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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 - 우리 삶을 읽는 궁극의 메타포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19년 9월
평점 :






#인문 #영화와신화로읽는심리학
제목부터 이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느낌이 팍팍!! 온다. 평소 영화를 즐겨보고 신화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취향저격 맞춤 책이다. 더불어 심리학이라는 소재까지 더해졌으니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는 없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3편~5편 정도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인 면을 잘 설명해주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나에게 맞지 않고 잘못된 페르소나를 벗는 방법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 보는 것이다.
시작부터 잘 알고 흥미있는 소재가 등장한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로키'가 소개되는데 영화 '토르' 시리즈와 '어벤저스' 시리즈에 밉상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 로키가 이 로키이다. 주변 상황이나 등장인물은 다른 설정이 있지만 로키 자체만을 봤을 때 신화에서 묘사되는 캐릭터가 영화에도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로키와 함께 소개되는 영화는 '마스크'이다. 개봉당시는 내가 어렸던 터라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후 명절 특선 영화로 본 기억이 있다. 그 역시도 오래되었지만 책에서 주요 줄거리를 알려주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재미도 느껴보았다.
우리는 다양한 페르소나(사회에서 정한 역할)를 가지고 살아 간다. 돌아보면 우리 부모님은 맏딸인 나를 참으로 엄격, 근엄, 진지 즉, 엄.근.진 모드로 키우셨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도 침착하고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성인이 되어도 이 페르소나를 벗지 못하던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법학도가 되어 낮동안은 검고 굵은 뿔태 안경을 쓰고 법전을 들고 도서관을 들락날락했지만 밤이 되면 다 내팽겨치고 댄스동아리 일원이 되어 쉼없이 춤을 췄다. 학교 축제때 댄스 공연을 하고 나서 다음 날 학과 수업을 들어가면 나를 못알아보는 과동기들이 신기했다. 나는 어릴 때 페르소나를 벗지 못해 한동안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 일부러 숨긴 것은 아니지만 소문내고 싶지는 않았다.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난 흥이 참 많은 아이였는데 엄근진모드로 사는 동안 신나도 참고 나서고 싶어도 참으며 나를 억압해왔던 것 같다. 그나마 대학생활 때 동아리 활동으로 풀어서 다행이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엄근진모드로 살았다면...끔찍하다.
...설사 그들이 살아 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너를 위해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찌 이리도 당연한 진리를 모르고 살았을까. 나는 걱정이 팔자인 사람이라 가족들이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간섭한다. 부모님이 장거리 운전이라도 하실 때면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바심내고 다 큰 동생이 캠핑이라도 떠난다고 하면 같이 갈 것도 아니면서 챙기는 물건 하나하나 간섭하고 트집을 잡는다. 이런 나에게 정신이 버쩍 들게끔 해준 붓다는 말이다. 빠따짜라라는 여인은 한순간에 부모, 형제, 남편, 아들 둘을 모두 잃어버렸다.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이 상황에 그녀 역시 굴복하고 말았다. 그러나 붓다의 말로 인해 나중에 열심히 정진해 아라한과를 얻게 되었다. 붓다의 말을 들으니 나 역시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아라한과의 경지까지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시련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가진 편견과 공격성이 타인의 순수한 감정과 삶에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이 소재만큼은 용납하기 어려웠다. 바로 동성애와 관련된 이야기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동성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읽지도, 듣지도, 보지도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게 된 건 배우 히스 레저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였다. 카우보이 스타일로 멋지게 찍었던 영화 포스터를 보고 줄거리를 알아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결론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후로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인지, 그리스신화를 여러 번 정독해가면서 동성애를 무조건 기피하지만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나 스스로는 동성애는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끔 무엇이 맞는건지 헷갈리기도 하다.
...그래서 인생은 잃는 것을 통해 도리어
자신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제5장 삶이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여정 p.237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워 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차 젊어지다가 결국 아기로 까지 되돌아간다. 그래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결국 죽음이다. 시간은 예외없이 모든 이에게서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부제처럼 모든 인간을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이고 우리 중에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왜이리 아등바등 바쁘고 피곤하게 사는 걸까.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를 모두 볼 참이다. 하루에 한 편 이상 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영화 중 내가 봤던 영화는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 '스틸 라이프'를 감상했는데 마지막에 펑펑 울고 말았다. 역시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어마무시한 차이를 낳는다. 책을 통해 배운 주인공의 심리를 알고 영화를 보니 또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조만간 책에서 소개한 영화 중 못 봤던 영화를 차례차례 볼 예정이다.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