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잃어버린 지혜 듣기

잃어버린 지혜, 듣기 ㅣ 아우름 33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1월

여는 글에서 '듣기'의 중요성이 온 몸으로 와 닿는다. 말수가 적어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쪽인 나에겐 더없이 반가운 이야기다. 좀 더 잘 듣기 위해 어떤 노하우를 알려줄지 기대하며 귀로 듣듯이 주의를 기울여 책을 읽었다.

1장 잃어버린 지혜, 듣기 -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소리를 무심하게 듣게 되면 단순히 소음에 불과하지만,

마음을 실어 듣게 되면 소리의 뒤에 있는

존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p.37

생각해보면 내가 말수가 적은 것은 친하지 않은 사람을 대할 때 그런 것이고,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선 결코 듣고만 있지 않다. 특히 가족들의 목소리를 주로 소음으로만 인식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듣기도 전에 내 멋대로 단정지어 이야기하고, 대충 듣고는 잊어버리고...친해서 괜찮다는 생각에 가족들 이야기를 듣는 것에 너무도 무심했다.

1장에서는 원주민의 듣기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인디언의 듣기가 기억에 남는다.

....인디언들은 말한다. 시냇물 소리를 들어보라고.

시냇물이 노래하고 춤추고 있지 않냐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라고.

해가 밝게 웃으며 노래하고 있지 않냐고....

p.63

자연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나아가 자신의 내면에 목소리를 들어보라는 인디언의 가르침.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침묵과 듣기를 통해 겸손해지는 마음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연의 소리를 들을 만한 것이 없다. 어쩌면 요즘 인공지능스피커를 통해 ASMR 듣기를 시도하는 것도 인디언이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그리워하고 있고 그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것 같다.

2장 태교의 비밀 - 내 아이를 부드럽게 흔들거라, 바람아

여는 글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그 새 잊고 있다가 태교 이야기를 접하게 되어 놀랐다. 태아에게 듣기란 어떤 의미일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여기서도 인디언의 태교이야기를 읽고 또한번 놀랐다. 하물며 그 옛날에도 태교의 중요성을 알고 임신한 여성은 그동안 하던 모든 일을 중단하고 한적한 강가를 거닐며 태아와 대화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인디언 아이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기며 세상 모든 것이 즐겁게 노래하고 싶어한다고 여긴다. 10달의 태교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 왜 하필 모차르트의 음악이 태교에 좋은지 과학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나 역시 태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음악가보다 유독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풀리고 마음이 유~해져 종종 듣곤 한다. 그 이유를 여기서 속시원히 해결할 줄은 몰랐다.

이 책은 눈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 귀로 읽은 것 같다. 듣기의 중요성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족의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이고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며 다닐 것이다. 잘 듣는 법을 배웠다고 마음까지 흐뭇해질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