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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 - 조선왕조실록 기묘집 & 야사록
몽돌바당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요 : 떳떳한 도리(道理)에 벗어난 요사(妖邪)스럽고 괴상(怪常)한 짓을 하는 사람.
여자(女子)가 남자(男子)로 변복(變服)하고, 남자(男子)가 여자(女子)로 행세(行世)하는 따위.
제목에서 풍겨지는 요상함
인요라는 한글 제목을 봤을 때 머리 속에 물음표가 연거푸 자리 잡았다. 한자를 보아하니 요상한 사람을 이르는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친절하게도 표지에서 인요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전적 정의를 알려주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1. 인요
2. 조선왕조실록 기묘집 - 5장
3. 조선왕조실록 야사록 - 10장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꾸며진 소설이라 항상 이야기의 근거 자료가 각 장의 마지막에 실려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사뭇 진지해지기도 한다.
인요
들어서면서부터 요상하다. 분명 조선왕조실록이라 하여 옛날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시대는 고사하고 심지어 내 눈앞에 나타난 사내는 트렌스젠더 이수혁이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이라면 이 이야기를 읽는데 고전했을 것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나의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거부감이 덜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트렌스젠더로 살아가는 이수혁이 과거 조선시대 양반으로 돌아가 겪는 에피소드이다. 설정이 재미있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민감한 소재를 들고 온 만큼 무언가 남겨주는 메세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못찾은 것인지 그저 이야기로만 끝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묵직한 사회적 메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보편적인 오해나 편견을 깰 수 있는 이야기라도 함께 어우러졌으면 더 의미있지 않았을까. 나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 이야기속에서 남자를 좋아하는 이수혁이 정작 자신을 사랑하여 죽어라 쫓아다니는 군대 후임에 대해서는 차가운 태도를 보여 아리송하다. 스토커는 성별 관계없이 공공의 적이 되는 건가. 나의 짧은 상식으론... 역시 잘 모르겠다.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래도 자신을 구하다 죽은 군대 후임에게 시종일관 차가운 태도를 보인 이수혁을 보고 되려 스토커인 군대후임이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일시적인 동정이고 그가 한 짓을 생각하면 진저리가 난다. 생각도 못했던 은동이의 성공에 화들짝 놀라긴 했지만 모든 것은 언제나 그렇듯 정상으로 돌아온다.
어른 ver. 옛날이야기
조선왕조실록 기묘집과 야사록은 어른버전 옛날이야기이다. 어릴적 할머니나 할아버지께서 감동적이고 훈훈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고 하면 이 이야기는 좀더 어른의 흥미에 맞춰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제목만 보아도 하얀물괴, 해귀, 살인귀, 인육 등 섬득한 소재들이 더러 있다. 희안하게 이런 제목에 더 끌린다. 기묘집 5장과 야사록 10장에 있는 내용은 재미로 읽기도 하지만 그냥 웃어 넘기기에 어려운 이야기도 더러 있다.
기묘집 중 '미지와의 조우'를 처음 읽었을 때 '풋~' 하고 웃어버렸는데 순간 이또한 나의 무지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조선시대 사람에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발전에 대해 설명한다면 나처럼 피식 웃고 말 것이 아닌가! 하얀물괴나 해우는 지금 어떤 생물을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 그림과 설명으로 대충 유추할 뿐이나 누가 속시원하게 "이걸보고 옛날 사람들이 이런 일이 있었다~"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사록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민간에 있었던 일을 잠깐 살펴본 듯하다. 이야기가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모름지기 민간에서 돌려보는 야사록이 재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