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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이면을 보다 - 신용권의 역사기행
신용권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살펴보다가 뒷표지에 쓰인 글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다"
짧은 내 지식으로 반박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이어지는 글귀에 설득당하는 기분이다.
학창시절에 역사를 배우면 늘 좋은 면만 봤었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역사를 공부하니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역사의 어두운 부분도 참 많았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실망하게 되고 분노했던 지난 날이 떠오른다. 사실 역사의 이면적인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음에도 불고하고 우리는 너무 좋은 점만 보고 배우는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대마도, 영월, 제주 각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이야기를 풀고 있는데 대마도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는 분량이 거의 4분의 3정도다. 지도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곳이다. 한 때 우리나라 땅이었다는데 어쩌다가 남의 땅이 되어 버렸을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문뜩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한쪽은 중국의 왕이 죽었다고 대명천지가 사라졌으니,
벼슬도 바다하며 세상과 인연을 끊고 백이숙제처럼 살겠다고 산에 들어가고
한쪽은 나라를 위해 상대가 설령 공자와 맹자라도 싸워서 사로잡아야한다는
17세기 중반의 인식 차이가, 근대 이후 한국과 일본의 명암을 갈랐을지도 모른다."
대마도 이야기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 것은 임진왜란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임진왜란 전후 상황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대마도에 거주하던 가문의 내역도 알 수 있다.
두번째 영월에서는 단종과 수양대군 이야기가 나온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구구절절 상세히 내용을 풀고 있어 더 몰입되는 느낌이 든다. 역사적 사실과 함께 적절한 사료 역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역사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부분을 알고 보니 수양대군이 왜 그런 일을 벌인건지 사건의 전개가 이해가 되고 역사적 인물들의 캐릭터가 뚜렷해진다.
세번째 제주에서 4.3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너무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해 상세히 파해치고, 아는 것은 안되는 것인가.
역사를 통해 꼭 배워야할 것은 이런 역사의 이면이 아닐까 싶다. 다시 이야기하기 아프지만, 슬프지만, 그런 감정을 이겨내고 다시 그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 글에서 저자의 참뜻을 깨달았다. 뒷표지에 쓰인 글귀에서 생겼던 반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국사를 알아야한다는 사명감에 3년에 한번씩 한국사 시험을 보고 있다. 공부를 할 때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크게 바뀌는 것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도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역사의 이면을 보다>를 읽고 나서 임진왜란, 조선, 근대 사건을 보는 안목이 훨씬 넓고 깊어졌다. 내후년 다시 국사 시험 준비를 할 때 한층더 두터워진 역사인식을 갖고 공부에 임하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