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10여년 전 읽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난 졸업하기 전에 데일 카네기 시리즈를 완독하는 것이 목표였다. 무슨 계기로 데일 카네기 시리즈를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데일 카네기 시리즈 5권을 구매하고 무척 뿌듯했다. 그리곤 이내 실망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지했던 난 한 가지 책에 여러 번역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제목이 같으면 내용도, 글자 하나 하나도 다 같은 줄 알았다. 다만 출판사에 따라 표지 디자인만 다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구매했던 책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조금 과장해서 마치 구글번역기를 돌린 것처럼 어색하고 직역(?)스러운 표현이 많았다. 그래도 끙끙대며 읽긴 읽었다.
분명 좋은 책이나 좋은 기억이 없던 나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세월이 변한만큼 얻는 것도 전과 다를 것이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번역으로 온전한(?) 내용의 <인간관계론>을 만나고 싶었다. 결과는 성공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간혹 외국의 정서가 우리와 맞지 않아 와닿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관계와 유사하다.
목차를 보다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가령 2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6가지 방법을 보면 책에 나온 6가지 방법을 따른다고 하여 정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심지어 방법으로 나온 것 중 내가 모르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시작하면서 저자는 나와 같이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반복하여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 한 권을 통채로 읽기보다 각 장별로 그 주제가 납득이 갈 때까지 읽어보는 것이다.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각 장마다 간추려진 방법만 읽는다면 절대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다른 자기개발서에서 하는 이야기를 이 책에서도 하는 구나 생각하며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이 책의 진가는 세세한 이야기 전개에 있다. 나열된 정리를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 사례를 꼭 읽어봐야한다. 사례를 읽다보면 나의 인간관계와 접목시켜서 어떻게 이 방법을 쓸 것인지 구체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사례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인이 많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다.
나는 특히 3부 사람들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다소 부족한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개선해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10여년 전에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직업상담사로 근무하면서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전에는 옳고 그름을 꼭 따져야하는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적당히 에두를 줄도 알고 나만 옳다는 자만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모두 이 책에서 배웠다. 다만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몇 번씩 반복하여 읽으면서 숙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효과가 있다.
나역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걱정을 했었더랬다. 단번에 인간관계에 능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다보면 되지 않을까? 10여년 전에 만났던 <인간관계론>도 유익했지만 지금 다시 만난 <인간관계론>에서 배운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막연히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알아야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이 전보다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