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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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이름난 철학자의 지혜를 배우고 싶어 무던히 애썼건만 번번히 실패했었다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책조차 읽지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괴로웠지만 나의 교양이 부족한 탓이려니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도 조급했고 모든 걸 다 이해하려고 욕심부린 것이 화근인 듯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시간적 여유가 허락하는 지금!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세월이 지난 만큼 이해력도 더 나아졌으리라 기대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플라톤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네 편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대화체가 주를 이루고 있어 마치 내가 대화 속에 끼어서 얘기를 듣는 기분도 든다. 기원전 살았던 사람들, 그중에서도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누군가에게 설득당하고 이렇게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처음이다.

분명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죽음은 나쁜 것이고 피할 수 있다면 있는 힘껏 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 절대 영혼이라는 것이 분리되어 다시 태어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믿지 않았다.

그리고 도대체 왜 소크라테스처럼 지혜로운 분이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이 아님에도 이러한 나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얻었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이 외롭고 괴롭지 않았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절친한 친구 크리톤과 소크라테스를 동경하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사형집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까지 설득당하여 구질구질하게 목숨을 이어가느니 장렬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백번 맞는 말씀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언젠가 지인에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지옥이고 죽으면 천국이 펼쳐지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한마디로 나는 우울증 환자로 내몰렸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소리를 내뱉지 않았는데 한편으론 죽어본 적도 없으면서 멀쩡한 나만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진작에 소크라테스의 말씀을 들었더라면 아주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절대 자살을 미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더 열린 생각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마지막 향연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동경하는 나에게 이 이야기를 소크라테스의 말씀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향연에서 모인 자들과 소크라테스는 에로스 신에 대해 예찬하는 자리를 갖다가 나중에는 소크라테스를 예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이야기를 들은 자에게서 옮겨 전해진다는 점이 또 재미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라면 줄줄 외울만큼 많이 봤지만 에로스에 대해 이렇게 비중있게 다룬 적은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에로스 신을 이야기하는게 맞는 것 같으면서도 살짝 다른 부분도 있고 에로스 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어 유익하게 읽었다. 또 소크라테스에게 지혜를 전해준 자가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 분은 가르침을 내리면 내렸지 절대 받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에로스에 관한 지식은 이방인 예언녀를 통해 얻게 된 것이다.

이제는 책을 읽는 요령이 생긴 것인지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떨쳐버리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이해가 될 때가 있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읽은 책이라 더 애착이 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재미있는 책을 어떻게 알려야 좋을지 고민해봤지만... 역시 그저 내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올리는 것 밖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깊게 생각하고 싶을 때, 깨달음을 얻고자 할 때 이 책을 또 찾고 계속해서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