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아이가 드물어요. 그래서 조부모의 사랑을 받을 시간도 부족하구요. 태범이는 진짜 할머니는 아니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부럽기까지 하네요. 저도 어렸을 적 엄마와 떨어져 잠시 지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골 학교를 다니면서 엄마도 없이 아빠도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랑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어요. 특히,비오는 날이며 할머니가 우산을 들고 학교로 오셨기에 특히 싫어햇던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 엄마가 아닌 할머니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더 투덜거렸나봐요. 제발 학교엔 오지 말라구요. 그렇게 버릇없이 굴었어도 할머니는 제가 불쌍하다며 버릇없는 손녀를 크게 나무라지는 않았어요.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못받아 그런다구요. 밥도 제대로 안먹고 뛰어 놀지도 않고 비쩍 말라가는 제게 할머니는 장어를 사다 고아주셨어요. 아직도 그 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비오는 날 처마 밑에 비가 뚝뚝 둘어지고 군불 지펴가며 장어를 고아주셨지요. 할머니의 손녀 사랑이였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였어요. 이젠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요. 따라 다니며 잔소리하고 맛도 없는 된장국에 알알이까지 자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태범이는 할매를 내쫒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도 태범이 맘 속엔 이미 할매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어요. 엄마,아빠로 부터 받아보지 못한 태범이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 태범이의 본심을 되찾아 주었지요. 진정한 사랑과 관심은 얼어붙은 마음도 미워하던 마음도 모두 녹여버릴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