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 - 하이드리오타피아, 유골 항아리 매장에 관하여
토머스 브라운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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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

아직 살 날이 창창한 나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대에 몹쓸 병을 겪은 이후로 저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저를 챙겨줄 직계가족이 있었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먼 미래에는 누가 나를 돌봐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순간부터 열심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기고 싶어 했던 제 모습도, 어쩌면 사라질 나를 기억 속에 붙잡아두려는 마음이었는지 모릅니다. 죽으면 제 재산을 모두 바쳐 우주에 유골을 뿌려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과거 사람들의 사후를 들여다보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힌트를 얻고 싶었습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두께가 부담스럽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글의 몇 배나 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왜 이토록 찬사가 쏟아지는지 궁금했는데, ‘파도처럼 굽이치는 문장’이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직접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글을 짧게 써야 한다는 일반적인 기준은 이 책에서는 예외였습니다. 앞에 서문과 뒤에 연대, 색인을 제외하면 본문은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세계는 장대합니다. 그리스로마신화, 성경, 고대 문헌들이 촘촘히 얽혀 있고, 주석이 있어 제대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저자인 토머스 브라운의 후일담은 더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생일날 생을 마감했고, 그날이 꼭 77년째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유골이 그가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게 되었다는 점은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당대의 지성인이었지만 마녀재판에 증언했다는 사실, 그리고 저자의 추측과 달리 유골 항아리의 주인이 누구였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브라운은 곧 종말이 온다는 가정하에 글을 쓰다보니 현대를 살아가는 제가 보기에 그 시선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만 이집트 문화를 동경하는 제게 피라미드나 오벨리스크가 헛되다는 그의 주장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앞에 두고, 인간이 남기고자 했던 흔적과 사후의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나의 사후를 어떻게 해야할지 힌트를 얻으려고 했지만 그 점만큼은 아직까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니 인간의 운명과 죽음 앞에서 괜한 허세나 집착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살아가려 했던 에피쿠로스처럼 사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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