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목욕탕의 풍경은 별반 변한 것이 없어요.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열심히 때를 밀고 다른 쪽에서는 어깨까지 탕에 몸을 담구며 "아,시원하다."거짓말 남발하시고.. 저도 어렸을 때는 일요일 아침에 정말 고역이더라구요. 숨막히는 뜨거운 물에 폭 들어가 몇 분을 고스란히 벼텨야하고 솥뚜껑만한 엄마 손에 얹혀진 떼수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도 참아야 했으니까요. 아프다고 소리라도 칠려면 떼수건이 얹힌 손으로 등짝을 내려치셨죠. "아프긴 뭐가 아파.엄살은.." 하지만..정말 눈물이 쏙 나오게아픈걸.. 내 맘도 몰라주고 살깧이 벌게지도록 열심히 떼를 미는 엄마가 무섭기도하고 야속하기도 했었지요. 목욕탕 안은 어찌나 그리도 더운지 땀은 계속 눈 속으로 들어가고 몸이 식는다고 찬물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버텨야했어요. 그 고통 다음에 오는 달콤한 보상 때문이지요. 달달한 노란색의 바나나 우유 비싸서 평소엔 잘 못사먹었지만 일요일 아침,고통스런운 목욕을 끝내는 보상으로 먹을 수 있었던 달콤한 우유 그 우우 하나에 아픈 것도 참고 숨막히는 것도 참았어요. 지금은 제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제 어머니가 하셨던 악역을 하고 있습니다. 떼수건을 들이대면 벌써 부터 엄살이지요. 하지만 저도 아랑곳하지않고 엄마가 그랬던 것 처럼 부지런히 떼를 밀어 줍니다. 아이 입에는 시원한 으우 하나 물리구요. "탕에 들어가면 몸이 시원해질거야."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데 왜 어른들은 시원해진다는지 모르겠어." 아이도 이 엄마만한 나이가 되면 알겠죠. 목욕탕의 즐거운 추억을요. 표정이 살아있는 그림들과 아이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옛추억까지 선물해준 고마운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