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
박일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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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하기 힘든, 아주 슬픈 일이 있었다.(부고) 하던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무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밤이 되어 자려고 눈을 감으면 잠은 오지 않고 눈물만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더이상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책이라도 읽어보려고 일어났다. 퉁퉁 부은 눈으로 책장에 책을 한 권 한 권 겨우 훑어보다가 짚은 책이 <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 이다. 정신 못 차리는 그 와중에도 이 책의 제목이 가슴에 팍 와닿아 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지금 이 크나큰 슬픔을 이 책이 위로해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책 제목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책에서 밝힌 저자의 연세는 우리 아버지보다 살짝 더 많으시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에게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수성'을 지닌 분이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아주 생생하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마치 우리 아버지가 살아오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더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의 총 집합이다. 풍경사진, 자연인, 강아지, 세계여행, 옛날 이야기 등등 나의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가 연신 소개되고 있다. 사진과 글이 어우러지는 구성이 참 좋다. 사진과 글의 궁합이 착착 맞아 떨어진다. 사진이 많은 만큼 코팅된 종이라면 사진보는 재미가 더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저자와 함께 사는 세 마리의 강아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 중 막내인 달이가 의인화되어 소개하는 글이 있는데 마치 동화를 읽는 것 처럼 재미있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게 해준다. 노견인 산이가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세 강아지는 주인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이야기 중 섬진강 '참게' 이야기가 있다. 강원도 토박이인 나에게 섬진강은 멀고 낯선 곳이다. 작년에 문화기행을 통해 섬진강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한 때 그 곳에 많이 서식했다던 '참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예전과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예전에 참게가 어디서 살고 무얼 먹고 자랐는지 알게 된 후 난 경악하고 말았다. 저자의 재밌는 말솜씨까지 가미되어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되었다.

갑자기 이국적인 풍경에 깜짝 놀랐다. 저자의 여행기가 담겨 있는데 첫 번째로 소개된 곳은 몽골이다. 몽골, 히말라야, 메콩강을 끼고 있는 나라를 다니며 겪은 여행담을 소개하고 있다. 어쩜 여행지도 요란하지 않고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만 담겨져 있다. 생생한 글솜씨 덕분인지 가는 곳마다 그 곳 분위기와 상황을 떠올리기 쉬웠다.

책의 마지막은 저자의 시가 담겨 있다. 저자의 일상이 이 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분명히 이 책을 읽은 동안에 재미있고 즐거웠다. 내 안에 잠식하고 있던 슬픔이 잠시 벗겨졌다. 사는 게 별 거 아니라며 내가 겪는 이 슬픔 또한 누구나 겪는 아픔 중 하나라고 <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 이 위로해주는 것 같다. 큰 슬픔으로 잠 못이루던 날 밤, <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을 밤새 읽고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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