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의 유명한 가수나 성악가의 이름은 아는데 정작 우리 소리를 하는 명창의 이름은 선뜻 떠오르지가 않네요. 그나마 우리 소리에 대해 들었고 배운 세대인데도 말이지요. 팝이나 대중가요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낯설게 느껴지리라 생각됩니다. 구구절절 설명으로 채웠다면 두어장도 못읽고 닫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요. 판소리는 무엇이고 고수 소리꾼은 무엇이며 자진모리 장단은 어떤 것인지 실존했던 인물들의 일화 속에서 접하게 되니 더 자연스럽게 어려운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논픽션이기에 더 실감나기도 하구요. 일반 상민은 힘든 농사일 함께 일하면서 힘든 노동을 잊고자 부른 노동요를 불렀고 양반들의 횡포에 직접 말로 표현할 수 없었기에 탈을 쓰고 춤으로 그들의 행동을 풍자하거나 소리에 담아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천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 여겨져 무시당했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소리가 지금껏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양반이였지만 소리할 운명을 저버리지 못한 권삼득이나 앉은뱅이라는 절망감을 소리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판소리는 김성옥에겐 죽음을 희망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자신이 천하 제일이라 여겼지만 소리꾼의 본연의 자세를 배우고 더욱 득음에 정진한 주덕기 엄청난 부를 가지고도 신분의 멍에를 벗지못해 힘들어 하던 신채효에겐 판소리는 유일한 분출구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소리꿈과 더불어 최고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잇는 귀를 가진 귀명창 역시 우리소리를 이어오게 만든 힘이였습니다. 자주 듣다보면 귀도 열리겠지요. 우리 소리를 아낀다면 더 자주 듣고 사랑하는 귀명창이 되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