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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평점 :


<내 휴식과 이완의 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떠오른 단어는 '힐링'이었다.
나름대로 내 인생에서 이완의 해를 보내고 있기에 더 와닿았다.
어쩌면 이 꿀같은 휴식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꿀팁을 대량으로 얻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책을 읽기 전에 차례를 꼭 살펴보는 편인데 무척 심플하다. 하나부터 여덟까지, 딱 그만큼만 적혀있다.
'하나'를 읽으면서 나의 기대는 와장창 무너졌다.
힐링에 대한 꿀팁은 고사하고 이 책의 주인공은 과연 정상적인 사람이 맞는지 의문마저 든다.
1인칭 소설이라고는 하나 이따금 적나라한 표현에 흠칫흠칫 놀랄 때가 있다.
'나'라는 주인공은 이름조차 알 수 없다. 다만 금발에 날씬하며 매우 예쁘고 돈 걱정 안해도 되고 혈통이 좋다는 것.
게다가 부모님에게 받은 유산 덕분에 돈 걱정은 하지 않으며 뉴욕에 있는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나'의 주변 인물을 보면 하나같이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 주인공의 날카로운 시선 탓인지 정말 하나같이 비정상인건지 판단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주인공 역시 희안한 방식으로 자신을 달랬던 것 같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나'는 1년 동안 잠을 자면서 새롭게 태어나길 소망한다. 과연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방법으로 '동면'에 들어간다.
'나'의 행동, 생각하는 것 일거수일투족 고지식한 나의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아무리 심적으로 힘들다고 해도 '나'가 선택한 방법은 현명한 방법이 아닐뿐더러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에 강제로 밀어넣는 것 같다. 의사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잠을 오래 자기위해 약을 처방받는 모습이 나에겐 경악할 일이다.
희안한 것은 '나'의 건강과 앞 날이 걱정되어 계속 지켜보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주변 인물이 있다면 주인공의 하나남은 친구 '리바'가 떠오른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이상으로 안쓰러운 친구이며 주인공과 함께 지속적으로 신경쓰게 되는 인물이다.
내가 보기엔 주인공 못지 않게 리바도 좋은 점이 많은데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모습이 안타깝다. '나'는 몰라도 나는 리바가 너무 궁금하다.
사람은 누구나 매일 잔다. 마음만 먹으면 잘 수 있기에 잠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 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신성한 행위가 될 수도 있구나.
가끔 자고 일어날 때 8시간에서 10시간 가량 긴시간을 잤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일할 때는 5분이라는 시간도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잠을 자면 그 긴 시간이 어쩜 그렇게 금방 사라질까.
잘 자고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 '나'는 이런 느낌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 동면에 든걸까.
마지막 핑 시와 함께한 작업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예술이라는 건 참 어렵다.
'나'의 여덟번째 이야기까지 읽은 후에 생각을 달리했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을 비판하고 훈계하기 바빴다면 이 모든 행위가 살기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나름대로 맞는 방법을 쓴 것이고 어쨌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것이니까 희망은 있어보인다.
참 별나게 휴식한 주인공이지만 결론은 잘 이겨낸 것이라고 믿고 싶다.
중요한 건 '잠'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난 후 '나'인 것 같다.
깨어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더욱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