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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책을 받아들고 너무 좋아서 "꺄~~~~~" 하며 환호성을 질러버렸다. 책을 들고 덩실덩실 춤도 추었다. 맨날 글만 가득한 책을 읽다보니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나는 그림책이 너무 보고 싶었다. 성인이 그림책을 본다는게 나로썬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 굳이 찾아 읽진 않았지만, 항상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때면 그림책 코너에 가서 기웃거리곤 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심지어 그림도 너무 아기자기 예쁘잖아!!!
겉표지를 벗겨내고 보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이 분이 누굴까? 어디 불편하신가? 표정이 왜 이렇지?'
이 분은 책의 주인공 소시지 할아버지시다. 소시지 할아버지의 삶에서 '안녕' 하는 순간들이 그림으로 아름답고 예쁘게 표현되어 있다.
1장 소시지 할아버지의 탄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구나 그렇듯 어릴 때 엄마 품 안에서 놀던 어린 할아버지가 세상의 무서움을 알게 되고 다시 엄마를 찾아오지만 만남의 안녕이 있듯 헤어짐의 안녕도 겪어야 했다. 이 당연한 스토리에 왜 눈물이 나는 걸까. 한편으론 나에게 아직 이런 감수성이 있나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가도 정확하게 왜 눈물이 났는지 표현할 수는 없었다.
2장 외롭게 지내던 할아버지에게 친구가 생겼다. 버려진 강아지와 어색하게 안녕한 뒤 점점 마음을 열어 둘은 한 가족이 된다. 내가 걱정했던 대로 할아버지도 같은 걱정을 안고 있었지만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오해를 풀고 더없이 친한 사이가 된다. 참 흐뭇하다. 나도 1인 가구로 강아지를 한마리 키우고 있는데 소시지 할아버지와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았다. 가끔 족발뼈를 오독오독 씹어먹는 우리 강아지를 보면 '저 이빨로 내 팔을 물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쓸잘때기 없는 걱정이다.
3장에서 갑자기 소시지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혼자가 된 강아지는 집을 나와 새롭게 친구를 만난다. 희안한 친구들이다. 한 명은 폭탄같았고 다른 한 명은 불 친구였다. 서로 함께 지내는 방법을 강구하여 셋은 함께 지낼 수 있게 된다. 기다리는 소시지 할아버지가 나오지 않아 애가 탔다.
4장 지금 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마치 몇 년 후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 그런건지 그동안 내가 가족들과 강아지에게 너무 못되게 굴어서 반성의 눈물인지 아주 후련하게 울어버렸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나의 바람과 달리 사후 세계에서 강아지를 지켜보고 있다. 그 후엔......ㅠㅠ
우리말 '안녕' 이라는 인사가 전하는 여러 가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소시지 할아버지나 폭탄아이나 불처럼 처음 만나 건네는 인사 '안녕' 조차 어색하여 잘 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의 경우는 아직 내가 받아들이기 너무나 힘든 의미의 '안녕' 이다. 아직은 누군가와 헤어지고 떨어지는 게 많이 두렵고 낯선 일이다. 마지막 4장을 보며 헤어짐의 '안녕' 에 대해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성인이 봐도 좋은 책이지만 아이들이 보면 또 어떠한 느낌으로 볼 지 궁금하다. 글이 매우 적기 때문에 글을 모르는 아이라도 글 부분만 읽어준다면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마음은 성숙하지 못한 탓인지 책을 보고 많이 울었다. 서평을 쓰는 와중에도 같은 장면을 보고 또 울었다. 서평을 써야하는데 쓰고 나니 독후감이 되어 버려 난감하다. 하지만 이 아름답고 예쁜 그림책을 딱딱하게 객관적인 사실로만 전달하고 싶지 않다.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안녕' 그림책을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