은 책장에 있는 한 언젠가는 읽히게 된다. 마치 오늘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