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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ㅣ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평점 :





어느 지리학자는 여행이란 그 도시를 둘러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라는 책 제목과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떠올린 도시는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한껏 개발되고 번화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였습니다. 이 책의 여는 글을 통해 제가 얼마나 편협적으로 도시를 정의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시라는 단어는 라틴어 'civitas' 유래한 것으로, 이는 '시민'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도시는 어떤 물리적인 대상이나 환경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이 모여 살면 도시가 되는 것이지요.....
학교, 도서관, 구멍가게, 기차역 등등 주변을 둘러보면 의미있는 장소가 참 많습니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곳도 책을 읽고 나니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지금 20여년째 같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집을 이사한 적은 있지만 걸어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로 이사하여 계속 같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 앞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가던 길이지만 그 때와 많이 변했습니다. 어쩌다 학교 가는 길을 따라가보면 무척 낯선 느낌이 듭니다. 옆으로 흐르던 도랑은 어느샌가 시멘트로 막혀버렸고 좁디좁은 골목은 확 트여 큰 집들이 지어졌습니다. 마치 폐허와 같던 곳은 예쁜 공원이 들어서고 기차가 오가던 선로는 어느 새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멋진 다리로 변신했습니다. 이 모든 변화를 생각해보니 책의 내용이 더 잘 와닿았습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명소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샹젤리제 거리가 생각납니다. 3년 전 파리를 방문했을 때 그저 예뻐서 유명한 길로만 알고 있었고 그 거리를 걸으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개선문 앞에서 찍은 사진 외에는 거리에서 찍은 사진조차 없더군요.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샹젤리제 거리가 세계인이 가장 걷고 싶은 거리가 된 것처럼 명소는 우리 곳곳에 널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중 텃밭이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작은 텃밭을 가꾸고 계신데 그 곳에서 고추, 오이, 호박, 깻잎, 대파, 파프리카, 부추, 가지, 무, 배추 등등 많은 채소가 자라고 있습니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텃밭에서 이렇게 다양한 식물을 키울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예전에는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텃밭이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과 정보를 주는 책입니다. 책을 읽으며 천천히 집 주변을 돌아보면 늘상 보던 것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도시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곳으로 함께 가꾸어 나간다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