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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ㅣ 필로테라피 4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 지음, 이주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10월
평점 :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는 내가 유일하게 제대로 잘 읽은 철학책이다. 이 책을 잡는 순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표지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정말 좋았다. 절망한 사람을 보듬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 친절하게도 첫 장을 넘기면 이 책의 활용법에 대해 나와있다.
진단하기 -> 이해하기 -> 적용하기 -> 내다보기
이론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한 가지 주제가 끝날 때마다 '짚고 넘어가기'에서 몇 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을 때면 그 주제를 다시 읽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다. 재차 읽어도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일부러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가령 "웃음 뒤에 숨어 있는 비극을 알아보겠는가?" 와 같은 질문)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다가 절망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절망을 잘하는 사람들 중 하나인가. 하나도 이상할 거 없는 그런 보통사람인가 싶었다.
책을 읽으며 훈계받는 기분이었다. 나쁜 것이 아니라 마치 성인에게 살짝 꾸지람? 받는 듯 했다.
가슴은 뜨끔하지만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말씀을 들었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한 것이며, 절망스러운 상황에 대해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절망적인 상황 역시 내가 만든 것이며 그 감정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말에 위안이 된다.
사실 잘 읽고 있다가 마지막에 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산통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무언가를 믿었을 때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말하는 것이라 수긍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사로잡혀 있던 편견을 깨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웃음, 비극과 희극, 미학적인 삶, 신앙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을 읽고 절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켠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신기한 것은 나는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 속을 다 알아주는 친구를 만난 듯 후련한 느낌도 든다. 절망에 사로잡혀 괴로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면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를 읽어보면 한결 나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